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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국경제 방향타 삼성③] 삼성전자, AI 시대 '글로벌 공급망 키' 잡았다

반도체 호황과 AI 확산 속에서 삼성전자의 실적과 위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업 성과를 넘어 산업, 시장, 나아가 한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본지는 삼성전자를 둘러싼 주요...

[한국경제 방향타 삼성③] 삼성전자, AI 시대 '글로벌 공급망 키' 잡았다

HBM 넘어 LPDDR6·PIM·HBF 등 차세대 AI 메모리 라인업 강화

‘캐파+기술’로 선두 굳히기···삼성 공급망에 몰리는 글로벌 빅테크

사진=삼성전자, 자료=삼성전자 및 업계 전망,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반도체 호황과 AI 확산 속에서 삼성전자의 실적과 위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업 성과를 넘어 산업, 시장, 나아가 한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본지는 삼성전자를 둘러싼 주요 이슈를 짚고, 그 성장이 한국 경제에 던지는 의미와 과제를 10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를 뒷받침할 하드웨어 핵심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라는게 업계 정설이다. D램·낸드플래시에서 세계 최대 생산능력(캐파)을 확보한 삼성전자가 글로벌 AI 인프라의 병목을 쥘 수 있는 위치에 있단 해석도 자연스레 뒤따라온다.

실제 최고 성능의 AI 인프라를 요구하는 빅테크와 주요 칩 메이커들은 삼성전자와 장기 메모리 공급계약(LTA)을 체결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우 회사가 준비한 캐파가 사실상 완판된 상태로, 일부 GPU·주문형 반도체(ASIC) 업체와 하이퍼스케일러 사업자들은 메모리 수요 증가 추세를 감안해 삼성전자에 단기형 공급계약도 요청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달 회사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도체 부문은 중장기 사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건전한 메모리 수급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우리 사업 성장을 계속 꾸준하게 성장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며, “지금까지 고객사들과 공급계약을 연 또는 분기 단위로 진행했다면, 이제는 3~5년의 다년 공급계약 형태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고객과 당사 모두 예측 가능한 사업 안정성과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고 여기에 대응해서 투자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된다”며, “이를 통해 시장 변화에 좀 더 사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AI 메모리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앞세워 경쟁 우위를 이어간단 구상이다. HBM4(6세대)에서 자신감을 확보한 만큼, 다음 AI 인프라를 견인할 신규 메모리 시장에서도 선두 수성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HBM4에서 부활 성공···점유율 확대 전망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반도체 위기론이 확산했던 배경에는 HBM 부진이 자리했다. 메모리 구원투수로 투입된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결단이 전환점이 됐단 평가다. 전 부회장은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부진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한 뒤 조직이 주저하던 과제를 강한 실행력으로 밀어붙였다.

대표 사례가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D램 설계를 전면 재정비한 결정이다. 위기 국면에서 비용 절감에 무게가 실리던 삼성전자 내부 기류를 뒤집고 근본 처방에 나섰단 점에서 초강수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이 판단이 최근 삼성전자 반등의 신호탄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HBM4 / 사진=삼성전자

HBM3E(5세대)까지 주요 거래선인 엔비디아 퀄테스트 통과가 지연되며 경쟁사에 밀리던 삼성전자는 HBM4에선 개발 착수 단계부터 최선단 공정인 10나노급 6세대(1c) D램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HBM 코어다이 제작에 적용했다. 아울러, 1c D램 개발 과정에서 수율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전세대인 10나노급 5세대(1b) D램보다 칩 다이(die) 사이즈를 키우는 방식으로 재설계를 단행했다.

삼성전자는 그 결과 엔비디아의 HBM4 조기 품질 검증을 통과하며 경쟁사 중 가장 먼저 제품 양산 출하에 성공했다. 올해는 HBM3E가 여전히 시장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지만, HBM4 비중이 높아지는 올 하반기와 내년부턴 삼성전자도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등 시장조사업체는 삼성전자가 올해 HBM 시장에서 30% 가까이 점유율을 회복할 것으로 예측했다.

◇저전력 메모리 중요성 높아진다···삼성전자, ‘LPDDR’ 진화 주도

삼성전자는 HBM을 넘어, 다음 AI 시대의 핵심으로 부상할 차세대 메모리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OCAMM(소캠)2는 모바일용 저전력 메모리인 LPDDR을 모듈화해 서버 시장을 공략하는 제품으로, 엔비디아의 베라 중앙처리장치(CPU)에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LPDDR 최신 버전인 LDDR5X 기반 소캠2의 엔비디아 품질 검증을 완료하고 이미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 소캠2에는 1b나노 공정이 적용됐으며, 고객사가 요구하는 수준의 수율과 성능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베라 CPU에는 16단으로 적층된 LPDDR5X 기반의 소캠2 모듈이 양옆에 4개씩, 총 8개가 탑재된다. 삼성전자가 양산한 소캠2의 용량은 192GB로, 하나의 CPU에서 약 1.5테라바이트(TB)의 용량을 구현할 수 있다. 동작 속도는 최대 초당 9.6기가비트(Gbps)다.

