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파운데이션 모델 직접 개발···기술 공급자에 묶이지 않는 독자생태계 전략
크래프톤이 AI 첫 모델 4종 오픈소스를 공개했다. (사진=㈜크래프톤 제공)
㈜크래프톤(대표 김창한)의 인공지능(AI) 모델 오픈소스 공개는 게임 산업의 AI 기술 지형을 재편하는 중대한 사건이다.
㈜크래프톤이 AI 모델 브랜드 'Raon(라온)'을 론칭하고 음성 언어 모델, 실시간 음성 대화 모델, 텍스트-음성 변환 모델 및 비전 인코더를 글로벌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는 게임사가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데이터 수집부터 학습, 성능 평가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기술 역량을 공식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기존 게임 산업이 외부 거대 기술 기업의 AI 솔루션을 활용하는 데 그쳤던 관행과 명백히 다른 전략을 천명했다. AI를 단순히 소비하는 기업이 아닌 직접 생산하고 생태계를 주도하는 기술 공급자로의 변신이다. 크래프톤은 이미 지난해 개인용 AI 비서 KIRA를 선보였고, 지난달에는 AI 에이전트 성능 개선 기술 'Terminus-KIRA'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기술 경쟁력을 꾸준히 강화해 왔다.
이번에 공개된 Raon-Speech 모델은 90억 파라미터 규모로, 100억 파라미터 이하급 음성 언어 모델 중 영어와 한국어 모두에서 글로벌 1위 성능을 기록했다. 사용자 대화에 자유롭게 끼어드는 실시간 양방향 통신 기술을 적용한 Raon-SpeechChat은 국내에서 발표된 최초의 양방향 음성 모델로, 글로벌 최상위권 성적을 보였다.
Raon-OpenTTS는 비공개 데이터 기반의 연구용 TTS 모델과 비교해 최상위 수준의 성능을 입증했으며, Raon-VisionEncoder는 구글의 대표 비전 인코더 모델인 SigLIP2를 일부 태스크에서 능가하는 결과를 내놓았다.
게임사가 음성과 시각 정보를 아우르는 멀티모달 AI 기술에서 파운데이션 모델의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기 시작했다. 이는 게임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단순히 게임 지식재산(IP)을 넘어, 자체 AI 기술 역량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재평가받는 방향으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크래프톤은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델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까지 모두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연구자와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Raon' 모델을 중심으로 한 AI 생태계의 확산을 가속화하고, 향후 게임 산업 표준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AI 기반 상호작용 콘텐츠인 CPC(Co-Playable Character) 기술을 게임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은 자사 AI 기술이 게임 내 경험을 혁신하는 동시에 외부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전개됨을 시사한다.
크래프톤의 AI 모델 공개는 게임 기업이 단순한 콘텐츠 소비자를 넘어 AI 기술의 핵심 생산자로 진화하는 새로운 산업 전환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는 AI 시대의 기술 경쟁이 특정 빅테크 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선언하며,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구조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강욱 크래프톤 CAIO는 "이번 Raon 모델 시리즈 공개는 AI 기술 역량을 축적해 나가는 과정의 중요한 이정표"라며, "대규모 학습 데이터와 핵심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유해 연구자와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멀티모달 기술 발전과 국내 AI 생태계의 성장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넷뉴스 김진성 기자(jin@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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