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신문은 4월2일 중국 선양에서 ‘동북3성과 한중 협력의 미래 진단’이라는 주제로 전문가 대담을 진행했다. 강행구 선양총영사관 부총영사를 비롯해 박영완 전 민주평통 중국지역 부의장, 김영식 e-동북3성문화원 원장, 신주열 동북3성한인연합회 사무총장, 김한신 길림재경대 교수, 최동진 선양지상사협의회(IBK기업은행 선양분행장) 회장 등 6명이 주제 발표 및 토론자로 참여했다.
재외동포신문 주최 ‘동북3성과 한중 협력의 미래 진단’ 주제 대담에 참여한 패널들.
본지는 주선양총영사관(총영사 김영민)과 공동으로 4월2일 오후 3시부터 5시30분까지 2시간 30분간 중국 선양시 웨스톤 호텔에서 ‘동북3성과 한중 협력의 미래 진단’이라는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박철의 재외동포신문 대표 사회로 진행된 이날 대담에는 강행구 선양총영사관 부총영사를 비롯해 박영완 전 민주평통 중국지역 부의장, 김영식 e-동북3성문화원 원장, 신주열 동북3성한인연합회 사무총장, 김한신 길림재경대 교수, 최동진 선양지상사협의회(IBK기업은행 선양분행장) 회장 등 6명이 주제 발표 및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날 대담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동포정책과 재중동포들의 활동 현황과 애로사항, 한국어 교육 현황 등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까지 2회에 걸쳐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정상회담 이후 한중 관계가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됐다. 이에 대해 강행구 부총영사는 “한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간 우호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며 “특히 재외동포정책도 재외국민 권익 보호에 무게가 실려 있어 향후 재외동포 사회에 바람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반면, 김영식 원장은 “한중 관계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동북 3성의 봄은 오지 않았다”는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김한신 교수 역시 “교육이나 문화 방면에서는 봄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한중 협력이 이루어지려면 인재 인프라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중국 현지에서 ‘한국어 말하기 대회’ 등 한국어 교육은 중국 정부의 규제로 참석자 모두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명 정부의 재외동포정책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달라.
▲강행구 : 지난해 11월과 올해 초 두 차례에 걸쳐 한중정상회담이 이뤄지면서 그동안 냉랭했던 한중 관계가 일정 정도 복원되고 우호협력 기반조성에 대한 새로운 모멘텀이 시작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무엇보다 중국 고위직들이 한국 정부 관계자나 정치인들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 최근 한중의원연맹 소속 정치인들이 장춘을 방문했는데 당서기와 성장이 모두 나와 극진하게 환대를 했다. 공안 당국자들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이런 전례는 거의 없었던 변화된 모습들이다. 재외국민(재중동포)들의 애로사항을 점진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또한 역력하다.
이재명 정부에서 달라진 재외동포정책이 있다면?
▲강행구 : 대통령께서 해외 순방을 다니면서 재외동포들을 자주 만나고 있다. 여러 채널을 통해 확인되듯이 동포들의 애로사항을 현장에서 접수한 뒤 곧바로 공관에 통보, 사후조치까지 챙기는 등 재외국민 권익보호에 상당히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특히 차별적인 요소가 담긴 F4 비자도 대통령이 직접 개선 지시를 하지 않았는가.
중국의 대한국인 비자 정책에 대한 불만이 많다. 공관 차원의 대책은?
▲강행구 : 양국 국민들의 왕래가 문화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정부 방침은 무엇보다 비자 포용 정책이다. 동북3성의 비자 정책은 지역 사회 공헌도에 따라 비자발급 기간이 달라지는데, 통상 1년짜리 비자발급 후 1년 뒤 갱신, 또는 2년짜리 비자발급 후 2년 뒤 다시 갱신한다. 그래서 공관에서는 기본적으로 2년에서 5년짜리 비자발급을 위해 중국 정부와 다각적인 접촉을 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인의 복수 비자도 대폭 완화하거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를 향한 재중동포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가장 큰 애로사항은 뭔가.
▲박영완 : 한때 재중동포가 90만에 이르렀지만 사드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현재 30만명 내외로 줄어들었다. 가장 큰 애로사항은 재중동포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국민들인데 이들에게는 의료보험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중국인(조선족 포함)들이 한국에서 취업을 하거나 여타 사유로 3개월 이상 체류하면 이들에게 의료보험 혜택이 주어진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중국에서 31년 동안 세금을 내면서 살았지만 중국의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기댈 곳은 모국인데 의료보험 혜택을 보려면 중국인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3개월 이상 체류해야 하는데,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 불가능하다. 정부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민주평통에서 매년 ‘통일캠프’를 한다고 들었는데 간단하게 소개를 부탁드린다.
