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증 통과해야 본격 협력 가능
한수원이 8일 KHNP AI누리 입주기업과 간담회를 시행했다. (사진=한수원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사장 김회천, 한수원)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육성공간 입주기업의 기술을 실무에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나섰다.
8일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에서 열린 간담회는 단순 지원 행사가 아니라 실무부서 담당자들이 직접 참여해 현장 적용 가능성을 따진 자리였다. 공기업이 스타트업과 맺는 관계가 전시형 협력에서 실증 기반 거래로 바뀌는 신호다.
한수원은 방사선보건원 내 'KHNP AI 누리'를 조성해 AI 스타트업에 공간과 컨설팅을 제공해왔다. 이번 간담회에서 입주기업들은 보유 AI 기술을 소개했고, 한수원 실무진은 업무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질의했다. 도입 절차, 데이터 보안, 실증 방안까지 논의 범위가 확장됐다. 발굴 단계를 넘어 계약 가능성을 타진하는 구조로 전환된 셈이다.
공기업의 스타트업 지원은 대개 공간 제공과 네트워킹 행사로 끝난다. 입주 공간을 주고 간담회를 열지만 실제 매출 연결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다. 한수원이 이번에 실무부서를 간담회에 직접 투입한 이유는 명확하다. AI 기술을 자체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지 검증하겠다는 의도다.
한수원은 AI 디지털 전환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원전 운영과 방사선 관리 분야는 데이터 분석과 예측 모델링이 필요한 영역이다. 외부 대형 솔루션 업체에 의존하는 대신 자체 육성한 스타트업의 기술을 시험할 수 있다면 비용 절감과 기술 내재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입주기업 입장에서는 레퍼런스 확보와 매출 발생이 동시에 가능해진다.
간담회에서 논의된 실증 방안은 개념검증(PoC) 단계를 의미한다. 스타트업 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소규모로 검증하는 과정이다. 데이터 보안 문제가 함께 거론된 건 원전 관련 정보가 민감하다는 점 때문이다. 한수원이 외부 기술을 도입할 때 가장 먼저 따지는 건 보안 체계다.
실증을 통과한 기업은 한수원과의 본격 계약 가능성이 열린다. 한수원은 향후 연구개발(R&D) 지원, 수출 및 경영 컨설팅 등 다각적 지원을 지속한다고 밝혔다. 단순 공간 제공을 넘어 기술 검증, 계약 연결, 해외 진출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공기업에 밸류업 과제를 요구하고 있다. 단순 사회공헌이 아니라 실질적 성과를 내는 협력 모델을 만들라는 주문이다. 한수원의 이번 움직임은 그 압박에 대한 응답이다. AI 전환을 추진하면서 자체 육성한 스타트업의 기술을 실무에 도입하면 예산 효율성과 협력 성과를 동시에 입증할 수 있다.
다만 실증 통과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스타트업 기술이 원전 운영이라는 고도화된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할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한수원 실무진이 요구하는 수준을 입주기업이 맞출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번 간담회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지 여부가 한수원 협력 모델의 실효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넷뉴스 임효정 기자(im@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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