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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테크M 이슈] 한미 관계 악화에도 '김범석 총수' 강행한 공정위…쿠팡이...

사진=쿠팡Inc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기업집단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가운데, 쿠팡은 행정 소송으로 맞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쿠팡은 즉각 "이중 규제이자 차별적 조치"라며 강하게...

[테크M 이슈] 한미 관계 악화에도 '김범석 총수' 강행한 공정위…쿠팡이...

사진=쿠팡Inc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기업집단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가운데, 쿠팡은 행정 소송으로 맞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쿠팡은 즉각 "이중 규제이자 차별적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쿠팡의 주장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단순한 기업의 항변 이상의 논점이 담겨있다.

이번 지정의 핵심 쟁점은 지분 없이 총수를 지정할 수 있냐는 것이다. 김 의장은 국내 쿠팡 계열사 지분을 단 1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미국 상장사 쿠팡Inc의 의결권을 통해 간접적으로 한국 법인을 지배하는 구조다. 쿠팡 측은 국내 계열사 지분을 직접 보유한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국내 지주사 지분 약 6.5%)이 자연인 동일인으로 지정된 선례와 달리, 지분이 전혀 없는 김 의장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공정위가 동일인 지정 근거로 제시한 것은 지분이 아닌 '친족의 경영 참여'다.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 부사장이 물류·배송 정책 관련 회의를 수백 회 이상 주재하고,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이사 등을 초대해 주간 업무실적을 점검하며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에 쿠팡은 "김유석은 미국 모회사 쿠팡Inc 소속 파견 인력으로 국내 계열사의 등기임원이 아니며 지분도 없다"고 맞서고 있다. 법적으로 임원이 아닌 파견 직원의 업무 관여를 '경영 참여'로 볼 수 있는지가 행정소송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실 쿠팡이 가장 강하게 제기하는 역차별 논리는 에쓰오일 사례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자회사 AOC가 지분 63.4%를 보유하고 있는 에쓰오일은 현재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다. 아람코의 실질적 소유주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라는 사실이 공공연히 알려져 있고, 빈 살만 왕세자가 설립한 비영리 재단 미스크는 2021년 국내 상장 게임사 SNK의 지분 100%를 인수한 상태다. 쿠팡 입장에서는 빈 살만 왕세자가 에쓰오일 외에 국내 다른 회사까지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데도 법인 동일인이 유지되는 반면, 국내 계열사 지분이 전혀 없는 김 의장은 자연인 총수로 지정된다는 논리적 불균형을 지적하는 것이다.

사진=쿠팡

공정위는 이에 대해 "아람코의 소유주는 사우디 국영기업이기 때문에 빈 살만 개인 기업이 아니다"라며 "자연인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GM의 경우도 사모펀드 기반 지분 구조라 지배하는 자연인을 특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논리 자체는 성립하지만, 실질적으로 빈 살만 왕세자가 에쓰오일과 SNK를 동시에 지배하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개인 동일인 지정을 추진하지 않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도 의문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상장사로서 이미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을 포함한 광범위한 공시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여기에 한국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관련 공시 의무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이중 규제라는 것. 미국 정관계의 반응도 이 논리 위에서 나왔다. 공화당연구위원회 소속 의원 54명이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쿠팡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서한을 보낸 상태다. 이에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쿠팡이 한미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공개 언급한 것도 이 사안이 단순한 공정거래 문제를 벗어났음을 보여준다.

특히 쿠팡 측은 한미 FTA의 최혜국 대우 의무(11.4조)와 투자자 보호 의무(11.5조) 위반 가능성도 거론했다. 제3국 기업과 다른 기준이 적용될 경우 FTA 협정상 차별적 대우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법학계에서도 미국 상장사에 한국 특유의 총수 지정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국제 규범과 어떻게 정합성을 갖추는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법 적용을 두고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시행령 제38조 제4항의 예외 요건은 '친족의 국내 계열회사 경영 참여가 없을 것'을 명시하고 있고, 공정위는 김유석 부사장의 역할이 이 요건을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그 판단 근거로 제시한 수백 회의 회의 주재, 주간 업무실적 점검, 대표이사급 대우 등은 구체적 사실관계라는게 공정위의 주장이다.

그러나 쿠팡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등기임원이 아닌 파견 인력의 업무 수행을 공정거래법상 '경영 참여'로 해석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그 기준이 에쓰오일 등 다른 외국계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지는 법원이 판단해야 할 영역이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기업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동일인 지정 제도는 변화된 경제 구조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외국 자본 유입을 저해하지 않는 정책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이번 동일인 지정에 대해 쿠팡은 행정소송으로 맞서겠다고 예고했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동일인 지정 제도가 글로벌 상장 기업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가르는 법적 선례가 법정에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는 쿠팡만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한국에 진출하는 모든 외국계 플랫폼 기업의 투자 환경을 결정짓는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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