▲박영완 : 중국에는 5개 민주평통협의회가 있다. 각 협의회별로 동포 자녀 10여명 가량을 선발해 통일 강연을 비롯, 토론회, 역사·문화교육, 팀프로젝트 등을 통해 남북 관계와 동북아 정세를 폭넓게 학습한다. 예산은 민주평통 사무처와 민주평통선양협의회가 공동으로 마련해 진행한다. 백미는 백두산 등정이다. 북파와 서파를 모두 오르면서 민족애와 조국애를 고취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이 과정에서 지린성 연변 이도백하에 있는 농심 백산수 공장 견학을 가는데 여기서는 현수막도 걸 수 있고 사진도 마음대로 찍을 수 있어 편하다. 청소년들이 모국 기업인 농심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지금까지 통일캠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농심에 신세를 많이 졌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백산수 이야기를 추가해 달라.
▲박영완 : 우선 물맛이 매우 좋다. 공장 규모가 약 10만여 평에 이를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농심이 2000억원을 투자해 2015년에 완공된 이 공장을 가면 가슴이 뛴다. 농심이 해외에서 구축한 최대 규모의 생수 생산기지로 평가된다. 여기서 생산된 백산수를 다롄까지 기차로 운송해서 한국으로 보낸다. 이날 대담을 마치고 박 부의장을 비롯해 김영식 원장 등 4명이 시타 소재 한국인 식당인 우당에서 통일주(백산수+대동강 맥주+제주 한라산 소주)를 마시며 통일에 대한 염원을 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통일주
현재 동북3성에서 문화 활동을 하며 느끼는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떠한가?
▲김영식 : 한중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는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동북3성의 경우, 아직은 경직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저는 이를 ‘봄이 오기 전 꽃샘 추위’라고 표현하고 싶다. ‘꽃샘 추위’라고 말한 배경은, 한국과 중국은 최소한 ▶문화 ▶민족 ▶역사 ▶학교라는 4개 단어를 해석하는데 엄청난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한국은 문화를 교류의 수단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정치적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민족 역시, 한국은 국가의 상위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중국은 정반대다. 예를 들어 조선족은 중국내 소수민족 중 하나로 교육하기에 민족을 이유로 국가를 배반할 수 없다. 그리고 중국은 역사에 대해 아주 민감하다. 중국은 현재 자국 영토 내 과거 역사를 모두 중국사로 보는 입장이기 때문에 고구려나 발해 관련 언급이 쉽지 않다. 또한 항일 역사 역시 특정 관점만 허용되어 다양한 해석이나 교육이 제한된다. 게다가 중국에선 학교나 학당, 학원 등의 이름과 단체를 엄격히 통제한다. 즉 중국교육은 하나의 중국을 위한 정신교육센터로 인식, 외국과의 교류나 지원을 제한하고 있다.
조선족과의 교류도 어려운가.
▲김영식 : 그렇다. 한국은 민족 공동체 개념이 강하지만, 중국은 국가 중심 체계이다. 일면, 조선족과의 접촉 자체가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며, 일부 경우에는 교류 이후 불이익을 받는 사례도 있다고 전해진다. 동포 지원 활동도 지혜가 필요하다.
사드와 코로나 이후 한중 관계를 어떻게 보는가.
▲김한신 : 한중수교 초창기 양국 관계 개선에 조선족들이 가교역할을 했다. 조선족들이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알기 때문에 중국인들도 자연스럽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우호관계가 형성됐던 것이다. 그러나 2016년 사드 사태와 코로나를 거치며 한중 관계는 분명 ‘겨울’을 겪었다. 최근 들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관계 개선의 전환기가 마련되고 있지만, 교육·문화 분야에서는 아직 완연한 회복, 즉 ‘봄’을 체감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결국, 지속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인재, 특히 청년 인프라가 핵심인데 최근 여러 가지 이유로 양국간 인적교류의 폭이 크게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
대학에서 한국어 교수로 계시는데 최근 한국어 수요 변화도 많을 것 같다.
