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

트럼프 대통령 무차별 언론탄압, 법원이 막았다

일부 방송사와 빅테크 기업이 트럼프 대통령에 합의금을 주며 소송을 취하한 것과 달리, 미국 사법부는... 소송 대신 트럼프에 합의금 준 방송사·빅테크 문제는 일부 방송사와 플랫폼 기업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 무차별 언론탄압, 법원이 막았다

[해외 미디어 동향] 트럼프·행정부, 최근 1년 언론상대 소송서 연패

방송사·빅테크는 합의금 주고 소송 무마… “소규모 언론 위축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1월20일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사진=백악관

천문학적 손해배상 소송과 언론탄압 조치를 이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행정부가 최근 1년간 치러진 주요 언론사와 소송에서 '연전연패'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방송사와 빅테크 기업이 트럼프 대통령에 합의금을 주며 소송을 취하한 것과 달리, 미국 사법부는 언론 자유를 중시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법원, 트럼프 대통령·행정부 언론탄압 막아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후 언론과의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SNS에서 언론사와 언론인을 비난하는 것에 이어, 지난해 12월엔 백악관 홈페이지에 '언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자신에 비판적인 언론사·언론인을 공개 비판하고 있다. 특히 언론에 대한 봉쇄 소송도 일상화됐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미디어오늘이 최근 1년간 트럼프 대통령·행정부와 언론사의 소송 결과를 확인한 결과, 미국 법원은 언론사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소송뿐 아니라 행정부의 공영방송 지원 중단·취재 제한 조치에 대해서도 일관된 판결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집계한 최근 1년 언론과 2기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의 소송 결과. 정리=윤수현 기자, 그래픽=안혜나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월스트리트저널이 '앱스타인 편지' 의혹 보도를 했다며 100억 달러(한화 약 14조710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플로리다 연방지방법원은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기자가 악의를 갖고 보도했을 가능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월스트리트저널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비판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150억 달러(한화 약 22조650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는데, 지난해 9월 플로리다 연방지방법원은 소송을 기각했다.

법원은 행정부의 언론탄압 조치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의소리(VOA) 예산을 전면 삭감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미국 공영방송 PBS·NPR 자금 지원도 중단했다. 미국의소리·NPR·PBS 등 공영방송 예산삭감 조치 역시 법원에 의해 무력화됐다. 또 백악관은 지난해 2월 AP통신이 '멕시코만'을 '미국만'이라고 부르지 않았다면서 AP통신 기자를 출입기자단에서 배제했지만 지난해 4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관점을 이유로 취재를 배제하는 것은 수정헌법 제1조 위반"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자신이 허가한 내용만 보도할 수 있도록 하는 보도지침을 만들고 기자실을 폐쇄했지만 최근 워싱턴DC 연방법원은 "독재정부의 특징"이라며 보도지침·기자실 폐쇄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유재성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그린베이캠퍼스 교수는 미디어오늘에 "법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언론 관련 조치에 대해 중요한 견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사법부는 '정부는 마음에 들지 않는 보도를 이유로 언론을 차별할 수 없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언론인 젬 바르톨로뮤(Jem Bartholomew)는 지난 20일 미국 컬럼비아대 부설 컬럼비아저널리즘리뷰 기고글에서 "판사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의 언론탄압 시도에 반대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이는 언론탄압 조치와 언론에 대한 봉쇄소송이 얼마나 공허한지 드러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 있는 언론 블랙리스트.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갈무리

소송 대신 트럼프에 합의금 준 방송사·빅테크

문제는 일부 방송사와 플랫폼 기업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합의금을 주는 방식으로 굴복했다는 점이다. 합의금도 천문학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CBS가 자신의 대선 패배를 위해 상대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인터뷰 영상을 조작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 CBS는 지난해 7월 1600만 달러(한화 약 235억 원)의 합의금을 지불하고 소송을 취하시켰다. ABC방송도 2024년 3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간 혐의가 있다'는 방송을 해 명예훼손 소송에 걸렸는데, 그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 되자 15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했다.

방송사의 경우 연방통신위원회(FCC) 규제 아래 있어 방송사들이 합의금을 지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CBS의 합의금 지불 당시 모회사 파라마운트는 스카이댄스 인수·합병을 놓고 FCC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FCC 위원장 역시 극우 활동가 찰리 커크 사망과 관련해 트럼프 지지세력에 비판적 발언을 내보낸 방송사에 대한 면허 박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언론탄압 의지를 공고히했다. 제이밀 자퍼(Jameel Jaffer) 나이트연구소 소장은 지난 2월 한 팟캐스트에서 "판례가 아닌 합의 관행이 만들어지는 것은 위험하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소규모 독립언론이나 지역언론은 정부 비판적 기사를 쓸 이유가 없어진다"고 비판했다.

플랫폼 기업도 2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자 일제히 합의에 나섰다. 유튜브·메타·트위터(현 X)는 2021년 1월 의회 폭동 사건 당시 트럼프 대통령 계정을 정지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부정선거 음모론을 부추기자 이를 막기 위해 계정을 정지시킨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들 기업은 총 5950만 달러(한화 약 875억 원)의 합의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불했다.

▲ 2021년 있었던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사건. 사진=CNBC 보도영상 갈무리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커뮤니케이션콘텐츠 전공)는 미디어오늘에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다른 문제를 제기할 것을 우려해 보험 성격으로 합의금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재성 교수는 "합의는 법적으로 진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언론이 위축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며 "대통령과 싸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퍼지면, 언론사들이 애초에 소송 대응을 하지 않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언론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에도 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으며, 주로 언론사와 기자를 향한 공개 비난 방식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월 취임 후부터 임기 종료까지 600건의 SNS 게시글을 통해 언론사를 공개 비난했다. 비난은 주로 NYT·CNN·워싱턴포스트 등 진보성향 언론사를 향했지만, 폭스뉴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 언론을 '국민의 적'이라고 수십 차례 칭했고, 급기야 이를 보다 못한 상원이 2018년 8월 "언론은 국민의 적이 아니다"라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관을 부정적으로 본 것이다.

다만 1기 행정부 시기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에 대한 소송을 비교적 자제해왔다는 점에서 현재와 차이가 있다. 소송은 주로 임기 말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 스캔들'을 제기한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이와 관련 설즈버거 뉴욕타임스 발행인은 2024년 9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의 부정적 보도로 재선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며 "그는 언론 때문에 자신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면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의에 차 있다"고 분석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