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국내 첫 초저온 플라스마 기반 구조분석 인프라 구축
AI 신약개발 겨냥… 포항 ‘첨단 구조생물학 허브’ 도약
▲ 이지오 교수가 Cryo-et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포항이 ‘세포 내부의 움직임’을 나노미터 단위로 들여다볼 수 있는 첨단 분석 인프라를 앞세워 차세대 바이오 연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 장비 구축을 넘어 데이터 처리와 공동활용 체계까지 함께 갖추며, 수도권 중심 연구 인프라 구조를 흔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항시와 포스텍 세포막단백질연구소 는 최근 교육부 ‘기초과학연구역량강화사업’ 인프라고도화 시설 부문 우수사례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번 사업을 통해 극저온전자단층촬영(Cryo-ET) 장비와 대규모 연산 기반 데이터 처리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이달부터 전국 산학연 연구자를 대상으로 공동활용 서비스를 본격 시작한다.
Cryo-ET(Cryo-Electron Tomography)는 생체 시료를 급속 냉각한 극저온 상태에서 다양한 각도로 촬영한 뒤 이를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첨단 분석 기술이다. 세포 내부 구조와 단백질 복합체 움직임까지 고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어 최근 구조생물학과 바이오 신약개발 분야에서 핵심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에 포스텍에 구축된 장비는 국내 최초의 초저온 플라스마 집속 이온빔(Cryo-FIB) 기반 Cryo-ET 연구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분석이 단편적 구조 확인에 머물렀다면, 이번 시스템은 세포 내부를 손상 없이 정밀 절삭해 살아있는 상태와 가까운 환경에서 3차원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
연구 현장에서는 이를 ‘세포 내부의 실시간 지도를 만드는 기술’로 평가한다.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특정 단백질이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는지, 약물이 세포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등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초저온 플라스마 집속 이온빔 장비(Cryo-ET).
Cryo-ET의 핵심 경쟁력은 단순 촬영 장비에 있지 않다. 촬영 이후 방대한 데이터를 정렬·재구성·후처리하는 초고성능 연산 체계가 필수다. 포스텍 세포막단백질연구소는 이를 위해 GPGPU 기반 데이터 처리 환경과 대규모 스토리지, 초고속 네트워크까지 함께 구축했다.
연구소 측은 “첨단 분석 장비를 들여오는 것만으로는 연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실제 연구 현장에서는 데이터 처리 속도와 안정성이 결과 품질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동활용 시스템은 신청부터 심의, 사용자 교육, 측정, 데이터 처리, 결과 전달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원스톱 체계’를 갖춘 것도 특징이다. 수도권 대형 연구기관에 집중됐던 첨단 분석 장비 접근성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지역 대학이나 중소 바이오기업, 스타트업 연구자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점이 주목된다. 그동안 초고가 장비와 분석 인프라 부족으로 구조생물학 연구 접근이 어려웠던 비수도권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포스텍 세포막단백질연구소는 이달부터 예약 포털을 통해 이용 신청을 받고 있으며, 심의와 우선순위 기준에 따라 장비 사용과 분석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정기 교육과 워크숍, 기술 컨설팅도 병행해 Cryo-ET 연구 생태계를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인프라는 기존 Cryo-EM(극저온 전자현미경) 장비와 연계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세포·조직 시료의 초저온 정밀 가공과 구조 분석을 함께 수행할 수 있어 세포 내 거대분자 복합체의 상호작용을 고해상도 3차원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가 주목하는 AI 기반 구조 예측 기술과도 연결된다. 단백질 구조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신약 후보물질을 설계하는 ‘AI 구조기반 신약개발’ 분야에서 고품질 실험 데이터 확보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이번 인프라가 지역 바이오산업 고도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사광가속기와 포스텍, 바이오 연구기관 등이 집적된 포항의 연구 환경에 Cryo-ET 기반 구조분석 역량이 더해지며 ‘첨단 구조생물학 허브’로의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이지오 세포막단백질연구소장은 “Cryo-ET 활용에 필수적인 데이터 처리 인프라와 운영 체계를 함께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전국 연구자들이 공동활용 서비스를 통해 보다 안정적이고 신속하게 첨단 분석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정 포항시 바이오미래산업과장은 “이번 우수사례 선정은 현장 수요 기반의 구축·운영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대형장비 공동활용 체계를 기반으로 AI 구조기반 신약개발과 첨단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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