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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칼럼] 디지털 전환 시대의 자치행정

이미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행정은 공공 서비스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시공간의 제약을 허물며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편리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진보가 눈부실수록 그 이면에서 발생하는 그림자...

[칼럼] 디지털 전환 시대의 자치행정

화요논객

정균영 지속가능사회경제연구소장

이번 지방선거에서 많은 후보들이 AI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AI반의 행정을 많이 언급한다. 오늘날 자치행정은 거대한 전환의 파도 위에 서 있다. 이미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행정은 공공 서비스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시공간의 제약을 허물며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편리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진보가 눈부실수록 그 이면에서 발생하는 그림자 또한 짙어지고 있다. 바로 디지털 격차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불평등이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행정 서비스로부터 소외당하고, 이것이 단순한 불편을 넘어 고립과 단절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또 다른 현실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존재 이유는 모든 주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그런데 행정 서비스의 창구가 디지털 플랫폼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고령층이나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 등 디지털 취약계층은 디지털 행정 시스템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방인이 되고 있다. 행정의 디지털화가 효율성을 위한 것이라면, 그 효율성이 누군가의 배제를 전제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지금 자치행정이 고민해야 할 핵심 과제는 ‘기술의 도입’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활용한 포용의 가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서비스 설계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행정 앱이나 키오스크 같은 디지털 서비스는 개발자나 행정 편의 위주가 아니라, 사용자인 주민의 눈높이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누구나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고, 복잡한 인증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사용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더불어 공공 서비스는 디지털 환경에 서툰 이들을 위해 언제나 ‘아날로그의 안전망’을 병행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을 이유로 대면 창구를 무조건 폐쇄하는 행정은 진정한 스마트 행정이 아니다. 기술은 보조적 수단일 뿐, 최후의 순간에 주민을 맞이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경청하는 대면 행정의 가치는 결코 사라져서는 안 된다.

또한, 주민 스스로 디지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자치단체의 핵심 역량이다. 단순히 일회성 디지털 교육을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마을회관이나 도서관 등 생활 밀착형 거점에서 상시적으로 디지털 튜터들이 상주하며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1대1 밀착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청년 세대가 디지털 멘토가 되어 어르신들의 디지털 문해력을 높이는 세대 간 연결 프로젝트는 디지털 교육을 넘어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는 또 다른 순기능을 할 수 있다. 디지털은 단절의 도구가 아니라, 소통의 매개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디지털 전환 시대의 자치행정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 도시가 스마트 도시가 아니라, 디지털 격차로 인해 소외되는 주민이 한 명도 없도록 세심하게 챙기는 도시가 가장 지능적이고 품격 있는 도시이다. 행정의 디지털화는 주민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은 단순히 기기를 보급하거나 교육하는 기술적 차원을 넘어, 주민 개개인의 존엄을 지키고 공동체의 통합을 지향하는 휴머니즘의 영역이다.

정균영 지속가능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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