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활어차가 들어오고 상인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 한 스타트업 대표도 매일 시장으로 향한다. 토스와 뱅크샐러드에서 제품 담당자로 일하며 금융권에 있던 ‘어라운드’의 창업자 진상민이다. 금융 플랫폼을 만들던 그는 지금, 왜 매일 새벽 수산물 시장으로 가는걸까?
김해 사람이 서울에서 향어를 찾다
창업의 시작은 단순했다. 경남 김해 출신인 진상민 대표는 어릴 때부터 향어회를 즐겨 먹었지만, 서울에서는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왜 서울에는 향어를 파는 곳이 없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는 무작정 고향인 김해로 내려갔다. 직접 향어 손질법을 배우고, 산지에서 향어를 가져와 손질한 뒤 배달앱에 올리기 시작했다.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제주도와 해외에서도 향어를 구매하겠다는 사람이 있었고, 향어를 손질해 비행기에 실어 보내기도 했다. 향어가 맛없어서도, 수요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수요는 분명히 있었다.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들이 향어를 안 먹는 게 아니라, 먹을 방법이 없었던 거였어요.” 그렇게 작은 판매를 시작했지만, 운영을 할수록 더 큰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왜 아무도 팔지 않았을까?
직접 운영을 해보니 이유가 보였다. 수산물 비즈니스에는 다른 식품에는 없는 변동성이 있었다.
"수산물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수율이 계속 바뀝니다. 같은 어종이라도 어떤 날은 살이 많이 나오고, 어떤 날은 적게 나옵니다. 원가가 매일 달라지는 시장인 셈이죠."
하루만 예측이 틀려도 폐기 손실이 크게 발생했다. 매출이 올라도 이익이 남지 않는 구조였다. 기존 횟집들이 10종 내외의 안전한 어종만 취급하는 이유였다. 향어처럼 수요는 있지만 관리가 까다로운 어종은 시장에서 외면받아왔다.
10평 주방에서 찾은 수산물 비즈니스의 공식
팀은 단순히 ‘빠른 배송’을 경쟁력으로 보지 않는다.
산지에서 직접 들여온 수산물을 소비지 인근에서 빠르게 손질·판매하려면, 기존 횟집보다 훨씬 높은 운영 정밀도가 필요했다. 같은 광어라도 계절과 날씨에 따라 손질 후 실제 나오는 양이 달랐고, 하루만 판매 예측이 틀려도 폐기 손실이 크게 발생했다.
어라운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종별 손질 수율과 Loss 데이터를 직접 축적해왔다. 현재까지 약 50종 이상의 어종 데이터를 확보했고, 이를 기반으로 계절별 메뉴 구성과 가격 정책을 조정하며 폐기율과 원가를 관리하고 있다.
산지 직거래도 병행했다. 향어의 경우 경남 밀양, 전북 전주 일대의 양식 조합과 직접 접촉해 중간 단계를 걷어냈다. 향어 하나를 뚫는 데 몇 달이 걸렸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어종도 같은 방식으로 풀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진 대표는 말한다.
2023년 12월 법인을 설립한 (주)노테린다스는 서울 광진구 군자동에 어라운드 1호점을 열었다.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시작해 연 매출 20억 규모를 달성할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어라운드는 앞으로 서울 주요 권역에 소비지 거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단순 프랜차이즈 확장이 아니라, 운영 데이터 기반의 수산물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는 생선을 파는 회사라기보다, 수산물 시장의 운영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팀에 가깝습니다.”
다음은 서울 전역, 그다음은 노량진
진상민 대표의 목표는 명확하다. 서울 25개 구 전체에 거점 센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서울 각 구의 수산물 업종 월 카드매출이 최소 20억 원 이상입니다. 센터 1개가 2~3km를 커버하면 도심형 수산물 공급망 구축할 수 있습니다. 광진구에서 통한 모델이 마포, 강남, 강서에서 통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센터가 늘수록 구조는 더 강해진다. 주문량이 늘면 원물 직거래 단가가 내려가고, 고정비가 분산되며 영업이익이 올라간다. 이익으로 다음 센터를 연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산물 유통망 수직계열화가 목표다. 2~3차 도매상을 건너뛰고 산지와 직접 거래하는 구조를 완성한다. 기존 고착화된 중간 유통을 어라운드 데이터가 대체한다는 구상이다.
“10년 뒤 노량진 수산시장은 지금과 다른 모습일 겁니다. 변동성을 통제하는 데이터라면, 유통 과정이 효율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고객은 더욱 자주 수산물을 먹을 수 있을 것이고, 그 자리에 어라운드가 있을 것입니다.”
한편, (주)노테린다스는 올해 투자유치를 진행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 주요 핵심 권역으로의 거점 센터 확장을 전면에 내세울 예정이다. 단기적으로는 마포, 강남, 강서 등 수요가 집중된 지역에 추가 센터를 신속히 구축하여 서울 전역을 아우르는 데이터 기반의 수산물 퀵커머스 인프라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