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생성형 AI
신한은행이 51조원짜리 서울시금고를 다시 품었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열고 1금고와 2금고 모두 신한은행을 1순위 우선 지정 대상으로 선정했다. 1금고 973.904점, 2금고 925.760점으로 경쟁 은행들을 따돌렸다. 서울시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중 금고 지정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우리은행을 따돌리고 서울시 1금고를 12년 연속, 2금고를 8년 연속 맡게 됐다. 2019년 우리은행의 104년 독점을 깨고 처음 서울시금고를 가져온 이후 한 번도 내주지 않은 것이다. 이번 입찰의 핵심 관심사는 우리은행의 탈환 여부였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행장 직속 전담 TFT를 구성하고 서울 25개 자치구 중 14개 구금고를 보유한 실적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나섰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2금고 입찰에 참여하며 4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그러나 결과는 신한은행의 완승이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이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먼저 8년에 걸쳐 구축한 시스템 운영 경험이 꼽힌다. 신한은행은 2019년 1금고 수탁 이후 서울시 세입·세출 전산 인프라를 전면 재구축했고 이 시스템이 6년간 안정적으로 운영됐다. 교체에 따른 행정 리스크를 피하려는 서울시 입장에서 검증된 운영자 유지에 무게를 뒀다는 분석이다.
둘째는 공공 플랫폼 협업 실적이다. 신한은행이 서울시 공공배달앱 '땡겨요' 협약을 통해 소상공인 지원에 참여한 것이 협력사업 평가 항목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전해진다. 단순 자금 관리를 넘어 서울시 정책사업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온 실적이 변별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무 건전성과 시민 편의성이다. 신한은행은 국내 5대 금융그룹 계열 은행 중 1분기 순이익 1조1571억원으로 5대 은행 1위를 기록하며 재무구조 안정성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내 영업점 220개·출장소 31개 등 251개 거점을 보유한 이용 편의성도 뒷받침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금 관리 능력뿐 아니라 디지털 역량과 공공 플랫폼 협업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며 "신한은행을 뛰어넘으려면 눈에 띄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시금고의 실질적 가치도 짚어볼 만하다. 47조원 규모 일반·특별회계를 담당하는 1금고를 운영하면 평균 잔액 약 5조원의 저원가성 예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서울시 공무원·산하기관 거래 확대, 자치구 금고 입찰에서의 레퍼런스 효과까지 더해지면 단순 금고 운영 수익을 훨씬 넘어서는 간접 효과가 생긴다. 다만 2018년 입찰 당시 3000억원, 2022년 입찰 당시 약 2600억원대로 알려진 협력사업비와 전산 구축 비용을 감안하면 손익분기점 달성까지 수년이 걸린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난 2019년 처음 시금고를 가져간 신한은행도 최근에야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신한은행이 이번에도 총력을 다한 것은 수익성보다 기관영업 레퍼런스와 브랜드 신뢰도라는 무형 자산의 가치가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우리은행은 이로써 1915년 경성부금고 취득 이후 104년 독점을 2019년에 빼앗긴 서울시금고를 또 한 번 되찾는 데 실패했다. 다음 입찰은 2030년이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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