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시 시대에도 광주폴리는 계속되어야 한다
유우상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
2026년 10월 26일(월) 22:00
2011년 첫발을 뗀 광주폴리가 15년의 역사를 맞았다. 그동안 광주폴리는 세계적인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참여한 공공예술 프로젝트로서 도심 경관을 바꾸고 문화도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기여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일부 작품의 노후화와 안전 문제, 적지 않은 관리비용, 시민 이용률 저조 등이 지적되며 사업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비판은 겸허히 경청해야 한다. 다만 개별 시설의 관리 문제와 광주폴리가 축적해 온 본질적 가치는 명확히 구분하여 판단해야 마땅하다.
광주폴리는 단순한 거리 조형물이나 장식물이 아니다. 건축과 예술을 결합하여 장소의 역사적 기억을 드러내고, 시민의 일상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작은 공공건축이다. 대규모 개발사업과 달리 비교적 적은 예산과 자투리 공간으로 도시환경에 개입하는 ‘스몰 어바니즘’의 지혜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광주폴리는 일회성 행사로 휘발되지 않고, 도시의 시공간 속에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도시 안에서 단 하나의 폴리가 일으키는 변화는 작을 수 있다. 그러나 여러 폴리가 도시 곳곳에 들어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고립된 점(點)은 보행과 기억의 선(線)이 되고, 나아가 도심 전역을 활성화하는 면(面)의 네트워크로 확장된다. 개별 작품의 예술성도 중요하지만 광주폴리의 진정한 힘은 바로 이러한 축적과 연결에서 나온다. 흩어진 폴리들이 상권과 골목길, 역사문화 자원을 엮어낼 때 도심 재생의 강력한 촉매가 된다. 사업이 중단된다면 15년간 어렵게 쌓아 올린 도시적 자산과 미래 성장 가능성도 함께 약화될 수밖에 없다.
광주폴리는 시대적 요구에 맞춰 꾸준히 진화해 왔다. 초기에는 거장들의 실험적 조형물을 도심에 도입하여 도시 브랜드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면 이후에는 주민참여와 장소성, 실용적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최근 5차 광주폴리는 ‘순환’을 화두로 지역의 폐자원과 재활용 건축기술을 접목하며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친환경 건축 담론을 모색하였다. 이처럼 광주폴리는 시각적 대상을 넘어 복합적인 도시 문제에 능동적으로 응답하는 열린 실험실로 거듭나고 있다.
물론 지속이 기존 방식의 무비판적 답습을 뜻하지는 않는다. 일부 시설의 관리 부실과 시민과의 괴리는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기존 작품들의 안전성과 활용도를 정밀 진단하여 체계적인 유지관리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한다. 새로운 폴리 역시 조형성에만 치우치지 않고 주민들이 실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실용적 기능을 담아내야 한다. 기획부터 운영까지 시민과 지역 예술인이 주도하는 민관 협력 거버넌스를 공고히 할 때 일상에 뿌리내린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
특히 광주폴리는 그 지평을 넓힐 중대한 계기를 맞이했다. 광주와 전남의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확장에 머물지 않는다. 민주·인권·평화의 가치와 남도의 문화·생태자산, 첨단산업을 결합하여 새로운 지역 정체성을 형성하는 대업이다. 이러한 통합의 비전을 시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문화적 매개체가 절실하다.
광주폴리는 바로 그 과업을 수행할 최적의 도구다. 도심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역사도시와 농어촌, 산업단지와 해안 포구를 잇는 새로운 폴리 네트워크를 구상할 수 있다. 남도의 생태와 전통문화, 미래기술이 작은 건축 장치를 통해 일상으로 재해석될 때 통합시는 중심과 외곽이 다핵적으로 호흡하는 진정한 ‘폴리의 도시’로 도약할 것이다. 이는 행정적 통합을 넘어 문화적 연대를 공간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이다.
도시의 문화적 자산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광주비엔날레가 오랜 시간 세계적 담론을 축적하며 대표 문화자산으로 자리 잡았듯, 광주폴리 역시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 고유한 브랜드로 성숙해 가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난 성과와 한계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하는 정책적 결단이다. 광주폴리는 완성된 박제가 아니라 도시와 함께 성장하는 열린 프로젝트다. 통합특별시 시대를 맞아 광주폴리가 지역의 경계를 허물고 예술과 일상을 잇는 품격 높은 미래 유산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유우상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