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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팜스 뷰] 트럼프 방중 사절단서 빠진 빅파마…K-제약바이오 기회일까

17인의 방중 사절단에 테크와 금융 거물들이 이름을 올리는 동안 제약업계가 배제된 것은 단순히 산업 비중의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약산업을 전략적 파트너에서 안보 통제 대상으로 재정의했음을 알리는...

[팜스 뷰] 트럼프 방중 사절단서 빠진 빅파마…K-제약바이오 기회일까

사진=AI 생성이미지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행 에어포스원에 빅파마의 자리는 없었다. 17인의 방중 사절단에 테크와 금융 거물들이 이름을 올리는 동안 제약업계가 배제된 것은 단순히 산업 비중의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약산업을 전략적 파트너에서 안보 통제 대상으로 재정의했음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약 CEO들을 제외한 배경에는 이른바 온쇼어링(On-shoring) 압박이 깔려 있다. 애플이나 테슬라는 중국 시장에서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리면서도 핵심 기술의 통제권은 미국에 둔다.

반면 빅파마들은 최근 중국 바이오텍에 수조 원의 라이선스 계약금을 지불하며 자본과 R&D 노하우를 중국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각에서 이는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자본이 타국의 바이오 생태계를 키워주는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 이번 배제는 '중국에 투자하지 말고 미국 본토에 공장을 지으라'는 노골적인 메시지로 읽힌다.

유전체 분석 장비 업체 '일루미나'만 사절단에 합류한 점은 트럼프식 바이오 안보의 기준을 보여준다. 일루미나는 장비를 판매하는 기업이다. 트럼프에게 장비 판매는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수출이지만 신약 공동 개발이나 임상 협력은 데이터와 노하우가 넘어가는 행위다.

즉, 중국에 물건을 파는 것은 좋지만 중국과 머리를 맞대고 약을 만드는 것은 안 된다는 이분법적 논리가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워싱턴의 시계는 중국산 바이오 자본과 데이터를 향해 냉혹하게 흐르고 있다. 최근 미 하원 세출위원회가 FDA로 하여금 중국 등 국가에서 생성된 임상 데이터를 연구용신약(IND) 신청 근거로 수용하지 못하도록 권고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들은 비용 절감과 임상 속도를 위해 중국을 전초기지로 활용해 왔으나, 이제 중국발 데이터는 승인 거절이라는 치명적 리스크를 안은 '독이 든 성배'가 될 처지에 놓였다.

흥미로운 점은 현장의 온도 차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에 내린 당일, BMS(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는 중국 항서제약과 최대 152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협력을 발표했다. 정치적 냉기류 속에서도 혁신 파이프라인에 목마른 빅파마의 갈증은 여전하다는 증거다. 그러나 워싱턴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빅파마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자산을 도입할 때마다 '안보 리스크'를 해명해야 하는 내부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던진 기회, K-제약의 ‘안보 파트너’ 입지

이러한 지정학적 격변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에 전례 없는 기회의 창을 열어주고 있다. 미국 자본이 중국 바이오텍을 꺼리기 시작하면서 기술력은 대등하되 정치적 안정성을 갖춘 한국이 가장 매력적인 대체지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이른바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깊어지는 만큼 '코리아 프리미엄'이 형성될 수 있는 최적의 구간에 진입한 셈이다.

가장 먼저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곳은 임상 분야다. 중국산 데이터의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오르면, 대형병원 인프라와 고품질 데이터를 보유한 한국 임상기관과 국내 CRO(임상시험수탁기관)의 가치는 급상승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스폰서들 입장에서 한국은 임상 품질과 규제 투명성을 동시에 보장받을 수 있는 '세이프티 존'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생산과 기술수출 분야도 마찬가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같은 국내 CDMO 대기업들은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를 이탈하려는 글로벌 물량을 흡수할 수 있으며 항암제와 면역질환 분야의 국내 바이오텍들은 중국 기업의 빈자리를 메울 전략적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장밋빛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숙제가 있다. 한국 제약 산업 역시 원료의약품과 중간체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완제품이 한국산일지라도 핵심 원료가 중국에 묶여 있다면, 트럼프식 '탈중국 공급망' 검증을 통과하기 어렵다. 또한 우리 기업이 중국과 맺고 있는 기존 협력 관계가 향후 미국 진출 시 '부메랑'이 되지 않도록 정교한 거버넌스 관리가 필요하다.

준비된 한국 기업에게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상단으로 올라설 결정적 변곡점이 될 것이다. 이제 기술력은 기본이며 지정학적 리스크를 통제하는 능력이 곧 핵심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왔다. 정부와 업계가 원료 자립도를 높이고 미국 규제 환경에 최적화된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면 미·중 바이오 디커플링은 K-제약이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는 거대한 도약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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