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반도체 정책 대부’ 주대영 한국반디학회 선임연구위원
“정부 출연 반도체연구소 부재···인력 양성 ‘어머니’ 역할 가능”
“산업부 산하 반도체산업진흥회 신설해 정부와 직접 소통 늘려야”
주대영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선임연구위원 / 사진=본인 제공
반도체 호황과 AI 확산 속에서 삼성전자의 실적과 위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업 성과를 넘어 산업, 시장, 나아가 한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본지는 삼성전자를 둘러싼 주요 이슈를 짚고, 그 성장이 한국 경제에 던지는 의미와 과제를 10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삼성전자를 축으로 한 초격차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규제 완화,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 등 정부의 특단 지원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반도체특별법이 지난 1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오는 3분기 본격 시행이 예정됐지만, 직접 보조금은 여전히 충분치 않고, 반도체업계가 요구해온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도 결국 제외되면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반도체 정책 컨트롤 타워 성격의 대통령 소속 기구 신설을 예고했지만, 또다시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에 그치진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중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한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정부 차원의 특단 조치가 시급하단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주대영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 협회의 기능을 넘어서는 산업통상부 산하의 반도체산업진흥회 조성과 정부 출연의 반도체기술연구원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주 연구위원은 지난 1982년 산업연구원에 입사해 2016년 세종시 국책연구단지 산업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다 정년 퇴임했다. 퇴임 후에도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40여년간 반도체 정책 연구를 이어온 한국 반도체산업 정책의 ‘대부’로 불린다.
그는 “반도체산업진흥회를 통해 정책 관련해서 정부와 직접적으로 빠르게 소통할 수 있는 여건이 생기게 된다”며, “이처럼 반도체만 순수하게 연구해서 정책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단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를 국가 안보의 핵심 산업이자, 국가 인프라로 지칭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얘기하면서도 정부 출연 연구소 하나 없다는 게 참 답답한 노릇”이라며, “반도체기술연구원이 있으면 계속 거기에 쌓이면서 기술 축적이 가능하고, 여기에서 기술을 쌓아온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기업에도 가고 학교로도 가면서 하나의 인력을 양성하는 ‘마더(어머니)’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주 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Q. 반도체특별법이 지난 1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오는 3분기 중 시행 예정인데, 여전히 미국·중국·일본 등과 비교하면 직접 보조금은 약하다는 평가다
우리나라는 직접 보조금에 대한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에 직접 보조금 지원은 기본적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대기업에 대한 지원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보조금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는 법안을 조정하는 부분에서 “삼성전자는 돈을 잘 버는데 왜 거기를 지원해주냐”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은 상황이 다르다. 일본은 대만의 TSMC를 유치하기 위해 정부에서 투자금 절반 이상을 현금으로 보조해 주고 있으며, 미국도 인텔 지분 10%를 투자하며 공기업화되도록 만들어서 이를 육성시키고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이며, 중국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정부 지원이 시급한 분야가 있는데, 바로 파운드리다. 현재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파운드리 업체에 정부가 투자를 해서 공공 파운드리 형태로 바꿔 운영한다면 우리 시스템반도체 산업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삼성전자는 큰 기업들 수요를 중심으로 운영 중이어서 국내 작은 팹리스 기업들의 수요를 모두 받아주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대만 TSMC도 시작은 당시 정부 자본을 기반으로 성장한 사실상 국책 기업이다. 대만 정부의 투자로 다 키웠다가 이후 민영화된 건데 아직도 정부 지분이 남아 있다. 한국도 공공 파운드리 설립을 통해서 국내 반도체의 밸류체인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서 현금 지급은 꼭 필요한 부분이다.
Q.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쟁력을 위해 정부도 지원에 나서겠다 하지만 전력·용수와 같은 인프라 부분을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과거엔 그냥 전봇대를 많이 설치해서 발전소에서 끌고 오면 됐던 건데, 지금은 송전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어떤 식으로든 송배전을 해야 하는데 지금 육상으로 송전탑을 만드는 비용은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너무 크다. 이재명 정부에서 ‘에너지 고속도로’를 추진하고 있지만, 10~20년 후의 이야기다. 지금은 관련 예산조차 제대로 편성되지 않은 상태다.
