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추론 서버 플랫폼/이미지=SK텔레콤
| 스마트비즈 = 양대규 기자 | 통신사였던 SK텔레콤이 이제는 반도체 기업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네트워크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인프라 전반을 직접 설계하려는 전략 속에서, AI 반도체를 핵심 축으로 삼으며 그룹 내 'AI 중심기업'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의 반도체 도전은 일찍 시작됐다. 자체 AI 반도체 프로젝트를 통해 설계 역량을 축적했고, 이를 바탕으로 AI 칩 기업 사피온을 출범시켰다. 사피온은 데이터센터용 AI 추론 반도체 개발을 목표로 성장했다. 현재는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에 인수합병되며 국내 대표 AI 칩 생태계로 재편됐다. 통신사가 직접 반도체 설계 기업을 키운 사례는 글로벌에서도 드물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AI 시대 통신사의 경쟁력은 더 이상 네트워크 속도에만 머물지 않는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의 상당 부분이 연산 칩에서 발생하면서, '어떤 반도체를 쓰느냐'가 서비스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 빅테크 기업들도 자체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SK텔레콤이 AI 반도체에 집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서버에는 크게 CPU, GPU, NPU 등 여러 종류의 프로세서가 사용된다. CPU는 데이터 입출력과 운영 제어를 담당하는 범용 연산 장치로 시스템의 관제탑 역할을 한다. GPU는 대규모 병렬 연산에 강점을 지녀 AI 학습에 활용돼 왔다. 최근에는 AI 서비스가 실제 운영 단계인 '추론(Inference)'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전력 효율이 높은 NPU(신경망처리장치)가 새로운 핵심 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추론은 AI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과정으로 24시간 지속적으로 작동한다. GPU처럼 고성능 장비를 그대로 사용할 경우 전력 소모가 과도해 비용 부담이 커진다. 이에 업계는 CPU가 시스템 운영을 담당하고 NPU가 AI 연산을 전담하는 구조를 차세대 데이터센터 표준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SK텔레콤은 최근 글로벌 반도체 설계사 Arm,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과 손잡고 CPU와 NPU를 결합한 AI 서버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Arm의 데이터센터용 ‘AGI CPU’와 리벨리온의 추론 특화 NPU ‘리벨카드’를 하나의 서버에 탑재해 저전력·고효율 AI 추론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SK텔레콤은 해당 서버를 자사 AI 데이터센터에서 실증하고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운영까지 검토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SK텔레콤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통신망 위에 AI 서비스를 얹는 수준을 넘어, AI 모델·데이터센터·반도체까지 수직 통합 구조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네트워크 사업자가 AI 인프라 공급자로 진화하는 셈이다.
SK텔레콤이 노리는 것은 통신 가입자 수 경쟁이 아니라 AI 연산 시장이다. 네트워크 회사에서 출발한 기업이 반도체 설계와 AI 인프라까지 직접 다루기 시작하면서, 통신사의 미래 경쟁 무대가 칩 위로 옮겨가고 있다. AI 시대, SK텔레콤은 더 이상 단순한 통신사가 아니다. 반도체에 진심인 'AI 인프라 기업'으로의 변신이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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