LPDDR5X 기반으로 프로세싱 인 메모리(PIM) 양산도 준비 중이다. PIM은 메모리에 연산 기능을 내장해 메모리 자체에서 데이터 일부를 직접 계산하는 개념의 기술로, 메모리에서 CPU·GPU로 데이터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목 현상을 해결하고 속도 향상과 전력 소모를 대폭 줄일 수 있단 점에서 AI 처리에 필수적인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LPDDR5X-PIM을 통해 기존 LPDDR5X 대비 대역폭을 8배 넓히는 동시에 전력 소모는 50%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대역폭은 PIM 연산 기준으로 614GB/s에 달했다. 메타의 3세대 거대언어모델(LLM)인 라마3를 대상으로 자체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같은 연산에 대해서 신경계처리장치(NPU)와 LPDDR5X-PIM을 함께 뒀을 때 성능이 3.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시스템에서의 에너지 소비는 40% 감소해서 전체 6배 개선됐다.

회사는 이를 통해 AI 추론용 가속기 시장을 공략한단 방침이다. 올 하반기 고객사에 시제품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 세대 제품인 LPDDR6의 표준화도 주도하고 있다. LPDDR6는 입출력(I/O) 단자 수가 기존 64개에서 96개로 확장돼 대역폭이 증가하고, 속도는 10.7Gbps 이상으로, 최고 사양에선 14.4Gbps까지 구현한다. 전작인 LPDDR5X의 업계 최고 속도는 10.7Gbps 수준이다. 에너지 효율은 전작 대비 약 21% 향상됐다.

문승현 삼성전자 상품기획팀 프로는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을 통해 “우리의 LPDDR6 제품은 차세대 인터페이스 규격 기반의 최초 제품으로, 표준화 과정에서도 삼성전자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시장 요구를 선제적으로 반영했고, 그 결과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의 LPDDR6 표준화 시점을 앞당기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최근 JEDEC 커미티의 LPDDR6 표준 발표 보도자료에 당사가 언급될 정도로, 업계 전반에서 삼성의 기술 리더십이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D램 기반 PIM 솔루션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LPDDR6를 앞세워 모바일과 오토모티브는 물론, 기업용 AI 서버 시장까지 진입할 예정이다. LPDDR6를 기반으로 한 소캠과 LPDDR6-PIM 등 솔루션도 준비해 영역을 넓힐 계획이며, LPDDR6-PIM의 경우 현재 JEDEC에서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다른 반도체 기업들과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LPDDR5X-PIM은 삼성전자 단독 스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GPU와 HBM 사이 대역폭이 2배 더 늘어났지만, 이것만으론 메모리 병목을 해결할 수 없다”며, “HBM5 정도부턴 LPDDR 메모리를 HBM 뒤에 붙이는 형태로 갈 것이며, 이런 식으로 메모리 주위를 계속 넓히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올해나 내년부터 나오는 엔디비아 GPU와 구글 텐서처리장치(TPU)에는 HBM 옆에 LPDDR이 붙을 것이고, 하나만 붙이는 게 아니라 모듈 형태로 붙는 방식이 있는데 이걸 ‘SOCAMM’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HBF’ 개발 독자 생태계 구축···낸드 기술력 ‘자신감’

고용량 스토리지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경쟁사를 압도하는 생산능력으로 전세계 기업용 SSD(eSSD)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기업들도 낸드 수요 급증에 대비해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또한 176단 선단 공정 기반의 쿼드레벨셀(QLC) 제품을 중심으로 라인업 확대에 나서면서 캐파 격차는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기준 낸드 시장에서 28%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가 22.1%, 키옥시아 14.1%, 마이크론과 샌디스크가 각각 12.8%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280단대 9세대 V낸드(V9)에서도 중국 시안 공장 중심으로 양산라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지난 2024년 해당 기술을 활용한 트리플레벨셀(TLC) 낸드 양산을 시작한 바 있으며, 올해는 이를 기반으로 QLC 낸드 양산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체 eSSD 시장에서 QLC SSD는 약 30%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GTC 2026 기조연설에서 “메모리 병목은 스토리지 병목과도 연결될 것이다. AI가 앞으로 사람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데이터와 도구를 호출하게 되면서 스토리지 시스템까지 크게 압박할 것”이라며, “우리가 추론 파이프라인을 다시 짜고 일부 워크로드를 오프로딩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대용량 메모리 수요 자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낸드 메모리의 ‘HBM’ 버전이라고 불리는 차세대 제품 고대역폭플래시(HBF)에서도 삼성전자는 연합전선을 구축한 SK하이닉스·샌디스크와 달리 독자 노선으로 개발을 추진 중이다. HBF는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만드는 HBM처럼, 3D 낸드 여러개를 수직으로 쌓아 대역폭을 늘리는 개념의 메모리다. 고대역폭과 SSD의 고용량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어 향후 AI 메모리의 병목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지목된다.

업계에선 GPU 등 AI 가속기 옆에 HBM과 같이 장착되는 형태로 HBF가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HBF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샌디스크와 협력해 HBF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인 반면 삼성전자는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겠단 구상인데 이는 낸드 부문 1위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서버용 SSD에서 어떤 경쟁사와 비교해도 기술력에서 자신감이 있을 것”이라며, “HBF는 결국 단독으로 쓰이기보단, HBM과 AI 가속기에 붙어서 같이 쓰일 텐데, 주요 고객사에 이걸 묶어서 통합 형태로 제공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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