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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피부가 탈 것처럼 덥지만 일해야죠" 폭염에도 쉴 수 없는 생업

13일 오후 1시께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양동시장에서 상인들이 폭염을 견디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최고 체감온도 35도 안팎 찜통 더위

좌판 채소는 시들고 손님 발길도 '뚝'

얼음물 품고 열대야버티는 쪽방촌 주민

13일 오후 1시께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양동시장에서 상인들이 폭염을 견디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집에 있어도 에어컨을 못틀어 덥기는 마찬가지라 그냥 나와요. 장사하러 나오면 사람 구경도 하고 조금이라도 벌 수 있잖아요.”

13일 오후 1시께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양동시장. 평소 손님들로 북적이던 시장 골목은 듬성듬성 비어 있었고 상인들은 선풍기 앞에 앉아 연신 이마의 땀을 훔쳤다. 가게마다 돌아가는 선풍기는 뜨거운 바람만 밀어냈고, 작은 선풍기마저도 없는 상인들은 부채를 연신 부쳐댔다.

한 낮의 체감온도가 35도를 넘나든 이날 전남광주의 사회적약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폭염을 견디는 하루하루를 이어지고 있다.

이날 이른 새벽부터 시장에 나와 장사 준비를 마친 상인들은 오전부터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내면서도 손님을 맞는 손길만큼은 멈추지 않았다.

13일 오후 2시께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궁동 한 사설 주차장 사장 이모(72)씨가 퇴약볕에 달궈진 손님 차량을 이동시키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양동시장 한편 횡단보도 인근 좌판에서 콩과 땅콩 등을 팔고 있던 최모(87)씨의 곁에는 이미 제 형태를 잃은 아이스팩 하나가 놓여 있었다. 최씨는 이미 흐물흐물해져 제 기능을 잃은 아이스팩을 얼굴과 목에 번갈아 갖다 대며 더위를 버텨내고 있었다.

오전 9시께 좌판을 펼쳐 오후 6시까지 자리를 지킨다는 최씨는 “집에 있어도 덥기는 마찬가지라 그냥 나온다”며 “조금이라도 벌어야 하니 쉬고 있을 수는 없다. 채소는 더우면 금방 녹아버린다. 여름에는 아예 들여놓지 않는 물건”이라고 했다.

시장 안쪽 채소가게에서는 김모(79)씨가 상추와 깻잎 위에 연신 분무기로 물을 뿌리고 있었다. 오전 7시께 장사를 시작한다는 김씨의 얼굴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 손에는 부채가 떠날 틈이 없었다.

김씨는 “상추는 특히 더위를 많이 탄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뚝 떨어진다. 저녁에는 좀 괜찮다지만 그때쯤이면 좌판을 정리하거나 매장을 닫는 사람이 많다”며 “냉장고가 있는 상인들은 채소가 상할까 넣었다가 다시 매대에 올리지만 좌판은 그럴 수가 없다. 싱싱하지 않으면 팔리지도 않아 채소들에 물을 자주자주 뿌리고 있다”고 했다.

13일 오후 1시께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양동시장에서 상인들이 폭염을 견디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비슷한 시각 동구 궁동의 한 사설주차장 사장 이모(72)씨는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해 우산을 쓰고 차량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손님들의 차키를 받아 차량을 이동시키는데, 뙤약볕 아래 달궈진 차량 문을 열고 운전석에 오르는 일은 한여름 가장 힘든 순간이다.

이씨는 “여름에는 일부러 공간이 있어도 차를 덜 받는다. 차 안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땀이 확 쏟아지고 숨이 턱 막힌다. 안 나갈 차는 안쪽에 넣어두고 금방 나갈 차만 바깥쪽에 배치해 최대한 차량을 움직이는 횟수를 줄이고 있다”고 했다.

오후 3시께 찾은 쪽방촌이 밀집한 동구 대인동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쪽빛상담소의 풍경은 또 달랐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밖에서는 잠시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맺혔지만 쉼터 안에서는 이야기를 나누며 더위를 식히는 쪽방촌 주민들로 가득했다.

쪽빛상담소 무더위 쉼터 보안관이라고 불리는 박효규(69)씨는 “여기 오면 에어컨도 나오고 사람들도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문을 닫는 오후 10시까지 있다가 집으로 간다. 열대야 때문에 늦은 밤에도 집안은 더워 얼린 생수병을 수건에 감싸 머리맡에 하나 가슴에 하나 옆구리에 하나씩 두고 잔다.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쉼터가 있어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3시께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대인동 쪽빛상담소 쪽방촌 무더위 쉼터에서 쪽방촌 주민들이 더위를 피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인동 쪽방촌에서 생활하다 상담소 연계를 통해 북구 LH 임대주택으로 거처를 옮긴 노지삼(66)씨 역시 지금도 거의 매일 이곳을 찾는다.

노씨는 “낮 시간에는 어디 갈 곳도 없고 밖에 돌아다니기가 쉽지 않아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오게 된다”며 “집에 있는 시간과 여기 있는 시간이 반반 정도 된다. 에어컨을 마음대로 틀기 어려운 분들에게는 여름이 가장 힘든 계절”이라고 했다.

쪽빛상담소 관계자는 “상담소는 쪽방 주민들의 고독사를 제1순위로 예방하려고 한다. 폭염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며 “한 여름철인 7~8월 동안은 평일 야간과 주말에도 쉼터를 운영하며 주민들의 안부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기준 전남광주 주요 지점 최고 체감온도는 해남 솔라시도와 동구 조선대가 각각 34.6도까지 올랐고 광산구 34.3도, 영광 34.1도 등을 기록했다. 광주지방기상청은 당분간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일부 도서지역을 제외한 광주·전남 전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안팎까지 오르는 무더운 날씨와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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