▲김한신 : 그렇다. 한중수교 초기에는 동북지역에 한국어 수요가 집중되면서 전국 각지 학생들이 동북3성 지역으로 유학을 왔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부터는 중국 남부 지역 대학에도 한국어 학과가 생기면서 동북지역까지 올 필요가 없어지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저희 학교는 3학년이 되면 기본적으로 개인 사정으로 몇몇을 제외하고는 거의 자매 결연을 맺은 학교를 비롯 한국의 각 대학으로 뿔뿔이 흩어져 6개월 코스의 교환학생으로 갔다. 반면 20명 가량 한국의 학생들이 교환학생 신분으로 우리 학교에 들어와 공부를 하기도 했다. 한때 장춘의 경우 한국인 유학생들이 200여명이 넘을 정도로 활발했다.
그러나 2016년 사드와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유학생들이 대폭 줄어들면서 코로나 이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보면 된다. 현재 코로나가 지난지 3년이 되었지만 유학생들의 규모가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혹시 공관 차원에서 한국어 보급 확산에 대한 방안을 고민해 봤는가.
▲강행구 : 최근 공관에서 조사를 해보니 동북3성 내 한국어과가 20여 개 정도는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언어는 중국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언어보다는 학문적 접근을 위한 ‘한국학과’ 개설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중국내 한국 공관들이 한국어(제2외국어)를 입시의 한 과목으로 채택해 줄 것을 중국 정부에 건의하려고 한다. 아울러 기업과 연계해 취업 알선에 한국어 능력자를 우선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 이외에도 한중 대학간 학점교류제 및 스포츠 교류를 통해 양국 학생들에게 문호의 폭을 넓히려고 다양한 각도에서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세계 3대 AI강국을 표방하고 청년 학생들에게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재중동포 자녀나 조선족 청년들을 대상으로 AI와 연계한 한국어 교육을 하면 간접적으로 한국어 보급에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김한신 : 한국어 수요 확대를 위해 한국어를 배우게 하는 양적 팽창은 정점에 이르렀다고 본다. 그래서 단순하게 한국어를 포함해 외국어만 가르치는 교육은 이미 끝났다고 본다. 그래서 외국어와 함께 다른 학과를 연계한 융합 교육이 필요하다. 저희 학교가 재경대인 만큼, AI교육과 함께 회계나 재무 등 실무를 가르치는 방식을 취하면 한국어 수요를 조금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어가 사라지지 않도록 한중 청년들이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동진 회장님, 한국어 확대와 관련해 하실 말씀 있으시죠.
▲최동진 : 작년에 랴오닝대에서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친구들이 한국 문화에도 관심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K-컬쳐 영향인 것 같다. 이들이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이나 문화를 좋아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이날 행사 후 담당 교수와 저녁을 한 뒤 한국어에 대한 이런 호감도가 완전히 빗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교수가 제자들을 한국 기업에 입사할 수 있도록 추천해달라고 해서 CJ, CJ 바이오. 롯데, 포스코 측에 랴오닝대의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급여나 복지 수준이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 매칭되지 못해 다소 충격이었다는 회고다. 결론은 한국어를 한다고 해서 한국 회사에 입사를 할 것이라는 환상을 깨야 한다.
내년 한중수교 35주년을 맞아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나?
▲김영식 : 사드사태와 코로나19로 단절된 ‘잃어버린 10년’을 회복할 중요한 기회다.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에서 새롭게 행사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기존에 해오던 행사들을 확대하거나 특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선양 한국주(週)가 가장 대표적이고 오래된 행사다. 장춘은 경제 중심의 모임 형태로 발전했고, 다롄은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축제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중국 내에서도 일정 범위의 국제 교류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한 두가지 사례만 들어 달라.
▲김영식 : 시타(西塔) 지역을 ‘미식 거리’로 조성해 한중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드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예를 들어 ‘아시아 누들로드’ 같은 행사를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국수는 아시아 대부분 국가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문화 교류의 매개가 될 수 있다. 북한의 평양냉면, 한국의 안동국시, 일본 라멘 등등...
또 다른 한 가지는 동북3성에 존재하는 항일 역사와 민족의 자산을 발굴해 현재와 미래의 공동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 관련 유적은 중국에서도 비교적 우호적이다. 이를 활용해 하얼빈과 다롄 일대의 유적지를 연결한 ‘평화투어’를 운영할 수 있다. 안중근의 본래 이름이 안응칠이다. 북두칠성처럼 엉덩이에 점이 7개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안중근 유적지인 하얼빈 공원 청초당 유묵비 헌화, 상지 비림원, 자오린 공원, 하얼빈 731부대, 대련 뤼순감옥, 다렌 관동법원 등 6개 유적에다 손도장 이벤트를 포함해 7개 평화투어를 제안한다.
