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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번도 겪은 적 없는 3高 시대…‘에버 타이트닝’

인공지능(AI) 산업을 향한 천문학적인 투자 수요가 그것이다. 첫 번째 핵심 요인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비롯된... 세 번째 변수는 AI 패권 전쟁에 따른 막대한 자금 수요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 주도권을 쥐기...

한번도 겪은 적 없는 3高 시대…‘에버 타이트닝’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을 비롯한 중동 지역 지정학 위기가 고조되며, 국제유가 급등과 원화 가치 추락이 한국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달러당 원화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 선을 위협받는 가운데, 수입 물가 상승이 국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시장은 하반기 글로벌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환호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만에 장밋빛 전망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신한 단어는 ‘에버 타이트닝(Ever-Tightening)’이다.

에버 타이트닝이란 매경이코노미가 고안한 신조어로 일시적인 금리 인상을 넘어, 지정학적 블록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막대한 재정 지출 등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고금리와 고물가 국면이 새로운 표준(뉴노멀)으로 굳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매경이코노미는 기약 없는 고금리 시대가 진정 자리 잡을 것인지, 향후 경제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 다각적으로 짚어봤다.

올해 기대하던 ‘장밋빛 전망’ 사라졌다

매경이코노미는 국내 경제 금융 전문가 15명을 대상으로 향후 경기 관련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현재 글로벌 통화 정책 기조를 불확실성 확대 국면 혹은 사실상 ‘긴축 유지’로 진단하며, 기약 없는 고금리 시대의 도래를 경고했다.

이들은 한발 더 나아가 고금리가 고유가와 고신용 리스크로 이어지는, 이른바 3고(高)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 위기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드는 고유가 상황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장기화된 고금리는 한계 기업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가계부채의 부실 우려를 키우며, 금융 시장 전반에 고신용 리스크를 확산시킬 수 있다. 이는 중앙은행이 다시 돈줄을 풀어 경제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시장 기대를 저버리게 만든다.

미·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버 타이트닝 3대 핵심 변수

전문가들은 에버 타이트닝이 도래할 수밖에 없는 세 가지 구조적 이유를 지목했다. 글로벌 공급망 훼손이라는 실물 경제의 위기, 국가 주도의 막대한 재정 적자라는 공공 부문의 변화, 인공지능(AI) 산업을 향한 천문학적인 투자 수요가 그것이다.

첫 번째 핵심 요인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비롯된 국제유가 불안이다.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로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위협받으면 공장 가동을 위한 연료비가 급등한다. 이는 주유소 기름값이 오르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물건을 만드는 생산 비용과 실어 나르는 물류비를 연쇄적으로 상승시켜, 결국 소비자가 완성품을 구매하는 가격까지 도미노처럼 밀어 올린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공급측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물가라는 경제의 열을 내리기 위해 중앙은행이 고금리라는 해열제를 처방한다. 하지만, 밖에서 전쟁이라는 뜨거운 바람이 계속 불어오니 열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형국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이란의 갈등, 미중 패권 다툼 여파로 발생한 공급망 교란이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전쟁이 조기에 종결되더라도 파괴된 물류망과 국가 간 불신을 회복하는 데에는 장기간 후폭풍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두 번째 변수는 전 세계 정부가 빚을 내 지출을 늘리는 확장 재정이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부양과 자국 첨단 산업 보호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세금으로 거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아지면, 정부는 모자란 자금을 채우기 위해 국채라는 차용증을 시장에 발행한다. 시장에 정부의 차용증이 물밀듯이 쏟아지면, 이를 사줄 투자자를 찾기 위해 정부는 이자를 더 얹어줄 수밖에 없다. 채권 공급이 넘쳐나니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반대로 국채 금리는 올라간다.

중요한 점은 사실상 무위험 자산인 국채의 금리가 시중 모든 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기준점인 국채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나 기업의 신용대출 금리 역시 덩달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재정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부족분을 채권 발행으로 보전하려다 보니, 채권이 소화되기 위해 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세 번째 변수는 AI 패권 전쟁에 따른 막대한 자금 수요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 주도권을 쥐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고 전력망을 확충하며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들 거대 기업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 시장으로 몰려가면서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돈을 빌리려는 기업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니, 돈의 값인 금리가 떨어질 틈이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복합적 위기는 자칫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경기 침체로 가계부채가 쌓이고 내수 시장 기반이 약화된 상태에서 금리 인상은 악순환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4호(2026.04.08~04.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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