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 2회초 무사 2루 한국 문현빈이 1타점 적시타를 치자 홈으로 들어온 주자 윤동희가 동료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슈퍼라운드에서 완패를 안겼던 일본을 결승에서 다시 만난 한국 야구가 이번에는 웃었다. 간판타자의 부상부터 타격 침체, 20년 만의 아시안게임 일본전 패배, 현지 훈련과 유니폼 세탁 문제, 결승 당일까지 이어진 비까지. 숱한 변수를 넘어 한국 야구대표팀은 결국 아시안게임 5연패를 완성했다. 다만 금메달이 대회 과정에서 드러난 불안까지 모두 지워준 것은 아니었다.
‘약속의 8회’에 뒤집었다…일본 꺾고 아시안게임 5연패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을 3-1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2010 광저우 대회를 시작으로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에 이어 5개 대회 연속 정상이다. 아시안게임 구기 종목에서 5연패를 달성한 것은 남녀 핸드볼에 이어 야구가 세 번째다.
승부를 가른 것은 8회였다. 한국은 2회 윤동희(롯데 자이언츠)의 2루타에 이은 문현빈(한화 이글스)의 적시타로 먼저 1점을 냈지만 이후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놓쳤다. 에이스 곽빈(두산 베어스)이 무실점으로 버텼으나 7회 안타 3개를 맞고 1-1 동점을 허용했다.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김도영이 8회초 2사 1,3루 상황 역전 적시타를 치고 있다. 뉴스1
균형은 8회초 깨졌다. 김지찬(삼성 라이온즈)의 2루타를 시작으로 기회를 만든 한국은 2사 1·2루에서 김도영(KIA 타이거즈)의 타구가 3루수를 맞고 굴절돼 내야안타가 되면서 2-1로 다시 앞섰다. 이어 문보경(LG 트윈스)이 중견수 앞 적시타를 터뜨려 한 점을 더 달아났다.
공교롭게도 결승전 전까지 김도영은 타율 0.211, 문보경은 0.222로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침묵하던 두 타자가 가장 중요한 순간 연속으로 타점을 올리며 한국 야구의 이른바 ‘약속의 8회’를 다시 만들었다.
곽빈은 6⅓이닝 1실점으로 버텼고 조병현(SSG 랜더스)이 뒤를 막았다. 한국은 3-1 리드를 끝까지 지키며 이틀 전 일본전 완패를 설욕했다.
코뼈 골절부터 0-5 완패까지…금메달 가는 길은 ‘가시밭길’
우승까지 과정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김도영은 지난 9일 경기 도중 자신의 번트 타구에 얼굴을 맞아 코뼈가 골절됐고 수술까지 받았다. 대표팀은 선수 교체 여부를 검토했지만 결국 김도영과 함께 대회를 치르기로 했다.
14일 소집된 대표팀은 출국 전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17일 상무와의 평가전에서 3-6으로 뒤지다 8회 승부치기에서 4점을 뽑아 7-6으로 간신히 승리했다. 일본에 도착한 뒤에는 조직위원회가 공식 훈련 일정과 장소를 제때 알려주지 않아 KBO가 별도로 확보한 실내 훈련장을 이용해야 했다. 유니폼 세탁 역시 대회 측 서비스만으로는 매일 경기를 치르는 선수단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현지 업체와 따로 계약했다.
본 대회에서도 타선의 답답함은 이어졌다. 21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대만을 5-0으로 꺾었지만 상대 선발 린이웨이에게 5이닝 동안 안타 1개, 1득점에 그쳤다. 이후 홍콩을 13-0, 태국을 18-1로 꺾으며 살아나는 듯했던 타선은 25일 일본과의 슈퍼라운드에서 다시 막혔다.
한국은 일본 선발 히구치 신을 상대로 7이닝 동안 4안타에 그쳤고 병살타도 3개를 기록하며 0-5로 완패했다. 프로 선수가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시작한 이후 사회인 선수로 대표팀을 꾸린 일본에 패한 것은 2006 도하 대회 이후 20년 만이었다.
26일 중국과의 슈퍼라운드 최종전에서는 비 때문에 경기가 한 시간 늦게 시작됐다. 한국은 1회 선취점을 내줬지만 최민석(두산)의 7이닝 1실점 호투를 앞세워 9-2로 역전승하며 결승행 티켓을 잡았다.
‘사회인 야구’ 일본에 고전하며 남긴 숙제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 3대1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마무리투수 박영현과 포수 조형우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결과는 5회 연속 금메달이었지만 이번 대회는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한국은 아마추어 선수를 제외하면 프로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지만 사회인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 슈퍼라운드에서 0-5로 완패했다. 실업 선수가 절반 이상인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도 상대 선발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결승에서도 일본을 상대로 수차례 주자를 내보내고도 적시타가 나오지 않아 7회까지 1-1로 맞섰다.
특히 25일 일본전에서는 타선이 안타 4개에 그쳤고 2루조차 밟지 못했다. 결승에서도 일본 선발 히구치는 한국전에서 7이닝을 던진 뒤 단 하루만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올랐지만 한국 타선은 초반부터 좀처럼 공략하지 못했다.
지난 3월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한국은 17년 만에 8강에 올랐지만 공식 전적은 2승 3패였다. 일본과 도미니카공화국에 패했고 대만도 넘지 못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결국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그러나 압도적인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일본전 패배 뒤 결승 진출을 위해 다른 경기 결과까지 따져야 했고, 마지막 경기에서도 8회가 돼서야 승부를 갈랐다. 여러 악재를 이겨내고 금메달을 지킨 것은 성과지만, 프로 선수들로 꾸린 대표팀이 아시아 무대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다음 국제대회를 앞두고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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