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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포스코, 협력사 7천명 직접 고용…'죽음의 외주화' 근절한다

실제로 2013년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와 여수국가산업단지 폭발 사고로 숨진 노동자들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포스코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사관계 안정과...

포스코, 협력사 7천명 직접 고용…'죽음의 외주화' 근절한다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그룹

[이코리아] 포스코가 포항·광양 제철소 생산 현장에서 조업을 지원하는 협력사 직원 약 7천 명을 순차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고 안전 관리 체계를 혁신하는 한편, 15년간 이어져 온 소모적 갈등을 해소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포스코는 8일 로드맵을 발표하고, 조업과 직접 연관된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협력사 현장 직원들 중 입사를 희망하는 인원을 대상으로 정식 채용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8월 포스코그룹이 밝힌 ‘다단계 하청 구조를 포함한 하도급 문제의 근본적 개선’ 방침을 구체화한 조치다.

포스코 관계자는 “협력사 직원 직고용을 통해 산업 현장의 안전 체계를 혁신하고, 상생의 노사 모델을 바탕으로 미래 철강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하청 구조 개선과 안전체계 혁신

포스코는 제철 공정 특성상 24시간 대규모 설비를 가동해야 하고 작업 간 직무 편차가 커 직영과 협력사가 함께 근무하는 원·하청 구조로 운영되어 왔다. 이번 조치는 협력사 직원들을 직접 고용함으로써 안전 관리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위험의 외주화’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산업 현장에서는 유해하고 위험한 작업이 하청업체로 이전되면서 사고 피해가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집중되는 현상이 지적되어 왔다. 실제로 2013년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와 여수국가산업단지 폭발 사고로 숨진 노동자들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포스코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사관계 안정과 상생 모델 구축

포스코는 2011년부터 제기되어 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으로 장기간 갈등을 겪어왔다. 2022년 대법원이 하청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불법파견이 인정된 이후,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 시행으로 원청의 사용자 책임 압박은 더욱 커졌다.

이번 직접고용 결정으로 포스코는 15년 가까이 끌어온 소모적 소송을 일단락 짓고 상생의 노사모델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 협력사 상생협의회 직원측은 “포스코의 대승적 결정을 환영하며, 장기간 소송으로 인한 내부 갈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포스코의 일원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안전한 일터 만들기에 힘을 보태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만 노동계 일각에서는 반발도 나온다. 전국금속노동조합(포스코사내하청지회)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규직과 분리된 새로운 직군을 만드는 ‘직접고용’은 또 다른 착취일 뿐”이라며 “차별 없는 전면 정규직 전환이 아니면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별도 직군(별정직 등) 방식의 차별 고용을 중단하라”며 특별교섭을 요구했다.

◇왜 ‘직접고용’인가…간접고용 구조의 한계

전문가들은 간접고용 구조가 노동시장 양극화와 안전·책임 분산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2014년에 발표한 보고서 ‘간접고용의 실태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파견근로 145만원, 용역근로 133만원·2013년 기준)에 불과하며, 사회보험 적용률도 크게 낮았다. 특히 ‘위험의 외주화’ 문제는 하청 노동자들에게 산재 피해를 전가하는 구조로 이어졌다.

같은 보고서는 “위장 도급 및 불법파견 논란이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간접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자 개념 확대를 통한 노동법 개정 ▲정부의 근로감독 강화 ▲고용공시제 확대 등을 제안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독일은 2017년 ‘하도급 책임법’을 도입해 원청의 협력사에 대한 책임을 강화했고, 프랑스는 ‘근로자 있는 곳에 대표 있다’는 원칙 아래 그룹별 교섭을 제도화했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통해 간접고용의 폐해를 완화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및 산업 전반 파급 효과

포스코의 이번 결정은 포항과 광양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해 젊은 인재들의 지역 정착을 촉진하고, 소상공인을 포함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국제강과 KG스틸이 앞서 하청 직원들을 직접 고용한 사례처럼, 포스코의 결정이 타 기업들의 원·하청 구조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경영계 일각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철강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각국의 관세 정책으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상생 측면의 의미는 있지만 7천 명 규모의 대규모 직접고용에 따른 인건비 증가가 기업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주선 기업&경제연구소장(연세대 경영대학 연구교수)은 8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한국처럼 해고가 어려운 노동시장 구조에서는 인력 유연성이 제한돼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제도적 보완 없이 직접 고용만 확대할 경우 장기적으로 기업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교수는 “노동시장 유연성이 확보된다면 기업들도 직접 고용을 더 적극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노사관계와 관련한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균형 있는 고용 구조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향후 직접 고용된 직원들이 안전한 생산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직무 역량 향상 교육을 제공하고, 조직 문화 안착을 위한 프로그램도 지속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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