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내 증시가 중동 전쟁 충격에 휘청이며 코스피가 6% 넘게 급락, 단숨에 5,400대로 밀려났다. 유가 급등·환율 상승·미국 금리 인상 우려까지 겹친 ‘삼중 악재’가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도로 이어진 모습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75.45포인트(6.49%) 내린 5,405.75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부터 낙폭을 키우며 개장 직후 프로그램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삼성전자(-5.17%), SK하이닉스(-6.55%), 현대차(-4.26%), LG에너지솔루션(-4.13%) 등 시총 상위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외국인은 3조6,984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고, 기관도 3조8,172억원을 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역대 최대 규모인 7조30억원을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48시간 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미국이 위협을 실행하면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맞섰다.
이 같은 긴장 고조로 뉴욕증시도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0.97%, S&P500은 1.51%, 나스닥은 2.01% 각각 내렸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100달러를 돌파, 한때 114.35달러까지 치솟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04.9원에서 출발해 장중 1,511.8원까지 오르며 17년 만에 1,510원을 넘어섰다.
연준 내 비둘기파로 알려진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중동 갈등과 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돼 금리 인하 입장을 접고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고 발언,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에 국내 채권 금리도 급등했다. 국고채 3년물은 3.501%, 10년물은 3.811%로 상승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양국 협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극적인 타결은 군사적 충돌 확대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라며 “코스피는 지정학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타국 증시 대비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국내 증시의 고유 이벤트가 부재한 만큼 전쟁과 매크로 변수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중동 분쟁은 초기 극심한 공포 이후 외교 채널을 통한 출구 모색 패턴이 반복됐다”며 “공포 매도가 장기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낙관론을 제시했다.
국내 기업의 이익 전망이 견조한 점은 증시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올해 1분기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 분기 대비 61% 증가한 132조원으로 상향 조정 중이다.
전문가들은 운송·철강·유틸리티·조선·보험·화장품 등 선행 EPS 상승과 외국인 매수가 유입되는 업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또한 중동 지역의 원유 생산 시설 파괴로 향후 재건 수요가 예상되는 건설업종도 수혜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번 급락은 단순한 단기 충격이 아니라 국제 정세, 에너지 시장, 통화 정책이 맞물린 복합 위기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과거 사례처럼 외교적 출구 전략이 모색될 경우 시장은 빠른 반등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단기 공포에 휩쓸리기보다는 기업 실적과 구조적 수혜 업종에 주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미지=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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