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유화적…한국엔 불만 토로
중간선거 위한 외교적 성과 모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라고 언급하며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미는 17일부터 27일까지 하반기 정례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진행하며, 훈련 기간 예정된 대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FTX)은 지난해 17건에서 올해는 14건으로 축소됐다.
이와 관련 합동참모본부는 훈련 축소가 아니라 연중 분산 실시에 따른 횟수 조정이라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축소로 못박은 것이다
따라서 이란 전쟁의 수렁에서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훈련 축소 지시를 공개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한 유화적 손짓으로 외교적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간) 오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취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 감안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연합훈련이 비용이 많이 들고 비용의 상당 부분을 미국이 부담하고 있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하에서는 북한이 위협적이지 않고 예의를 지켜왔기 때문에 연합훈련 시행은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이처럼 트럼프가 대남 핵 타격까지 공언하는 북한을 위협적이지 않다고 규정하고, 방어적·연례적 성격의 연합훈련은 적대적이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문제 삼자 외신들은 “트럼프가 이전 미 행정부들이 적대국으로 규정한 나라의 지도자 편을 들면서 동맹에게는 등을 돌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 가장 최근 사례”(AP통신), “김정은을 칭찬하면서 오랜 동맹에 대한 지원은 줄인 것”(블룸버그 통신)이라고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실제 트럼프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라며 전제조건 없는 대화가 열려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지만, 이번처럼 실질적인 조치를 지시했다고 공개한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그간 연합훈련을 ‘북침 연습’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트럼프는 이번 글에서 뜬금 없이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협력에 소극적이라는 식의 입장도 내놨다. 그는 스스로도 “좀 상관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라며 “나는 최근 한국의 대통령에게 이란 비핵화에 동참하겠느냐고 물었는데, 그들은 ‘고맙지만 사양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동참의 내용이나 형식 등은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영국 BBC 방송은 “한국이 이란전에 참여하지 않은 뒤 트럼프가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했다”는 제목으로 두 사안을 연결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연합훈련 축소 지시가 “오랜 동맹(한국)이 트럼프의 이란전에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언급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연합훈련이나 주한미군을 거래의 대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트럼프의 즉흥성에서 기인하는 정책적 위험성이 재차 확인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미 중간선거가 채 3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란전으로 인한 고유가·고물가가 이어지며 트럼프와 공화당에 정치적 부담이 고조되자, 모종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대북 유화 신호를 연이어 발신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기동기자 leekd@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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