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클어진 머리에 낡은 스웨터…'자신감ㆍ자유스러움ㆍ 편리함'의 '상징'으로
요즘 정장보다 스니커즈 등 편안한 소재 활용하고 유행보다는 자기 표현 중시
아인슈타인 스타일은 옷에 에너지 쓰지 않고 생각에 에너지 쓰기 위한 차림새
[송명견(동덕여대 명예교수ㆍ칼럼니스트)]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AI)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림을 그리고, 글까지 쓰는 기계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 거대한 기술 역시 한 가지에 의존하고 있다. 바로 전기다. 서버도, 반도체도, 데이터센터도 결국 전기의 흐름 위에서 작동한다. AI가 마치 거대한 두뇌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눈부신 기술의 바탕에는 전기라는 오래된 힘이 있다. 다시 말해 AI는 '생각하는 전기'라고 말할 수 있다. 전기가 없으면 AI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전기는 오래 전 발견된 에너지였지만, 현대 물리학은 에너지와 물질의 관계를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하게 만들었다. 그 물리학의 중심에 독일 출신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있었다. 그는 질량과 에너지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서로 바뀔 수 있는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물이 얼면 얼음이고, 녹으면 물이다. 모양은 다르지만 사실 같은 것이라는 뜻이다. 에너지와 물질이 하나라는 그의 생각은 현대과학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놓았다. 비유하자면 전기가 강이라면 아인슈타인은 그 강이 흐르는 지형도를 다시 그린 사람이었다.
AI 시대, 그 화려한 기술의 바닥에는 머리도 제대로 빗지 않던 한 과학자의 오래된 생각이 조용히 놓여 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전기를 저장하는 기술이 아인슈타인의 이론에서 직접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우리가 자연과 에너지를 이해하는 방식을 변화시켰다.
오늘 우리가 말하는 AI 시대도 이런 과학적 이해 위에서 가능해진 세계다.
AI가 거대한 두뇌라면, 전기는 그 두뇌를 움직이는 혈액과 같다. 그리고 전기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큰 전환점을 만든 사람이 바로 아인슈타인이다.
오늘의 AI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꿀 지 예측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혁명적인 변화임은 확실하다. 오늘날 여러 AI 도구를 활용하며 그 혁명에 기초를 놓은 아인슈타인을 떠올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아인슈타인은 어린 시절부터 특이한 아이였다. 세 살이 지나도록 말을 제대로 하지 않아 부모가 걱정했다고 한다. 그는 질문을 받으면 바로 대답하지 않고 한참 생각한 뒤 천천히 말을 꺼냈다. 훗날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오래 생각했을 뿐이다"라고.
다섯 살 무렵 아버지가 보여준 작은 나침반은 그의 인생을 크게 변화시켰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바늘이 항상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 신기했다. 어린 아인슈타인은 그때 처음으로 '보이지 않는 힘'의 존재를 느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는 습관은 훗날 우주의 구조를 설명하는 상대성 이론으로 이어졌다.
1905년, 그는 스물여섯 살의 젊은 특허청 직원이었다. 그해 발표한 논문들이 바로 현대 물리학의 기초를 바꾸었다. 특히 에너지와 질량이 서로 바뀔 수 있다는 공식 'E=mc²'는 세상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게 만들었다. 이 생각은 단순한 수식이 아니라 에너지와 물질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었다. 오늘날 전자기술, 반도체, 컴퓨터, 그리고 AI에 이르기까지 현대과학의 많은 분야가 이 새로운 물리학 이론 위에서 발전했다. AI 시대를 가능하게 한 기술의 깊은 바닥에는 결국 이 한 줄의 생각이 놓여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거대한 생각을 한 인물의 옷차림이 너무 유별났다는 사실이다. 그가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대에는 패션도 나름의 틀을 완성하고 있었다. 남성복에서 에티켓을 중요하게 여겼다. 검정색 상하의에 흰색 드레스 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매고, 단정하게 빗은 헤어스타일이 이른바 정장이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우주의 법칙을 바꾼 과학자는 언제나 가장 자유로운 차림이었다.
헝클어진 머리에 낡은 스웨터를 즐겨 입었다. 특히 양말을 싫어했다. 그 이유도 단순했다. "양말은 항상 구멍이 난다. 그래서 나는 아예 신지 않기로 했다." 그에게 옷차림은 중요하지 않았다. 머리 모양을 정리하는 시간조차 생각을 방해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의 머리는 늘 자유롭게 흐트러져 있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괴짜 과학자의 상징처럼 기억하게 되었다. 구겨진 스웨터와 헝클어진 머리카락 속에서 그는 시공간의 구조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사진 중 하나는 혀를 내밀고 있는 장면이다.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사진 촬영에 지친 그는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었고, 그 순간이 역사적인 사진이 되었다. 세상을 바꾼 과학자는 이렇게 소년 같은 장난기를 가진 사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그의 태도와 패션은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었다. 그의 패션은 자신감, 자유스러움, 편리함 거기에 장난기까지 스며있었다. 그의 말대로 "사소한 선택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생각에 집중하기 위한 단순함의 발로였던 것이다. 그 결과 패션이 생각을 방해하지 않게 한 것이었다.
오늘 우리는 AI 시대를 살아간다. 그러나 그 화려한 기술의 바닥에는, 머리도 제대로 빗지 않던 한 과학자의 오래된 생각이 조용히 놓여 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오늘의 패션도 아인슈타인의 패션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장보다 스니커즈 등 기능성 소재를 활용한 편안함, 유행보다 자기 표현 즉 '나답게 입기', 그리고 가볍고 활동적인 옷으로의 실용성을 추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아인슈타인은 옷에 에너지를 쓰지 않았다. 생각에 에너지를 쓰기 위해서였다. 그의 패션이 주는 메시지는, 옷은 생각보다 중요한 것이 아니며, 진짜 스타일은 유행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가에서 나온다는 진리이다. 다시 한 번 그를 생각하게 한다.
송명견(동덕여대 명예교수ㆍ칼럼니스트)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