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이미지=나노 바나나]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양자컴퓨터 상용화 경쟁이 '칩 성능 싸움'을 넘어 '냉각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양자칩을 절대영도, 즉 영하 273.15도에 가까운 환경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가 새 승부처가 된 것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양자컴퓨터 정확도·안정성을 높이는 전용 AI 도구 '아이싱(Ising)'을 공개하며 소프트웨어 경쟁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현장의 가장 큰 고민은 냉각 인프라는 지적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이 개발하고 있는 초전도 방식 양자컴퓨터는 큐비트가 흔들리지 않고 작동하려면 극저온 환경이 필수다. 이를 구현하는 핵심 장비가 '희석 냉동기'다.
문제는 희석 냉동기에 들어가는 헬륨-3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미국 내 헬륨-3 공급의 사실상 유일한 원천은 핵무기용 삼중수소가 붕괴하며 생기는 부산물이다. 이는 DOE가 회수·분리해 판매한다. 러시아도 비슷한 방식으로 헬륨-3를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자컴퓨터의 기반 인프라가 핵무기 보유국 중심의 공급망에 포섭돼 있는 셈이다.
가격도 부담이다. 헬륨-3는 보조금과 할인 여부에 따라 기체 1리터당 1000~2만달러(약 147만원~3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기체 1리터를 액체로 바꾸면 1티스푼보다 적은데, 희석 냉동기 한 대에 180리터가 들어가는 사례도 있다. 최고가 기준으로는 10리터만 써도 20만달러(약 2억 9400만원)가 드는 셈이다.
미국은 이를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닌 '전략 과제'로 보고 있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지난 1월 헬륨-3를 쓰지 않는 모듈형 극저온 냉각기 기술 제안서를 긴급 공모했다. DARPA는 이 기술이 국방과 상업 분야 모두에서 "극적인 변혁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냉각 장비가 차세대 국방·양자 기술의 핵심 기반으로 올라선 것이다.
중국에서도 대체 기술 연구가 나오고 있다. 중국 연구팀은 지난 2월 네이처에 금속성 자기 냉각 물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헬륨-3 없이도 영하 273도에 가까운 초저온을 구현할 가능성을 보였다는 내용이다. 다만 양자컴퓨터용 냉각기라기보다는 헬륨-3 대체 소재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에 가깝다.
민간 기업들은 공급 확보와 기술 대체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핀란드 블루포스는 미국 스타트업 인터룬과 2028~2037년 해마다 최대 1만리터의 헬륨-3를 달에서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거래 규모는 3억달러(약 4450억원)으로 추정된다. 인터룬은 달 표면의 헬륨-3 채굴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일 스타트업 키우트라는 헬륨-3 대신 자기 냉각 방식을 앞세운다. 자성 재료에 자기장을 걸었다가 풀면서 열을 빼앗는 방식이다. 키우트라는 최근 냉각 장치를 계속 가동한 상태에서도 헬륨-3 없이 절대영도에 가까운 초저온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핀란드 알토대와 VTT 기술 연구소는 대형 희석 냉동기 대신 양자칩 안에 냉각 기술을 넣는 방안을 개발하고 있다.
더퍼블릭 / 양원모 기자 ilchimw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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