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000선을 넘나드는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국장 복귀’가 본격화하고 있다.
한때 해외 주식과 가상자산 시장으로 향했던 자금이 다시 국내 증시로 돌아오며, 시장의 주도권이 개인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특히 월간 기준 개인 순매수 규모가 5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제2의 동학개미’ 흐름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1조8천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미 2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남은 거래일 동안 매수세가 이어질 경우, 2021년 1월 기록했던 역대 최대치(22조3천억원)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월간 순매수 30조원 돌파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단기 반등 기대를 넘어 구조적인 자금 이동으로 해석된다. 올해 1월부터 누적 기준 개인 순매수는 34조원을 넘어섰고, ETF까지 포함하면 최대 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 자금이 꾸준히 국내 증시에 유입되며 시장의 체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대기 자금’의 급증이 자리하고 있다.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고객예탁금은 최근 115조원 수준까지 불어나며 1년 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이 예탁금 규모를 개인 투자 심리의 핵심 지표로 본다. 실제로 예탁금이 급증하는 시기에는 증시 유입 자금도 동반 확대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개인 자금의 귀환은 다른 투자처의 매력 약화와도 맞물려 있다. 지난해 강한 상승세로 투자자를 끌어모았던 가상자산 시장은 최근 거래대금이 급감하며 열기가 식는 모습이다. 국내 주요 거래소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한 달 새 30% 이상 줄어든 점은 투자 심리 위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해외 주식 투자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이른바 ‘서학개미’로 불리던 개인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이달 들어 크게 감소했다. 지난 1월과 2월 각각 수십억 달러에 달했던 순매수 규모가 3월 들어서는 1억 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급감했다. 보유 금액 또한 소폭 감소하며 자금이 일부 회수된 정황이 포착된다.
이처럼 코인과 해외 주식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자연스럽게 국내 증시로 이동하고 있다. 여기에 은행 예금에서 빠져나온 자금까지 더해지며 ‘머니 무브’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정기예금과 요구불예금이 동시에 감소한 것은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목되는 부분은 ‘빚투’의 재확산이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사용이 급증하며 개인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달 들어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1조원 이상 증가한 것은 5년여 만에 최대 수준이다. 이는 상승장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지만, 동시에 시장 변동성 확대 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공존한다.
이번 자금 유입은 소액 투자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수백억 원대 자산을 보유한 고액 자산가들까지 국내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들은 글로벌 빅테크 중심의 투자에서 벗어나 국내 대형주,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배경에는 정책과 실적 기대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과 세제 지원 기대, 그리고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 전망이 맞물리며 투자 매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부동산 규제 강화 역시 상대적으로 증시의 투자 매력을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가는 개인 자금 유입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상향 조정되고 있는 데다, 시장 전반의 상승 모멘텀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업황 회복과 수출 개선 기대는 코스피 상승을 지지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열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 자금이 급격히 유입되는 국면에서는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레버리지 투자 확대는 하락 시 충격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동학개미 운동 당시에도 급등 이후 조정 국면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확대된 사례가 있다.
현재의 ‘국장 복귀’ 흐름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자산시장 전반의 구조적 변화로 읽힌다. 투자자들이 다시 국내 시장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상승장에 편승한 과도한 추격 매수보다는 기업의 펀더멘털과 시장 흐름을 함께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개인의 귀환이 코스피 6000 시대를 지속 가능한 상승장으로 이끌지, 아니면 또 다른 변동성의 시작점이 될지는 향후 자금 흐름과 실적 개선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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