호반그룹이
한진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최대주주 지위에 오를 전망이 나오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추가 매수로 반격에 나섰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호반그룹이 조 회장측과 당장 경영권 분쟁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했다.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이 월등히 많은 데다 산업은행도 당분간 지분을 팔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다만 호반그룹 측은 경영권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장기적인 투자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일 IB업계에 따르면 한진칼 현 경영진의 우호 지분은 당사자인 조원태 회장 및 특수관계인 20.57%와 델타항공 14.9%를 비롯해 LX판토스(3.83%),
GS리테일
(1.5%),
네이버
(0.99%),
한일시멘트
(0.34%) 등을 합쳐 총 4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산업은행 역시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진 않지만 당장 지분을 팔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산업은행은 한진칼의 지분 10.58%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주주이다. 국민연금 지분(5.11%)을 제외하고도 비(非) 호반 측 기관 지분만 50%가 넘는 셈이다.
한진칼은 2020년 11월 산업은행과 유상증자 5000억원 및 교환사채 3000억원 발행을 통한 총 8000억원의 자금 조달 지원을 받으면서 긴밀한 계약을 맺었다. 산업은행이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한진그룹과의 주주 간 계약(투자합의서)에 따르면 △한진칼 및
대한항공
사외이사 3인(감사위원 겸직) 추천권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 협의 및 동의 △경영평가위원회를 통한 대한항공 경영평가 △윤리경영위원회를 통해 그룹 및 계열주 일가의 건전경영 감독 △PMI(인수후통합) 계획 수립 및 이행 △계열주 일가 확약 (한진칼 및 항공 계열사 경영에 무관여 등) △투자합의서의 중요 조항 위반 시 위약벌(5000억원) 및 별도의 손해배상 등 책임 부담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한진칼은 투자합의서에 따라 2024년 산업은행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3인을 신규 선임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은 오랜 구조조정과
아시아나항공
과의 합병 등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경영을 협의해왔다"며 "한진그룹이 특별히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지 않은 이상, 그동안 경영에 함께했던 산업은행 측이 경영권 분쟁에 참여하거나 빌미를 제공할 나설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호반으로선 경영권 분쟁에 나설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지분 매집 경쟁이 시작되면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국내 유일한 대형 국적 항공사로서 경영 안전성에도 떨어질 수 있다. 한진그룹과 산업은행이 어느 정도 거리를 둔 협력 관계라면 미국 델타항공은 '혈맹'수준이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고(故) 조양호 회장 시절부터 친분을 다져오며 2000년 글로벌 항공사 동맹인 스카이팀 창립을 주도했다. 과거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가장 든든한 우군의 역할을 한 곳이 델타항공이다. 일각에선 호반그룹이 정치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대한항공 경영권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지만, 그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최근 한진칼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20.57%를 웃도는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꾸준히 지분을 매집해온 호반그룹은 지난 7월 기준 한진칼 지분 20.15%를 보유해 조 회장 측(20.57%)과의 격차를 0.42%포인트까지 좁혔다. 이번에 1% 미만의 지분을 더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그룹은 조 회장 지분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난달 기업결합을 신고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일정 기준 기업이 다른 상장회사 지분의 15% 이상을 보유하게 됐을 때와 이후 추가 취득으로 최다 출자자가 됐을 때 기업결합을 신고하도록 규정했다. 공정위는 신고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 제한 가능성 등을 심사해야 하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90일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에 질세라 조 회장 역시 지난 2일 내달 3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한진칼 보통주 32만5000주(370억5000만원)를 추가로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공시했다. 거래가 완료되면 조 회장의 지분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종전 20.57%에서 21.06%로 늘어나게 된다.
IB업계에선 호반그룹이 장기적으로 다양한 포석으로 한진칼 지분 매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호반그룹은 과거에도 상장사 지분을 집중 매입한 뒤 주가가 오른 시점에 처분해 차익을 거둔 전례가 있다. 2014년 금호산업 지분 6.16%를 장내에서 확보해 인수설이 나왔고 석 달 안팎에 처분해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에는 호반산업이 대한전선과 기술 분쟁 중인
LS
전선의 모회사 ㈜LS 지분을 4%대까지 사들였다가 매각해 1000억원대 차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한진칼 지분을 매각했다가 재매입한 전례도 있다. 2022년 12월 호반그룹은 한진칼 지분 5.0%(333만8090주)를 친분이 있는
하림
그룹의 해운 계열사인
팬오션
에 1259억원에 매각했다. KCGI와 한진그룹 간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된 이후였다. 그러다 1년 만인 2023년 12월 팬오션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5.85%(390만3973주)를 1628억원에 다시 인수했다. 호반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호반그룹이 당장 한진그룹 경영권에 욕심을 낸다기 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매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가 호반그룹의 한진칼 경영권 참여의 첫 시험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은행 추천 이사들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이사진이 재편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호반그룹은 아직 한진칼 이사진에 진출하진 못했다.
안대규/서형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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