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이 코스피 6600선 고지를 돌파하며 시가총액 세계 8위 자리에 올라섰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붐을 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IT 종목들이 폭등하면서, 전통의 금융 강국인 영국마저 추월한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28일(현지 시각) 전날 종가 기준으로 한국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 합계가 4조 400억 달러(약 5600조 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올해 초 대비 45% 이상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약 3% 성장에 그치며 3조 9900억 달러를 기록한 영국을 앞질렀다.
2024년 말까지만 해도 영국 증시 규모가 한국의 약 두 배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남짓한 기간에 글로벌 증시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현재 세계 증시 시총 순위는 미국(75조 400억 달러)이 압도적 1위를 지키는 가운데 중국 본토, 일본, 홍콩, 인도, 캐나다, 대만 순으로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4월 영국을 추월했던 대만은 현재 7위(4조 4800억 달러)에 올라 있으며, 한국은 이번 반등을 통해 영국의 자리를 빼앗으며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 같은 급성장은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대만의 TSMC가 주도하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쓴 AI 열풍이 하드웨어 수요 폭증으로 이어지면서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의 핵심 공급망을 쥔 양국 증시로 글로벌 자금이 쏠린 결과다.
홍콩 소재 JP모건 애셋 매니지먼트의 아시아·태평양 투자 전문가 프란체스코 찬은 “한국과 대만의 부상은 일시적인 자산 배분의 변화가 아니라, AI 하드웨어 지배력에 기반한 글로벌 증시의 구조적 리밸런싱”이라며 “첨단 반도체와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중추로서 이들 경제가 지속적인 자본 유입을 끌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유럽 최대 시장인 영국은 체면을 구겼다. 영국의 FTSE 100 지수 역시 올해 4%가량 오르며 선방했지만, AI 수혜를 입은 한국의 폭발적인 상승세에는 미치지 못했다. 영국 증시는 여전히 금융, 필수소비재, 에너지 등 구경제(Old Economy) 비중이 높은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롬바르드 오디에의 패트릭 켈렌베르거 전략가는 “AI 잠재력과 기업 지배구조 개혁 등이 유럽보다 가파른 한국 증시의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유럽은 혁신을 상업화하고 규모를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세에 힘입어 전 거래일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며 6600선을 상회하며 상승 마감했다. AI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국내 증시의 시총 8위 수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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