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례 없는 폭락세를 이어가던 코스피가 16일 장중 3% 안팎으로 치솟으며 8거래일 만에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여의도 증권가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다. 단기간에 지수가 20% 이상 무너져 내린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반등은 '기술적 되돌림' 수준에 불과하며, 급락장을 주도한 외국인의 이탈 흐름(셀 코리아)을 꺾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이 최악의 변동성에 휩싸이자 투자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지금이라도 손절매(손절)로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가, 아니면 피투성이가 된 시장에서 끝까지 버텨야 하는가."
◆"IMF·금융위기 급에 비견"…과매도 영역 진입엔 이견 없어
증권가 전문가들은 현 시장이 이성적인 기업 가치 평가(밸류에이션) 범주를 벗어난 '극심한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다고 입을 모은다.
자산운용사의 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0월 들어 나타난 하락 속도는 지난 7월 반도체 조정 국면보다 훨씬 비정상적"이라며 "단 7거래일 만에 코스피가 20% 넘게 빠진 것은 1997년 IMF 외환위기(-25%),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31%), 2020년 팬데믹 초기(-25%) 등 역사적 대위기 때나 목격되던 기이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지수 수준은 악재란 악재는 모두 반영한 극심한 저평가 상태"라며 "공포에 질려 투매에 동참하기보다는 일단 포지션을 유지하며 견뎌내야 하는 구간"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시장이 언제, 어떠한 경로로 안정을 되찾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이어졌다.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급락 후 투자 심리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V자 반등보다는 이중·삼중 바닥을 확인하는 작업이 수반됐다"면서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지난 7월 폭락 당시의 저점과 맞물려 이번 하락이 '쌍바닥(이중 바닥)'을 형성하고 반등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이중 바닥이 성립하려면 현 상황이 '실제적 시스템 위기'로 전이되지 않아야 한다"며 "기업 실적 눈높이가 하향 조정되는 과정에서 경기 연착륙 신호가 확인될 때가 진짜 바닥이자 추세적 회복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매도 폭탄 흡수할 '방어막' 상실…수급 불균형 심화
이번 폭락장의 본질적 원인으로는 '수급 생태계의 파괴'가 꼽힌다. 시장 전략 전문가는 "올해 외국인 순매도 물량의 상당수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종목에 집중된 가운데, 9월까지 지수 하단을 받쳐주던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마저 10월 초 종료되면서 수급 안전판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외국인이 던진 매물을 받아줄 주체가 없다는 점이다. 올해 100조 원 넘게 주식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들은 예탁금 증가세가 정체되며 실탄이 바닥났고, 연기금 등 제도권 기관 역시 수급 방어 여력이 한계에 다다랐다. 매수 주체가 비어 있는 '빈집' 상태에서 매크로(거시경제) 변수 악화가 매도 악순환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과거 통계적으로도 코스피가 7거래일간 10% 이상 급락한 12차례 사례 중 1주일 내 단기 반등에 성공할 확률은 83%에 달했으나, 하락 폭이 15%를 초과한 5개 사례에서 1개월 내 추세 상승으로 돌아설 확률은 20%에 불과했다.
단기적인 '반등(Bouncing)'과 중장기적인 '추세 회복(Trend Recovery)'을 명확히 구분해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메타 실적·AI 신용위험 완화가 단기 분수령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 변곡점으로 글로벌 빅테크의 실적 발표와 AI 공급망 내 신용위험 진정 여부를 꼽고 있다.
현지시간 기준 오는 21일 예정된 메타(Meta)의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주요 빅테크들의 어닝시즌이 본격 개막한다. AI 투자에 대한 자본지출(CAPEX) 지속성이 확인되고, 코어위브 등 AI 관련 기업들의 신용위험 우려가 완화될 경우 외국인 매도세가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증시 전문가는 "급격한 낙폭을 기록한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를 중심으로 분할 매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겠으나, 수급 불균형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방어적인 자산 배분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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