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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태평양을 건너오는 40조달러 부채의 파도[이윤학의 삼코노미]

폭풍이 오면 세계의 자금은 ‘미국’이라는 가장 안전한 구명정으로 몰린다. 그런데 지금 그 구명정 안으로 물이 차오르고 있다. 2026년 8월, 미국 연방정부의 총부채는 사상 처음 40조달러(약 5경5000조원)를 돌파했다.

태평양을 건너오는 40조달러 부채의 파도[이윤학의 삼코노미]

폭풍이 오면 세계의 자금은 ‘미국’이라는 가장 안전한 구명정으로 몰린다. 그런데 지금 그 구명정 안으로 물이 차오르고 있다. 2026년 8월, 미국 연방정부의 총부채는 사상 처음 40조달러(약 5경5000조원)를 돌파했다. 압도적인 숫자에 오히려 무감각해지지만, 본질은 ‘빚의 절대 액수’가 아닌 ‘구조적 가속도’에 있다.

미국은 건국 이래 늘 빚과 함께 걸어왔다. 독립전쟁 직후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은 주정부의 빚을 연방정부로 통합하며 “미국은 반드시 갚는다”는 신용 기초를 세웠다. 1835년에는 국가부채를 사실상 전액 상환하기도 했고, 남북전쟁과 두 차례 세계대전, 대공황 때마다 부채가 급증했지만 평화와 성장의 시기에는 줄었다. 그래서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GDP의 106%까지 치솟았던 민간보유 부채 비율이 고도성장과 인플레이션에 힘입어 1970년대 중반 20%대까지 낮아졌다.

전환점은 1980년대 감세와 국방비 지출의 확대였다. 전쟁이나 대공황 같은 비상시국이 아닌 평시에도 빚이 늘기 시작했고, 미국은 2002년 이후 단 한 번도 재정흑자를 내지 못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40조달러라는 총액이 아니라 수준이다. 현재 정부 내부 거래를 제외한 민간보유 부채는 약 32조3000억달러로 GDP의 101%에 달한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 비율이 2036년 120%, 2056년에는 175%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한다.

더 치명적인 것은 이자 비용이다. 올해 미국의 재정적자는 GDP의 5.8%인 1조9000억달러인데, 순이자 지출이 연간 1조달러를 넘는다. 이자를 내기 위해 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의 문턱에 진입한 것이다.

부채 해결책은 세금을 늘리고, 지출을 줄이고, 인플레이션으로 빚의 실질 가치를 낮추거나, 성장으로 GDP라는 분모를 키우는 것이다. 증세와 복지 축소는 정치적으로 쉽지 않고, 인플레이션은 금리와 달러의 신뢰를 훼손한다. 그래서 AI 혁명을 통한 생산성 혁신이 가장 매력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CBO가 추정한 AI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 제고 효과는 0.1%포인트에 불과해, GDP의 2.6%에 달하는 기초재정적자를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AI는 재정개혁을 대신할 ‘구원투수’가 아니라 시간을 벌어주는 ‘중간계투’ 정도일 뿐이다.

이 태풍은 한국으로도 밀려오고 있다. 미국 장기금리가 오르면 한국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해 가계와 기업의 대출 부담이 커질 것이다. 달러 강세는 원화 약세를 유발해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여력을 제한한다. 원화 약세가 수출기업에 유리할 수 있지만 미국의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 자동차·반도체 등 직접 수출뿐 아니라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중간재 수출도 감소한다.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이탈과 할인율 상승이 겹쳐 고평가된 성장주와 부채가 많은 기업이 먼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달러를 발행하기에 당장 파산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의 파산에 베팅할 것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 30년 국채는 경기침체 때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재정 불안으로 장기금리가 오르면 가장 크게 하락하므로, 단·중기채 중심으로 보유하고 장기채는 분할 매수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달러 자산은 투자이기도 하지만, 원화 약세 대비용 보험이기도 해서 투자자산의 3분의 1 정도는 유지하는 것이 좋다. 주식은 막연한 성장스토리보다 실질 현금흐름, 이자보상배율, 가격전가력, 달러 매출 비중을 따져야 한다. 금은 미국 국채와 달러의 신뢰가 동시에 흔들릴 때를 대비해 자산의 10% 정도 배분하고, 현금성 자산은 자산 가격 동반 하락 시의 비상금으로 확보해야 한다.

미국은 당장 파산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의 대가까지 피할 수는 없다. 세계의 구명정은 여전히 거대하지만, 침몰하지 않는다는 맹신은 곤란하다. 물이 어디서 새는지 파악하고 자산을 균형 있게 나누는 것, 그것이 40조달러 부채 시대를 건너는 투자자의 자세이다.

이윤학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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