-전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에 공기업을 포함해 대기업 중심의 지상사협의회가 있다.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은 물론, 현지 한인사회와의 공생을 유도하고 있다. 동북3성에서 동반성장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최동진 : 현재 동북3성에 한국 기업체가 약 500여개다. 이 가운데 대기업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CJ, 포스코, 농심, 한국인삼공사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무엇보다 선양에 상주하는 지상사협의회 회원들은 법인장 아래 직급 30여명이 상주한다. 그래서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이나 현지 동포 및 시민사회단체들과의 연결고리가 약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대기업의 조급함이다. 공장을 설립한 뒤 1~3년 내에 성과가 나오길 기대하는데, 이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 중국 시장은 진입 장벽과 경쟁이 높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한데, 본사는 단기 실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동북3성의 역사성과 특수성을 감안, 대기업 본사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인사회도 역동성을 갖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기업)이러한 조급함이 실제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최동진 : 현지 주재원들은 임기 내 성과를 내야 승진이나 평가에 유리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보다는 단기 성과에 집중하게 된다. 이로 인해 전략이 단편적으로 흐르고, 지속적인 투자 대신 빠른 결과를 내는 데 치중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기업 전체의 방향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중 수교 이후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이 중국에 대거 진출, 한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수교 30년이 지나면서 절대 다수의 중소기업들이 인도나 베트남 등지로 이전하거나 아예 중국에서 철수했다. 중국 진출에 실패한 이유는 뭔가.
▲최동진 : 한중수교 이후 많은 중소기업들이 중국을 ‘기회의 땅’으로 보고 진출했지만, 접근 방식이 단순했다. 값싼 인건비와 원자재, 낮은 생산비용만을 보고 진출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기술력이나 브랜드 경쟁력이 부족했던 기업들은 버티지 못하고 철수하게 됐다. 실제로 중국 진출 기업의 80~90%가 철수한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장기 투자 없이 단기적인 비용 절감만 노린 전략이 실패의 주요 원인이라고 본다.
현재까지 중국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의 특징은
▲최동진 : 공통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꾸준한 투자를 이어온 곳들이다. 단순 가공이나 저가 생산 중심이 아니라, 차별화된 기술과 품질을 바탕으로 시장에 대응해왔기 때문에 살아남았다고 본다. 중국 시장은 규모가 크지만 동시에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전략 없이 버티기는 어렵다는 점이 이미 입증됐다.
중국 선양 시타(西塔)거리.
동북3성연합회에 대한 소개와 함께 역할을 간단하게 설명해달라.
▲신주열 : 동북3성연합회는 요녕성, 길림성, 흑룡강성에 있는 11개 지역 한인회를 하나로 연결하는 조직으로 해외에서 살아가는 한인들의 권익을 지키고, 지역 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특히 올해는 동북3성연합회 창립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동안 각 지역에서 활동해 온 한인사회 리더들의 발자취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동북3성연합회 핵심사업은 무엇인가.
▲신주열 : 현재 김정열 회장 체제에서는 다문화 사업을 핵심사업으로 꼽고 있다. 이를 위해 ‘다문화가족 사랑편지 공모전’에 이어 ‘다문화·한민족 행복 사진 공모전’을 통해 한인사회와 다문화가정이 함께 공감하고 참여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또 하나는 내부 결속이다. 동북3성연합회는 매년 임원 워크숍을 진행해 왔는데, 각 지역 한인회 실무진까지 함께 모여 사업을 공유하고 토론한다. 서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이해가 쌓이고, 그 과정이 결국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한다.
동북3성에 대한 지역적 특성은
▲신주열 : 동북3성은 중국 안에서도 의미 있는 지역이지만, 북한과 접경을 맞대고 있고 러시아와도 이어지는 공간이다. 특히 압록강과 두만강, 그리고 송화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도 한반도와 깊은 관계를 맺어 왔고, 이런 이유로 중국인을 비롯해 조선족, 한족, 북한 사람들이 섞여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 지역을 세계 유일의 핫플레이스로 지목한다. 한국측 입장에서 안보는 물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매우 중요한 거점이기도 하다.
한인사회 연대와 화합을 위해서는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는데.
