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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폐버스 청년주택’ 삭제했지만…“본인부터 살아라” 후폭풍 계속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폐버스를 개조해 청년 임시주택으로 활용하자는 일명 ‘버스 하우스’ 구상을 내놨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황 의원은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비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모습이다.

‘폐버스 청년주택’ 삭제했지만…“본인부터 살아라” 후폭풍 계속

서울 광진구와 성동구 일대 다세대 주택들의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폐버스를 개조해 청년 임시주택으로 활용하자는 일명 ‘버스 하우스’ 구상을 내놨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황 의원은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비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모습이다. 야권은 물론 진보당과 민주당 인사까지 비판에 가세한 데 이어 황 의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누리꾼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폐기되는 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 대학가 청년들의 단기성 주거 공간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해 본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보트하우스를 사례로 들었다. 폐선박이나 중고 선박을 리모델링해 주택 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것처럼 국내에서는 폐버스를 청년들의 임시 거처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비용과 공급 규모도 제시했다. 버스 한 대당 리모델링 비용을 5000만원으로 잡을 경우 1만 세대를 공급하는 데 약 5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대학가나 지하철역 주변 공간을 활용하고, 직접 운행하거나 다른 차량이 끌어 이동하는 방식도 거론했다.

그러나 제안 직후 정치권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졌다. 황 의원은 결국 원글을 삭제하고 “순수한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황 의원은 “많은 청년이 고시원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하는데 이들이 제대로 된 주거 공간을 마련할 때까지 임시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보자는 것”이라며 “정부가 그런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해명 글도 삭제됐다.

게시물은 사라졌지만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황 의원의 SNS 게시물에는 “직접 버스에서 사세요” “그 버스 어디에 주차할건가” “굉장히 모욕적이다. 먼저 폐기되는 버스에서 한번 살아보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일부 이용자는 의원직 반납을 요구하기도 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황 의원이 제안한 버스 하우스를 풍자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돌아온 답이 고작 버스에서 살라는 것이냐”며 “이 정책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당신들 자녀부터 버스에서 살게 하라”고 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황 의원 본인과 가족들부터 당장 ‘버스 하우스 1호 입주자’로 들어가는 모범을 보이라”며 “대통령실도 청년을 버스 안으로 내모는 이런 주거 정책 구상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이동하는 집이 아니라 옮기지 않아도 되는 집”이라고 꼬집었다.

비판은 야권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미선 진보당 대변인은 “주거 약자의 쓰라린 현실을 턱없이 가볍게 여기는 빈약한 인식이자 참담한 기만”이라며 “지금 청년과 주거 약자에게 절실한 것은 적당히 몸을 구겨 넣는 임시 거처가 아니라 생명의 위협 없이 마음 편히 다리를 뻗고 쉴 수 있는 안전하고 살 만한 진짜 집”이라고 했다.

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 대표 예비경선에 출마했던 김보미 전 강진군의회 의장도 “황희 의원의 제안에 청년들이 분노한 이유는 본인들은 쾌적한 넓은 집에 살면서 청년에게는 폐버스를 던져주는 내로남불 때문”이라며 “장관까지 지낸 3선 민주당 국회의원이라면 청년 주거 문제의 절박함을 더 깊이 살피고, 실현 가능성과 주거의 질을 충분히 검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전 의장은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제대로 된 청년주거 정책 하나 없이 본인과 가족부터 버스 하우스에 먼저 살아보라며 정치 공세에 열을 올리는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라며 “돌출 발언에 정치적 공격만 있고, 대안을 내는 정당은 없다”고 비판했다.

황 의원의 제안을 둘러싼 논란은 폐버스를 주거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의 현실성을 넘어 정치권의 청년 주거 문제에 대한 인식 문제로 번지고 있다.

김 전 의장은 “정말 청년 주거가 걱정되면 실천 가능한 대안을 달라”며 “독립을 시작하는 청년에게는 소형주택이라도 감당할 수 있는 첫 번째 집을, 당장 오늘 밤 잘 곳이 없는 청년에게는 안전하게 문 잠그고 두 다리 뻗을 수 있는 방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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