용인 처인구 이동·남사읍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감도 / 사진=용인시
대책으론 지하에 케이블을 매설해 송전하는 형태로 가는 방안이 꼽힌다. 지상 위 공중으로 선(전기 케이블)이 지나가면 논밭이나 바다를 지나가더라도 그 밑에 있는 농어촌 토지 소유자들에게 ‘선하지 보상’ 제도에 따라 다 보상을 해줘야 한다. 한전에서 그 권리를 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하로 일정 깊이 이상 내려가서 선이 지나가게 되면 선하지 보상 규제에서 제외된다. 물론 초기 설치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여기에선 국가 소유가 되는 것이니 먼 곳에서 끌고 오더라도 마을마다 일일이 토지 보상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외에도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가 유력한데, 이건 아직 기술이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Q. 반도체특별법에서 논란이 많았던 주 52시간 예외 항목도 결국 제외한 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연구개발(R&D) 부분만이라도 주 52시간 근무 제한에서 예외해 달라고 계속 주장해왔다. R&D에서 이렇게 법으로 근무 시간을 규제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엄청난 돈을 투자해 미국 유명 대학의 인재를 한국으로 데리고 와서 일을 시킨다고 치자. 그런데 주 52시간 이하로 근무 시간이 제한된다면, 그 연봉을 지급하는 기업 입장도 그렇고 그 당사자도 그렇고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일을 열심히 해서 꿈을 이루려는 젊은 인재에게도, 인재 육성을 통해 기업을 키우려는 회사에도, 이런 식으로 다 규제하면 나라 발전이 되기 어렵다.
Q. SK하이닉스 용인 1기 팹 옆에 지어지는 ‘트리니티 팹’의 활용에 대해 많이 주목하고 있는데, 이게 잘 운영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트리니티 팹이 지어지면 소부장 업체들이 와서 너도나도 테스트를 할 텐데, 기업들이 기술 유출을 우려하진 않을까 걱정이 된다. 고객사 한곳에서 요청해 납품을 보장해준다는 식으로 테스트를 진행하는 거라면 당연히 트리니티 팹을 활용할 수 있겠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모두에 납품하는 업체의 경우 테스트에 선뜻 나서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어떤 곳은 트리니티 팹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데, 또 어떤 곳은 기다려도 안 해준다면 분명히 불만이 있을 것이다. 이런 원칙과 기준 측면에서도 미리 대비해서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Q. 반도체특별법에 따라 대통령 소속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가 설치되는데, 반도체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이 제대로 실행되려면 어떤 세부 정책들이 뒷받침돼야 할까
대통령 소속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관련해서 아직 구체적인 시행령이 나오진 않았는데 그 역할과 기능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생략할 수 있다든지, 과학기술자문위원회와 같이 의결권을 가진다든지 등 상당히 강한 권한으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에 운영 중인 일부 자문위원회는 겉으로는 직원도 많고 활동도 많은 것 같지만 큰 권한이 없는 실정이다. 소부장 지원 예산을 확정 지을 수 있어야 하며, 인허가 측면에서도 수도권 등 지자체에 강하게 얘기할 수 있는 기구가 돼야 한다. 단순 자문 역할의 기구에서 벗어나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강한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
Q.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첫 삽을 뜨기 전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미·중 중심의 반도체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보다 속도감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어떤 자세로 풀어야 할까
반도체산업을 전체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반도체산업진흥회라는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엔 기계산업진흥회라는 것이 있다. 기계산업진흥회는 기존 기계산업협회에서 바꾼 것으로, 통계조사·육성 정책 수립 등 특정한 부분을 정부에서 위임받아 역할을 하고 있다. 협회는 이름 그대로 단순히 기업을 대변하는 역할에 그친다면, 진흥회는 산업발전법을 근거로 해서 산업부 산하에 조성되는 사단법인이다. 기존 협회 기능에 진흥 기능까지 맡기는 것으로, 각 산업에서 협회의 역할을 더 확대해 정부의 특정 업무를 위탁받아 직접 진행한다.