▲신주열 : 그렇다. 동북3성연합회가 뭐 하는지 또는 누가 하는지도 모른다. 동북3성연합회 소통위원장을 제가 맡게 된 이유다. 그래서 연합회는 한인사회 리더를 포함해 다양한 인사들을 인터뷰, 단체 위챗(WeChat)방에 올리면서 소통의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한인사회의 소식은 본국에서는 크게 다루지 않을지 모르지만 낯설고 물설은 현지에서는 옆 동네 한인들의 동정도 매우 소중하다. 9년 전 재외동포신문에 보도자료를 보냈는데 곧바로 기사화 되는 사례가 있었는데, 지금 한인사회가 재외동포 언론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앞으로 회원은 물론 언론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겠다.
선양총영사관에서 벤처창업 로드쇼를 연다고 들었다. 이게 무엇인가.
▲강행구 : 밖에서 바라보는 중국과 현지에서 보는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20년 전의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된다. 중국은 로보틱스, AI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됐다. 앞으로의 중국은 상상하기 어렵다. 한중관계를 실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우리에 비해 권위주의 성향이 강해 혁신성이나 창의성이 다소 뒤처져 보이는데 이런 공백을 한국의 기업들이 보완하면 엄청난 시너지를 낼 것이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선양총영사관이 2014년부터 ‘한중벤처창업 선양 로드쇼’를 개최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100여개 한국의 혁신기업들이 중국 자본을 유치해, 성장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동북3성의 가치가 이런 로드쇼를 통해 인정될 것이라고 본다.
부의장님께서 비즈니스를 북한과 오랫동안 해오셨다고 들었다.
▲박영완 : 북한과 비즈니스를 35년째 하고 있는데 최근 북한의 변화는 주민들 스스로가 통일의 필요성을 언급하는데 주저한다. 겉으로 봐서는 통일을 원하지 않는 느낌마저 든다.
반면 우리는 역대 정권마다 통일정책을 펼쳐오면서 매우 조급하게 진행해 왔다. 통일은 긴 인내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북한을 인정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종종 독일 통일 방식을 언급하는데,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동북3성연합회가 하는 사업 중 차세대 사업이 있으면 설명해달라.
▲신주열 : 개인적으로 저는 한중 다문화가정이다. 친한파, 친중파가 많아져야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풀 수 있고, 그렇게 되었을 때 연변과 단동 등 북한과의 가까운 지역에서 경제협력의 창구가 마련되지 않겠는가. 그런 기회가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합회에서 최근 차세대 양성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정보공유 등 소통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자녀교육을 위해 한국학교를 비롯한 교육 환경 개선 관련, 영사관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오늘 주제가 동북3성과 한중협력의 미래인데 한국어 교수 입장에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
▲김한신 : 중국에 디오링고라고 하는 외국어 배우는 사이트가 있는데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수의 증가율이 제일 높게 나타난다. 한국어는 배워야 될 언어가 아니라, 배우고 싶은 언어이기 때문이다. 어려서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을 보면서 매우 신기하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한국어가 대세임이 분명해 보인다. 중국에서 한국어 교육에 대한 규제가 있는 만큼, 다각적인 연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늘 김영식 원장님은 하고 싶은 말씀이 너무 많으신데...
▲김영식 : 뜻밖에 ‘동북3성 한중 협력의 미래’ 라는 현실적인 주제의 대담프로그램을 만들어주셔서 재외동포신문과 선양총영사관에 특별히 감사를 드린다.
현재 대통령께서 한중 간의 관계를 풀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계시니, 그동안 어려웠던 중국내 한인사회가 좀 나아지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를 한다. 지금 전 세계가 K컬쳐 붐이 일고 있는데 중국은 완전히 막혀 있다. 10년 동안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문만 열어주면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이 아니겠나. 마침, 내년 2027년 (8. 24)은 한중수교 35주년이다. 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할 절호의 기회다.
감히 원컨대, 중국내 한국교민들의 한중우호를 향한 열망과 분투에, 한국정부와 재외동포신문을 비롯한 한국언론의 관심과 응원을 기대한다.
향후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
▲최동진 :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중소기업은 가격이 아닌 기술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중국 기업은 과거 10~20년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한국보다 뛰어난 기술기업들이 엄청나게 많다. 중국 진출을 원한다면 철저한 시장조사와 함께 단순 제조업이 아닌, 현지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중국은 한국의 우수한 기술을 전수하고 투자해 주길 바라지만 한국은 거대 시장의 유통망을 통해 제품을 파는데 신경을 쓰고 있어 괴리가 발생한다. 대기업의 경우, 단기 실적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투자와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 중국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빠른 성공’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의 관점에서 접근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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