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선경그룹(현 SK그룹)이 한국이동통신을 시가의 4배에 인수했을 때, "통신을 모르는 그룹이 무슨 배짱이냐"는 회의론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현재 이러한 말을 하는 '무식한 자'는 없다.
선경의 선택은 대한민국 이동통신 역사의 분기점이었다. 그리고 한국이동통신에서 SK텔레콤으로 이름을 바꾼 이 회사는 2세대 CDMA부터 5세대(5G)까지 매 세대 세계 최초 상용화를 기록했다. 그 궤적 자체가 대한민국 이동통신 산업의 역사 그 자체다.
1997년 3월 24일, SK텔레콤으로의 사명 변경 및 신 CI 선포식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SKT
민영화가 상용화를 앞당기다
CDMA 기술 개발이 진행되던 1993년, 김영삼 정부와 함께 제2이동통신 사업자 재선정과 한국이동통신 민영화가 동시에 추진됐다. 쉬운 길은 아니었다.
1992년 대한텔레콤이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획득했으나 선경이 반납하는 우여곡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반납은 선경에 훗날 한국이동통신 경영권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고, 정부에는 CDMA 상용화 시간을 벌어주는 결과가 됐다.
윤동윤 체신부 장관이 1993년 6월 사업자 선정을 1년 연기한 것도 국산 CDMA 장비 준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1994년 전경련이 신세기이동통신을 제2 사업자로 선정하고, 선경이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면서 민영 통신사 간 경쟁이 시작됐다. 이 경쟁 체제가 CDMA 상용화를 앞당기는 동력이 됐다.
민영화 이후 한국이동통신의 과제는 CDMA 네트워크 구축이었다. ETRI와 삼성·LG가 기술·단말기를 개발하면, 이를 실제 서비스로 구현하는 역할이었다.
불굴의 의지로 난관을 헤쳐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1995년 12월 시험통화 성공에 이어, 1996년 1월 1일 세계 최초 CDMA 상용화에 성공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문자 메시지 등 데이터 통신이 가능해졌고, 통화 품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15년 뒤처졌던 통신 기술 격차가 단숨에 좁혀진 순간이었다.
'디지털 011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라는 광고 카피는 산악 지형에서도 안정적 통화를 보장하는 CDMA의 기술적 자신감을 담고 있었다. 상용화 9개월 만에 전국망이 구축됐고, 가입자는 1998년 1000만 명을 돌파해 1999년 유선전화를 추월했다.
이들은 1997년 SK텔레콤으로 사명을 바꾸며 10대의 Ting, 20대의 TTL, 직장인의 UTO 등 세대별 브랜드 전략을 선보여 업계에 새 지평을 열기도 했다.
2000년 1월 세계 최초 IMT-2000 영상통화에 성공, 2002년에는 동기식 IMT-2000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며 동영상·화상전화가 가능해졌다. 네이트, 멜론, 준(June) 등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이 잇달아 출시되며 초기 생태계가 형성됐다.
2006년 5월 세계 최초 HSDPA(3.5세대)를 상용화하며 데이터 속도가 최대 14.4Mbps까지 올라갔다. 이때 '스피드 011'은 현재의 'T' 브랜드로 전환됐다. 통신의 핵심 가치가 음성에서 데이터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한 변화였다.
2011년 7월에는 국내 최초 4G LTE를 상용화하기도 했다. 최대 75Mbps 속도는 3G의 약 5배. 스마트폰 대중화와 맞물려 모바일 인터넷 혁명을 촉발했다.
배달 앱, 모바일 결제, 카카오톡, OTT 서비스가 일상에 파고들며 소비 패턴과 산업 구조가 재편됐다. 2013년 6월 세계 최초 LTE-A(최대 150Mbps), 2014년 1월 세계 최초 3밴드 LTE-A(최대 300Mbps)를 잇달아 상용화하며 속도 경쟁 선두를 지켰다. K팝·K드라마의 글로벌 유통도 LTE 인프라 위에서 이뤄졌다.
그리고 2019년 4월 3일 오후 11시, 세계 최초 5G 상용서비스를 개시했다.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을 특성으로 하는 5G는 통신을 산업 인프라로 확장시켰다. 스마트 팩토리, 원격 장비 제어, 무인 물류 등 디지털 전환의 기반이 마련됐다.
SK텔레콤에 5G는 기업 정체성의 전환점이기도 했다. 통신사에서 AI 컴퍼니로 변신을 선언하고, 2022년 AI 서비스 '에이닷(A.)'을 출시했다. AI 데이터센터·모델·서비스를 아우르는 풀스택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종훈 SK텔레콤 네트워크전략담당은 "AI 시대에 네트워크는 데이터를 학습·처리하는 '지능형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며 "전 산업의 생산성을 결정짓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1984년 3월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주식회사 출범 사진. 왼쪽부터 초대 유영린 사장, 한국통신 이우재 사장. 사진=SKT
30년의 기록이 말하는 것
세계 최초 CDMA(1996년), HSDPA(2006년), 5G(2019년) 상용화로 이어지는 기록의 역사는 각각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열고 ICT 지형을 바꾼 전환점이었다. '통신을 모르는 그룹'에서 AI 컴퍼니로, SK텔레콤의 30년은 대한민국 이동통신의 30년과 정확히 겹쳐진다.
그 역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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