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계약에 주가 14% 급등…외국인·기관 동반 매수
각형 배터리 경쟁력 부각…EU 규제·공급망 재편 수혜
증권가 “적자 축소→내년 흑자 전환…중장기 성장 본격화”
삼성SDI 주가 추이(월봉)/그래프=네이버페이증권
21일 국내 증시에서 삼성SDI 주가가 급등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5분 기준 삼성SDI는 전 거래일 대비 14.68% 오른 61만7000원에 거래됐다.
최근 부진했던 2차전지 업종 흐름과 달리 단기간에 급등세를 보이며 투자심리가 빠르게 개선되는 모습이다.
이번 상승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동반 매수세가 주도했다.
외국인은 4월 15일부터 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왔고, 기관 역시 4월 16일부터 3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서며 수급을 견인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가 급등의 직접적인 촉매로 메르세데스-벤츠와의 대형 공급 계약을 꼽고 있다.
삼성SDI는 전날 벤츠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위한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삼성SDI는 2028년부터 벤츠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인 MMA 기반 차량에 고성능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공급 물량은 수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삼성SDI가 벤츠에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계약으로 삼성SDI는 BMW, 아우디에 이어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3사 모두를 고객사로 확보하게 됐다.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유일한 사례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수주 이상의 전략적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각형 배터리 공급을 CATL에 크게 의존해 왔다.
그러나 공급망 리스크와 정책 환경 변화로 인해 공급처 다변화 필요성이 커졌고, 그 대안으로 삼성SDI가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최근 산업가속화법(IAA)을 통해 배터리와 전기차 생산의 유럽 내 현지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규제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헝가리 공장을 보유한 삼성SDI는 관세 및 정책 리스크 측면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기술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부각된다.
삼성SDI는 니켈 비중 80% 이상의 하이니켈 기반 니켈코발트망간(NCM) 각형 배터리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각형 배터리는 공간 효율성이 높고 대량 생산에 유리해, 중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쿠페형 전기차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계약 대상 차량 역시 벤츠의 GLA, GLB, CLA 등 중소형 라인업으로 알려졌다.
벤츠는 해당 플랫폼에서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고성능 NCM 배터리를 병행 적용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LFP는 CATL이, NCM은 삼성SDI가 공급하는 구조로 공급망이 이원화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 자체가 글로벌 배터리 시장 재편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수주 배경에는 이재용 회장의 ‘배터리 세일즈’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벤츠 경영진과 회동했고, 올해 유럽 출장에서도 직접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이어진 최고경영진 차원의 협상이 실제 수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회복 초기 단계다.
삼성SDI는 전기차 수요 둔화, 이른바 ‘캐즘(Chasm)’ 영향으로 지난해 1조72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도 적자를 예상하고 있지만 규모는 약 40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는 영업이익 1조원, 2028년에는 2조원대 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과 수익성이 동시에 회복되는 ‘턴어라운드 구간’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프리미엄 완성차 고객 확보는 수익성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고성능 배터리는 단가가 높고 장기 공급 계약이 많아 실적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전기차 배터리 산업 전반에 대한 시각도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수요 둔화와 재고 부담으로 ‘전기차 캐즘’ 우려가 컸지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적 투자와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중장기 성장 기대가 다시 부각되는 분위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벤츠 수주는 단순한 고객 확보를 넘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삼성SDI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둔화보다 구조적 성장에 주목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삼성SDI와 메르세데스-벤츠가 2026년 4월 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안다즈 서울강남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요르그 부르저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기술책임자./사진=삼성S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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