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스페인-사우디아라비아전 도중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가 진행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북중미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묘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선수들은 물을 마시고, 감독들은 전술을 지시한다. 관중은 야유를 보낸다. 그러자 경기장 DJ가 유명 노래를 틀어 관중을 떼창으로 유도한다.
전쟁의 무대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Hydration Break)다. CNN은 24일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조용하지 않은 전쟁: 경기장 DJ 대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야유’라는 제목으로 상황을 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대회부터 모든 경기에서 전반과 후반에 한 차례씩 공식 휴식 시간을 의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선수 보호가 명분이다. 하지만 관중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냉담하다.
미국 전역 경기장에서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가 시작될 때마다 야유가 터져 나오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체코전에서는 관중이 일제히 야유를 보냈지만 몇초 뒤 존 덴버의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가 경기장에 울려 퍼지면서 6만7000여명이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비슷한 장면은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잉글랜드-크로아티아전에서는 더 킬러스의 ‘미스터 브라이트사이드’가 흘러나왔고, 아르헨티나-오스트리아전에서는 ‘마카레나’가 경기장을 채웠다. 미국-호주전에서는 브라스밴드가 등장해 관중의 시선을 돌렸다. 경기장 DJ들의 전략은 단순하다. 야유가 시작되면 즉시 모두가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를 틀어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 경기에서 이 방법은 효과를 발휘했다. 몇초 전까지 경기장을 가득 채웠던 야유는 곧 집단 합창으로 바뀌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가장 논란이 큰 제도 중 하나로 떠올랐다. 축구 팬들은 전·후반 45분씩 이어지는 경기의 연속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냉방시설이 완비된 댈러스, 휴스턴, 애틀랜타 등 돔구장에서도 일률적으로 브레이크가 적용되면서 불만은 더욱 커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