반도체에서도 반도체산업진흥원을 설립해서 순수하게 반도체산업에 대한 각종 정책을 개발할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반도체 관련 통계조사를 하고 있지만, 사실상 정확한 통계가 하나도 없다. 협회도 기업들을 대표하는 곳이다 보니 통계에서 제대로 된 수치를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진흥회의 경우 정부에서 지원받는 기구다 보니, 정확하게 통계를 내서 발표해야 할 의무를 갖게 되고, 정책 관련해서 정부와 직접적으로 빠르게 소통할 수 있는 여건이 생기게 된다. 이처럼 반도체만 순수하게 연구해서 정책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단체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정부 출연의 반도체기술연구원 설립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품목 1위로,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분야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곳에서만 합산 법인세가 약 100조원에 이를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렇게 돈을 낼 수 있는 산업군이 어디에 있나. 그런데도 국가 출연 반도체연구소 하나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반도체 소재·화학물질의 성분 평가, 표준화 등 기초적인 부분들은 모두 공공연구소에서 만들어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것까지 전부 민간 기업에 알아서 하라고 방치한다. 반면 외국에선 국가 출연 연구소를 통해 이런 작업을 모두 지원해준다. 한국에서도 반도체를 제외하곤 기계·화학·정보통신·건설·선박·식품 등 각 분야에선 국가 출연 연구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는 돈 많이 버니까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별도의 국가 출연 연구소를 만드는 게 어렵다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와 같은 큰 연구소에 정부가 지원해주는 반도체 분원이라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경기 화성시 동탄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6·3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에서 '세계1위 반도체 강국 도약!'이라고 쓰고 서명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보였다. / 사진=연합뉴스
반도체를 국가 안보의 핵심 산업이자, 국가 인프라로 지칭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얘기하면서도 정부 출연 연구소 하나 없다는 게 참 답답한 노릇이다. 반도체는 과제가 많아서 각자 과제를 따내서 전부 자기 논문 쓰는 데만 활용하다 보니 전체 산업 차원에서의 기술 축적이 어렵다. 반도체 전문 연구소가 있으면 기술 축적이 가능하고, 여기에서 기술을 쌓아온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기업에도 가고 학교로도 가면서 하나의 인력을 양성하는 ‘마더(어머니)’ 역할을 하게 된다. 대만은 그렇게 하고 있다. 대만 연구소에서 인력을 배출해 TSMC도 만든 것이다. 미국도, 일본도 정부 출연 연구소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이재명 현 정부가 국가 주도의 반도체 기술연구원을 주도해 설립한다면 반도체 사업에선 큰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Q.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의 또 어떤 특단의 지원 정책이 필요할까
반도체 소부장 전용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해야 한다. 소부장도 이제는 실험실에서 개별 연구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AI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데이터 축적을 계속해야 한다. 그런데 소부장 업체들이 AI 데이터를 단독으로 구축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여건이 부족하다. 정부에서 이를 지원해 소부장 전용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했으면 좋겠다. 대만도 AI 엔진쪽은 구글과 같은 빅테크 지원을 받아 (소부장 전용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일본도 이제 시작했다. 우리도 데이터센터 안에서 빅테크 업체와 협력해 관련 소프트웨어를 제공받고, 또 기술에 대해선 철저하게 보호할 수 있는 칸막이를 설치해서 공동 소부장 전용의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운영한다면,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장비 최적화를 진행할 수 있다. 큰 업체들은 각자 구축할 수 있지만, 소부장 업체들은 아직 어려우니까 이런 인프라가 필요하다.
아울러, 일본 소부장 산업과의 협력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일본은 반도체에서 소부장이 워낙 발달해 있지만, 소자업체가 다 무너졌다보니 전부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 투자도 많이 하고 있다. 우리가 일본의 반도체 소부장 업계를 품을 수 있다면 합작회사를 늘린다든지, 한일 간 반도체 교류회를 이어 나간다든지 등 같이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우리가 워낙 소부장이 취약하니까 일본을 잘 활용하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반도체 과학관을 구축해야 한다. 지역마다 각종 과학관이 많은데 반도체 과학관은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는 삼성전자가 쓰지 못하는 장비를 갖고 와서 전시해도 되며, 그린벨트 지역에 만들어 운영할 수도 있다. 그러면 부지 확보에 대한 걱정도 덜도, 비용도 크게 들지 않을 것이다. 지방에 반도체 과학관을 크게 하나 조성해서 학생들이 와서 견학도 하고, 반도체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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