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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피지컬 AI가 제조의 미래다] (3ㆍ끝) '공장은 이제 지능을 판다'…서비...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보고서는 "빅테크의 하청업체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독보적인 기술 노하우와 특화된 현장 데이터 등 고유한 가치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지컬 AI가 제조의 미래다] (3ㆍ끝) '공장은 이제 지능을 판다'…서비...

성장률 반토막·평균 연령 43세…위기의 韓 공장

롤스로이스·코마츠, ‘성과’를 파는 제조 혁신

‘사라지는 일자리는 10%’…대체 아닌 재설계

제품 판매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되는 ‘제조업의 서비스화’ 현장. 로봇은 생산 도구를 넘어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지능형 단말기가 되고 공장은 거대한 로봇으로 진화한다. [사진=제미나이 생성]

국내 제조업의 실질 GDP 증가율은 10년 새 반토막이 났고, 현장 근로자 평균 연령은 43세를 넘어섰다. 이제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만으로는 성장 정체와 인력난을 동시에 돌파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타파할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과 보스턴컨설팅그룹(BCG), KOTRA 보고서는 피지컬 AI를 활용해 제품이 아닌 서비스와 데이터를 파는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을 한국 제조업의 핵심 생존 전략으로 제시했다.

◆ 반토막 성장률, 43세 공장... 탈출구는 ‘서비타이제이션’

NIA 보고서에 따르면 2012~2021년 국내 제조업 실질 GDP 연평균 증가율은 2.67%로, 직전 10년(6.23%)의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현장 근로자 평균 연령은 43세에 도달했다. 같은 기간 미국(0.1세)·일본(1.5세)과 비교하면 3.8세나 오른 수치다. 청년층 이탈과 숙련 기술 단절이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가치사슬에서 단순 생산·조립 단계의 부가가치가 낮아지는 ‘스마일 커브’ 현상까지 심화되고 있다.

NIA는 이 위기의 탈출구로 서비타이제이션을 제시한다. 제품 판매 중심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제품과 결합한 통합 서비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이다. NIA는 이를 ‘총체적인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라 규정하면서 핵심 동력으로 피지컬 AI를 꼽았다.

제조업 가치사슬의 양 끝단인 R&D·디자인과 마케팅·서비스에서 부가가치가 높고, 중간의 생산·조립 단계에서는 낮게 나타나는 '스마일 커브' 현상. 그래프는 과거 제조업과 지식 경제의 가치사슬 구조를 비교하고 있다. [사진=NIA 보고서]

이미 글로벌 강자들은 이 길을 걷고 있다. NIA 보고서에 따르면 롤스로이스는 항공기 엔진을 판매하는 대신 비행 시간당 요금을 받는 ‘Power by the Hour’ 모델로, 디지털 트윈 기반 실시간 엔진 진단과 운항 최적화 컨설팅까지 서비스 영역을 넓혔다. 이 수익 구조에 힘입어 2023년 이후 주가가 10배 이상 올랐다.

일본 코마츠는 건설 현장 전체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해 AI가 토목 공사 계획을 자율 수립하는 스마트 건설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기존 수일~한 달 걸리던 측량을 20분~3일로 단축하는 성과를 냈다. 기계를 파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만들어내는 데이터와 지능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NIA 보고서는 한국형 서비타이제이션의 출발점으로 ‘숙련 기술의 디지털화’를 꼽았다. 고령화로 은퇴가 가속되는 현장 명장들의 노하우를 피지컬 AI와 디지털 트윈으로 캡처해 예지보전·원격 진단 같은 서비스로 가공·수출하는 모델이다. 물건을 해외로 실어 보내는 대신 한국의 ‘제조 지능’을 구독형으로 공급하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사라지는 일자리 10%’... 제번스의 역설과 사회적 합의

로봇이 공장을 채우면 사람의 일자리는 사라지는가. BCG는 향후 2~3년 안에 미국 일자리의 50~55%가 AI에 의해 ‘재설계’될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실제 소멸하는 일자리는 10~15%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BCG가 주목한 것은 ‘제번스의 역설’이다. AI로 비용이 낮아지면 수요가 오히려 폭발하는 현상으로, AI 코딩 도구 확산 이후에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수가 연평균 6.5% 늘어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피지컬 AI로 제조 원가가 낮아지면 수요가 몰릴 수 있고, 로봇 운용·데이터 분석·디지털 트윈 설계 등 ‘지능형 제조 인력’은 오히려 부족해질 수 있다.

AI 자동화 잠재력이 높은 직군들. ▲분기형 직군은 AI가 인간 업무를 대체하지만 수요는 확장되는 영역 ▲증폭형 직군은 AI가 인간을 보조하면서 수요도 확장되는 가장 유리한 영역 ▲대체형 직군은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수요도 고정된, 일자리 감소가 가장 뚜렷한 영역 ▲재조정형 직군은 AI가 인간을 보조하지만 수요는 고정된 영역을 말한다. [사진=BCG 보고서 재가공]

다만 이 전환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2023년 할리우드 작가·배우 148일 파업, 2024년 미국 항만 노동자의 47년 만의 파업은 모두 AI·자동화에 맞선 저항이었다. 현대자동차 노조 역시 보스턴 다이나믹스 아틀라스 로봇의 공장 투입에 전면 반대 입장을 밝혔다. BCG 보고서는 “인력을 AI의 대체 능력 이상으로 줄이는 기업은 생산성 하락과 핵심 인재 이탈을 겪을 것”이라며 “자동화가 아닌 업무 재설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 구독형 로봇·규제 샌드박스... 중소기업 문턱 낮춰야

서비타이제이션이 현장에 뿌리내리려면 중소·중견 기업의 참여가 관건이다. NIA 보고서는 높은 초기 투자 비용과 전문 인력 부재를 도입 장벽으로 꼽으면서, 로봇을 직접 사지 않고 월 단위로 이용하는 구독형 모델 ‘RaaS(Robot-as-a-Service)’, 공공 실증 테스트베드와 AI 학습 데이터셋의 전국 확산, 자율 공장·무인 로봇 도입을 가로막는 기존 규제의 네거티브 방식 전면 재검토를 제안했다. 로봇의 법적 지위와 사고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AI-로봇 기본법’ 제정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가의 로봇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월 단위 이용료로 쓰는 서비스형 로봇(RaaS)은 공장·물류·청소·배달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소·중견 기업의 피지컬 AI 도입 장벽을 낮추는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사진=NIA 보고서]

NIA 보고서는 “제품 판매 중심의 기존 방식으로는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며 “피지컬 AI를 통해 공장 전체를 ‘거대한 지능형 로봇’으로 전환하고 제조업의 총체적 서비타이제이션을 달성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밝혔다.

BCG 역시 “업무 방식의 재설계에 실패하는 기업은 경쟁사가 더 빠르고 수익성 높게 성장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보고서는 “빅테크의 하청업체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독보적인 기술 노하우와 특화된 현장 데이터 등 고유한 가치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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