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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기평, “BBB급 3.9조원 1년 내 만기…차환 실패 땐 시스템 리스크”

한국기업평가는 투자등급 하단인 BBB급 기업의 차입 만기가 단기간에 집중되면서 차환 실패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밀려난 BBB급 기업들이 사모채와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대체 조달에 의존하면서다.

한기평, “BBB급 3.9조원 1년 내 만기…차환 실패 땐 시스템 리스크”

한국기업평가는 투자등급 하단인 BBB급 기업의 차입 만기가 단기간에 집중되면서 차환 실패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밀려난 BBB급 기업들이 사모채와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대체 조달에 의존하면서다.

한국기업평가는 28일 ‘투자등급 하단의 균열, 금리 상승기 짧아지는 차입만기와 커지는 차환위험’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기에 BBB급 기업의 만기 집중은 차환 실패 시 다수 기업이 동시에 유동성 위기에 노출되는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소지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기평이 장·단기 유효 신용등급을 보유한 BBB급 기업 56개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회사채 등 시장성 조달 잔액은 총 6조562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0%인 3조9156억원의 만기가 향후 1년 안에 돌아온다.

BBB급 비금융기업 43개사의 단기성 차입 비중은 2022년 말 48.6%에서 올해 3월 말 60.4%로 높아졌다. 차입 만기가 짧아지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금리 상승도 BBB급 기업의 재무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한기평은 올해 조달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추가 이자비용이 지난해 BBB급 기업 영업이익의 13.7%,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의 7.2%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개별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유사 신용등급 기업에서 부도나 회생절차 신청이 발생하면 투자심리가 함께 얼어붙어 차환이 막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모채 시장의 신용등급별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 올해 1~5월 BBB급 회사채 발행액은 49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7% 감소했다. 같은 기간 A급과 AA급의 감소율인 38.1%, 37.8%보다 낙폭이 컸다. 반면 AAA급 발행액은 3조5000억원에서 4조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일반회사채 발행액에서 BBB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최대 9.9%에서 올해 1~5월 2.2%까지 축소됐다.

장기 회사채 발행이 막힌 자리는 CP와 전자단기사채가 메우고 있다. 올해 1~5월 CP·단기사채 발행액은 754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4% 증가했다. 전체 채권 발행액 가운데 CP·단기사채 비중은 지난 5월 92.4%까지 상승했다.

최근 발생한 채무불이행도 차환 위험이 기업 부실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 이후 CP와 전단채, 카드대금채권 유동화증권의 차환 부담이 커지면서 지난해 3월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담보가치 하락과 단기사채 차환 부담이 겹치면서 지난 4월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중앙그룹도 주요 계열사의 신용도 하락이 유동화증권 차환 부담으로 이어지며 계열 전반으로 유동성 위기가 번졌다.

한기평은 정책당국을 향해 비우량기업에 대한 단순한 성장자본 공급을 넘어 차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기평은 “생산적 금융 전환과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확대, 국민성장펀드 조성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BBB급의 차환 여건을 개선하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투자등급 하단에서 실제 부도 사례가 발생한 현 상황을 위험 국면으로 판단하고 정책 대응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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