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EV) 신규 등록 대수가 올해 들어 7개월 만에 이미 지난 한 해 기록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상황이 통계로도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테슬라와 BYD 등 중국 제조 브랜드가 주도한 결과여서 국산 전기차 활성화를 위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2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23만 7032대로, 지난 한 해 전체 기록(22만177대)을 돌파했다. 지난해 동기(11만 6608대) 대비로는 103% 급증한 고속 성장이다.
2023년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22년 16만 4486대에서 1.1% 줄어든 16만2507대였다. 2024년에는 14만6734대(-9.7%)로 더 크게 떨어졌다. 2년 연속 전기차 등록 대수가 줄면서 캐즘 위기도 급속도로 퍼졌다. 배터리 업계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고, 공격적으로 전기차 전환에 나섰던 포드와 혼다, GM(제너럴모터스) 등 완성차 업체들도 피해 규모가 컸다. 캐즘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더욱 공포를 불렀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역성장에서 벗어나 전년 대비 50.1% 반등한 22만 177대의 신규 등록 대수를 기록했고, 올해는 현재의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30만 대 중후반까지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도 회복세를 보인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628만 9000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0% 증가했다. 전체 신차 판매(4277만 1000대)에서 전기차 비중도 1.3%포인트 높아진 14.7%를 기록했다. 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6.1%)과 미국(-25.0%)의 역성장에도 불구하고 유럽(35.1%)과 신흥국(74.8%)의 높은 성장세로 전체 시장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전기차 성장의 중심에 중국산 자동차가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로서는 불편한 일이다. 1~7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 Y(5만 2064대)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델 Y는 전부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다. 모델 Y 판매량은 2위인
기아(000270)
EV3(2만 2898대)의 두 배를 넘어선다.
모델 Y는 기아 쏘렌토와 국내 승용차 판매 1위 자리를 놓고도 경쟁할 정도다. 쏘렌토의 올해 7월까지 판매량은 6만 1579대로 모델 Y와 약 1만 대가량 차이가 난다. 모델 Y는 지난 5월 쏘렌토의 판매량을 제치고 역대 처음으로 월간 국내 승용차 판매 1위에 오른 바 있다.
테슬라는 모델 Y의 선전으로 7월까지 지난해 동기(2만 6569대)보다 150%나 증가한 6만 6376대를 국내에 팔아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전체 전기차 시장에서는 기아(8만 5444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현대차(005380)
(4만 5881대)는 가뿐히 넘어섰다.
지난해 중국차 브랜드 최초로 한국에 진출한 BYD도 단숨에 테슬라, BMW,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국내 수입차 판매 4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동기(1578대)와 비교해 무려 820.2% 늘었다.
지난 7월 수입 전기차 모델 판매 중 1~3·7위는 테슬라(모델 Y 프리미엄, 모델 Y 프리미엄 롱레인지, 모델 3 프리미엄 롱 레인지, 모델 3)가, 4~6위는 BYD(돌핀, 씨라이언 7, 아토3)가 차지했다. 8위 폴스타 4 또한 중국에서 만들어져 수입된 것이다. 10위 안에 중국산이 아닌 것은 9~10위(BMW ix3 50 x드라이브, i5 e드라이브40) 둘뿐이었다.
중국 지리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가 10월부터 7X를 국내에서 본격 판매하고, 샤오펑과 체리차도 국내 상륙을 준비하면서 중국 전기차의 한국 시장 잠식은 거세질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시장도 다르지 않다. 올해 상반기 중국 완성차 업체 6곳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60%를 넘어섰다.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은 884만 7000대로 지난해 대비 2.6% 증가했다.
이를 브랜드 별로 집계하면 1위를 지킨 BYD(229만 대)를 필두로 지리그룹(2위·112만 7000대), 상하이차그룹(4위·75만 2000대), 체리차(6위·57만 9000대), 리프모터(7위·41만 7000대), 창안그룹(9위·33만 9000대) 등 중국차 업체가 10위권에 들었다. 이들 6개 업체의 합산 판매량은 550만 4000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6% 증가했고, 글로벌 판매량 점유율도 57.2%에서 62.3%로 늘었다.
테슬라는 지난해 동기보다 24.2% 증가한 102만 대로 3위, 폭스바겐그룹은 4.5% 증가한 65만 대로 5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은 27.4% 증가한 35만 8000대로 8위에 자리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동화 생태계가 빠르게 구축될 수 있도록 자동차 및 부품업체들은 협력을 강화하고, 정부는 국내생산촉진세제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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