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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투데이기고] 지방선거, 지방소멸 해법 논의의 장으로 만들자

선거철이 되면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청년 유입이라는 구호가 반복된다. 공약집의 언어는 바뀌지 않고, 지방의 현실도 바뀌지 않는다. 이제는 질문 자체를 바꿔야 한다.

[투데이기고] 지방선거, 지방소멸 해법 논의의 장으로 만들자

선거철이 되면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청년 유입이라는 구호가 반복된다. 공약집의 언어는 바뀌지 않고, 지방의 현실도 바뀌지 않는다. 이제는 질문 자체를 바꿔야 한다. 지방은 왜 쇠퇴하고 있으며, 무엇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는가·

대한민국의 지방소멸은 인구 감소 문제가 아니다. 산업과 기회, 교육과 문화,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다. 사람은 단지 일자리를 따라 이동하지 않는다. 미래가 보이는 곳으로 움직인다. 건설사업과 일회성 지원이 지방을 살리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대전은 주목할 도시다. 대덕연구개발특구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 27개를 포함해 2,950여 개 기관이 밀집해 있다. 연구인력 1만여 명이 활동하고 연간 연구개발비 규모는 10조 원에 이른다. 이는 다른 지방도시가 단기간에 갖출 수 없는 국가적 자산이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불편한 이면이 있다. 연구는 연구단지 안에서 완결되고, 산업화는 수도권에서 이루어졌다. 대덕에서 나온 기술이 대전에서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드물다. 청년들은 여전히 서울로 향한다. R&D 집적도가 곧 지역 경쟁력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대전은 30년 넘게 경험해왔다. 문제는 자산의 부재가 아니라 전환 구조의 부재다.

지방이 살아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연구성과가 창업과 산업, 투자와 일자리로 이어지는 혁신 순환 구조다. 바이오, 반도체, 우주, 국방, 양자기술 같은 딥테크 기반 미래 산업은 개별 기업만으로 성장할 수 없다. 연구개발 역량과 데이터, 인재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경쟁력이 만들어진다.

이 순환이 작동하려면 세 가지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연구기관과 창업 생태계 간의 기술 이전 경로, 지역 대학과 기업을 잇는 인재 공급 체계, 그리고 초기 딥테크 스타트업을 지탱하는 지역 투자 기반이다. 대전이 부족한 것은 연구 역량이 아니라 이 세 고리를 연결하는 정책 설계다.

이러한 설계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몫이다. 그러나 기존의 단체장 역할 모델은 행정 관리자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지역 혁신 생태계를 설계하는 전략가로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 과학기술 정책을 이해하고, 연구기관·대학·기업·투자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어내며,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역량이 필요하다.

이것은 이상론이 아니다. 핀란드 오울루, 독일 드레스덴, 미국 리서치 트라이앵글은 모두 지방정부의 전략적 의지와 연구기관의 결합으로 지역 혁신 생태계를 구축한 사례다. 자산이 있어도 전략이 없으면 순환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정당 구호나 소모적 정치 공방이 아니다. 지역 혁신 생태계의 고리를 어떻게 연결할지에 대한 구체적 설계 유무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연구기관과 창업 생태계를 잇는 구체적 경로가 있는가· 딥테크 스타트업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는 투자 환경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것인가· 과학기술을 지역 성장과 연결하는 행정 역량을 어디서 확보할 것인가·

대한민국 최고의 연구개발 자산을 보유한 대전이 그 자산을 지역 성장동력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것은 한 도시의 성공이 아니다. 연구개발 자원을 보유하고도 지방소멸의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많은 지방도시에 대한민국이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 된다. 이번 선거가 그 가능성을 논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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