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PFAS 전면규제 앞두고 프랑스·덴마크 조기 시행
소재·공정·인증 재편…아웃도어·기능성 의류 직격탄
EU는 3월 말 과불화화합물(PFAS) 규제안의 사회경제적 분석보고서 초안을 공개하고 60일간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섬유 업종 및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화학을 주요 영향 산업으로 보고 별도 문의창구와 대응협의체를 가동했다. PFAS는 발수·방오 기능을 위해 의류, 신발, 아웃도어 제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으나, 분해되지 않는 특성으로 인해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며 환경·건강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EU의 과불화화합물 규제가 본격적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EU 전면 규제 이전 국가 별 조기 시행 연이어
EU는 현재 1만 종 이상 PFAS 물질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역대 최대 규모 화학 규제’를 추진 중이다. 유럽화학물질청(ECHA)의 평가를 거쳐 2026년 내 최종 의견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규제의 핵심은 PFAS의 제조, 사용, 유통 전반을 제한하되 일부 필수 용도에 한해 예외를 두고, 나머지 용도는 18개월에서 최대 1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처럼 PFOA, PFOS 등 특정 물질만을 제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물질군 전체를 규제하는 구조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EU 차원의 최종 규제안이 확정되기 이전부터 주요 회원국들은 이미 개별적 규제 시행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는 2026년 1월부터 의류, 신발, 섬유제품 등 소비재 전반에 대해 PFAS 함유 제품의 제조·수입·판매를 금지하고, 2030년에는 적용 범위를 모든 섬유로 확대할 계획이다. 덴마크 역시 총 불소 기준 50mg/kg을 초과하는 의류와 신발의 유통을 2026년부터 금지하기로 했다. 이러한 국가별 규제는 EU 공통 규제보다 빠르게 적용되며, 결과적으로 유럽 시장 전체의 기준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패션업계, 선제적 PFAS 중지 전략 확산
글로벌 패션기업들은 이미 선제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H&M은 2010년대 초부터 PFAS 사용을 전면 금지했으며, 인디텍스는 PFAS-free 제조 가이드를 도입해 제품뿐 아니라 공급망 전반의 화학물질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파타고니아는 2025년 이후 모든 신규 제품에서 의도적으로 첨가된 PFAS를 제거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고, 나이키 역시 단계적 퇴출 로드맵을 기반으로 PFAS 제거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PFAS 대응을 단순한 제품 규격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 관리 전략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공급망 차원의 대응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ZDHC는 제조공정에서 PFAS의 의도적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AFIRM 그룹은 제품 시험 기준과 함께 공정 오염 방지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bluesign과 OEKO-TEX 등 주요 인증기관 역시 PFAS 기준을 강화하면서 사실상 PFAS-free를 산업 표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단순히 소재를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생산라인 분리, 설비 세척, 화학물질 관리 프로세스까지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U PFAS 규제에 아웃도어·기능성 의류 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대체소재 한계·비의도적 오염, 기술로 극복해야
기술적 측면에서는 PFAS를 대체할 수 있는 발수·방오 소재가 일부 상용화됐지만, 완전한 대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PFAS-free 대체 기술은 기존 대비 성능이 낮거나 내구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으며,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한계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업계는 규제 대응과 기술 개발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
최근에는 PFAS의 ‘비의도적 오염’ 문제가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재활용 섬유나 생산 공정에서의 교차 오염, 화학물질 혼입 등을 통해 PFAS가 검출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은 단순히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넘어 검출 관리와 추적 시스템 구축까지 요구받고 있다. 이는 PFAS 규제가 제품 단위를 넘어 공급망 전반의 관리 체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관 힘 합쳐 유럽 시장 재편의 기회 찾아야
정부는 EU 규제가 최종 확정되는 시점을 2028년 전후로 보고, 이에 맞춰 단계적인 대응을 준비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PFAS 규제를 반도체, 자동차, 화학과 함께 주요 산업 리스크로 지정하고, 섬유패션 업종을 포함한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대응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PFAS-free 섬유소재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을 2024년부터 추진하고 있으며, 2026년 EU 의견수렴 과정에 산업계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내 패션기업의 대응 수준은 기업 규모와 글로벌 거래 여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이미 글로벌 브랜드 기준에 맞춰 화학물질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중소 벤더의 경우 공정 분리나 시험·검증 체계가 미흡한 곳도 적지 않다. 특히 다수의 브랜드 물량을 혼류 생산하는 국내 공급망 구조에서는 한 공정의 오염이 전체 제품군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존재해 위험부담이 더욱 크다.
PFAS 규제 글로벌 확산, 대응 능력이 성장력 핵심
중요한 것은 PFAS 규제가 유럽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국은 지난 2월 첫 국가 PFAS 전략 발표했다. 미국은 현재까지 18개 주에서 제품 규제를 도입했고, 23개 주에서 82건의 PFAS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즉 EU의 PFAS 규제가 글로벌 표준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PFAS 규제는 국내 패션산업에 다양한 구조적 변화를 요구한다. 우선 유럽 수출 제품은 즉각적인 규제 대상이 되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시장 접근 자체가 제한된다. 소재 전환과 시험·인증, 공급망 재편에 따른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고, 발수·방오 기능에 의존해 온 아웃도어와 스포츠웨어 중심의 제품 전략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PFAS 의존도 기준으로 재분류하고, 원단·화학물질·공정을 아우르는 공급망 전수 점검에 나서야 한다. 동시에 국제 인증 기준에 대응할 수 있는 시험 체계를 구축하고, 대체 소재의 성능 데이터를 축적해 바이어와의 협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EU의 규제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해 산업 현실을 반영하는 것도 중요한 대응 전략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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