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타운 앞 걸려 있는 대한민국 국기(왼쪽)과 삼성전자 사기.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삼성전자가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57조원을 넘어서며 한국 산업·경제 역사를 다시 썼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의 폭발적 증가와 삼성전자의 세계 최대 규모 생산능력(CAPA)이 시너지를 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AI 투자 열풍에 따라 올해 삼성전자가 확실한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하는 가운데, 글로벌 영업이익 1위 기업 등극까지 점치는 분위기다.
여기에 반도체 부활을 완벽하게 이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개인 변수를 전부 털어내며, 삼성전자는 더욱 과감한 투자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전체 영업익 단 1분기에 넘어서
7일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이 연결기준으로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은 41.73%, 영업이익은 185.00% 높아졌고,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8.06%, 영업이익은 755.01% 폭증했다.
이번 실적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20조원)의 2배가 넘고,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43조6011억원)까지 크게 웃돌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 평균인 38조1166억원도 약 50% 넘어서는 깜짝 실적이다. 이번 분기보다 연간 전체 영업익이 많았던 경우는 반도체 최대 호황이었던 2018년(58조9000억원) 한 번뿐이다.
이번 실적에서 부문별 성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반도체(DS부문)가 이를 견인한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중순부터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등 핵심 고객사에 최신형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기 시작하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2분기 4조700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3분기 12조1000억원, 4분기 20조원을 돌파했다.
HBM뿐만 아닌, AI 서버용·범용 메모리 수요 전반이 급증하면서 D램, 낸드, 더블데이터레이트(DDR) 등 삼성전자 반도체 제품 모두에 주문이 밀려들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시장에서는 메모리 부족 현상이 심각해졌다. 이로 인해 폭등한 메모리 가격은 삼성전자의 이익을 더욱 밀어 올렸다. 올 1분기 범용 D램과 낸드 가격은 전 분기 대비 약 90% 상승했다.
다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이번 분기 실적 턴어라운드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증권은 파운드리가 1분기 1조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 TV, 가전 등 완제품(세트)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반도체 가격 급등에 이익이 줄은 것으로 추정된다.
DX부문의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사업부는 지난해 1분기 4조3000억원의 절반 수준인 2조원대 영업익이 예상된다.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는 이전 분기 6000억원 적자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적자 또는 소규모 흑자로 소폭 개선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조원, 전장 사업을 맡고 있는 하만은 2000억~3000억원 수준의 영업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 사업 중심의 DS부문 매출 및 이익 상승과 스마트폰·가전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의 시장 경쟁력 강화로 전사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본 실적은 이달 말 공개된다.
◆AI 메모리 초호황 올해 지속… '상승 여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 22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해 팹(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역대급 초호황이 최소한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AI 메모리 수요가 견조한 데다, 삼성전자의 CAPA가 세계 최대 수준이기 때문에 물량을 소화할 여력도 충분하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로직,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모두 갖춰 이번 메모리 슈퍼 사이클의 최대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술력에 있어서는 지난 수년간 HBM 후발주자라는 불명예가 따라왔지만, 이젠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평가다. 이는 ‘HBM4’에서 증명되고 있다. 지난 2월 글로벌 메모리 기업 최초로 HBM4를 양산 출하하는 데 성공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가장 먼저 HBM4를 출하해 여전한 기술 우위를 과시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1분기가 지나버렸음에도 SK하이닉스의 HBM4 출하가 늦어지며 상황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HBM 주도권이 SK하이닉스 우위에서 급격하게 조정되는 분위기”라며 “SK하이닉스의 HBM4 기술이 완성됐음에도 내부적 이유로 인해 엔비디아 출하가 미뤄지고 있어, 이 틈을 타 삼성전자의 공급자 지위가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도 긴 적자 터널을 지나 올해 영업이익 가시화가 눈앞에 있다. 테슬라가 주문한 대규모 AI칩 수주가 본격적으로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며, HBM4부터 파운드리의 공정 참여가 확대되며 사업부의 일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텍사스주(州)에 건설한 새 파운드리 공장도 현재 가동 준비 단계에서 이르면 하반기 초기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삼성전자 영업익 컨센서스를 202조원에서 302조원으로 50% 상향 조정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은 2분기에도 상승 흐름이 이어지며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1분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가속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史 신기원 이뤄… 이재용 '뉴삼성' 시작
지난달 13일 유럽 출장 일정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3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최대 호황기를 이끌고 있는 이재용 회장은 반도체 난맥상을 해결한 데 이어 AI 공급망 필수 기업으로 삼성전자의 위상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
이번 최대 실적을 통해 이 회장은 이병철 창업회장, 이건희 선대회장에 이은 진정한 의미의 ‘뉴삼성’을 시작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반도체 위기를 해결한 리더십을 주목한다. 삼성전자는 2023년 일명 ‘5만전자(주가가 5만원대에 갖힌 상태)’까지 추락했다. 당시 반도체 기술력에서 심각하게 뒤처졌다는 말이 나오며 ‘AI 시대에 적응못한 기업’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이에 이 회장은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을 원톱 배치하고 전면 개혁을 주문했다. 전 부회장은 HBM 전담팀을 구성하고 인력을 끌어모아 전사적 역량을 기술 회복에 쏟아부었다. 이 회장도 해외를 발로 뛰며 직접 영업에 나섰다.
지난 2월 출하한 HBM4는 이 노력의 결실로 풀이된다. 현재 전 세계에서 HBM4를 양산·출하한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HBM4는 전 세대인 ‘HBM3E’에 비해 공정 난이도가 압도적으로 상승한 데다, 업계 최초로 1c 공정 D램을 적용하는 모험까지 걸어 성패가 불분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이 전 부회장의 전략을 신뢰하고 전폭 지원해 결과적으로는 엔비디아가 공급을 가장 먼저 승인하는 쾌거를 만들었다. 삼성전자 부활 국면에서 이 회장의 과감성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김동원 연구원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배 증가한 327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2027년 488조원의 영업이익을 당성하며 전 세계 영업이익 1위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해 사법리스크를 해소한 데 이어 이달에는 상속세 문제도 완전히 해결해 개인 변수를 없앴다.
특히 이 회장은 이건희 선대회장의 지분을 흡수하며 삼성전자 지분이 상속 전 0.70%에서 현재 1.67%로, 삼성물산 지분은 17.48%에서 22.01%로, 삼성생명 지분은 0.06%에서 10.44%로 늘어 지배력이 더욱 강화됐다.
이 회장은 확실한 왕권을 기반으로 투자 및 혁신 경영에 있어 더욱 과감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춘 등기이사 복귀 시점도 본격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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