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를 통해 제작된 일러스트. 경기일보 AI 뉴스 이미지
학생들의 설렘과 추억을 담아냈던 ‘졸업앨범’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딥페이크(AI 기반 합성물) 범죄 공포가 교육 현장을 덮치면서 경기도 내 일부 학교들이 ‘학부모 97% 동의’라는 사실상 제작 포기에 가까운 고난도 조건을 내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학령인구 감소로 고전하던 사진앨범인쇄업계는 또 다시 생존권을 위협받는 직격탄을 맞았다.
8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김포시 A학교는 최근 졸업앨범 제작 여부를 묻는 가정통신문에서 ‘디지털 성범죄 및 합성물 유포’, ‘개인정보 유출 및 스토킹 악용’ 등을 주요 위험 요소로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전체 학부모 97% 이상이 동의할 경우에만 제작 추진’이라는 유례없는 조건도 달았다. 100가구 중 단 세 가구만 반대해도 전교생의 앨범 제작이 무산되는 구조다.
도내 한 학교의 가정통신문에서 ‘전체 학부모 97% 이상 졸업앨범 제작에 동의할 경우에만 추진된다’고 명시돼 있는 모습. 독자 제공
양주시의 B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이곳도 가정통신문에서 최근 딥페이크나 개인정보 유출 사고 사례가 늘고 있다며 졸업앨범 구매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달라고 학부모들에게 안내했다.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학교와 학부모 모두 졸업앨범 제작을 신중하게 바라보는 흐름이 확산된 영향이다.
설문 결과 B학교는 앨범 제작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A학교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A학교 관계자는 “아쉬워하는 학부모가 많아 이의를 제기하는 분들이 있어 현재 다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앨범 제작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상 새학기가 시작된 봄철 3~4월은 학교 현장에서 졸업앨범 제작 수요 조사를 마치고 연간 촬영 계획을 세우는 시기다. 하지만 올봄의 사정은 다르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졸업앨범 사진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분위기가 급랭했기 때문이다. 도내 학부모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앨범 제작 신청을 망설이고 있다는 반응과, 본인의 자녀만 제외될 경우 소외감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동시에 공유되고 있다.
삽화. 유동수 화백
전문가와 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아쉽다는 분위기다. 의정부의 한 사진업체 관계자는 “범죄 근절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인데, 졸업앨범 자체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생겨 안타깝다”면서 “앨범 사진은 인쇄 과정에서 동그란 점 모양의 망점이 생기고, 이를 다른 기기로 촬영하면 화질이 떨어져 스마트폰 등 고화질 사진보다 합성에 활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도내 초·중·고교 2천700여곳 중 앨범 제작을 중단한 곳은 아직 10여 곳 내외지만, 학교 측의 ‘경고성’ 안내가 계속될 경우 이탈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대부분 지역 중소업체와 연결된 구조라 수요 감소는 곧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도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 관계자는 “조합 차원에서 앨범 내 무단 도용 경고문을 삽입하고 촬영 작가를 대상으로 매년 개인정보 보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악용을 막기 위한 QR코드 삽입 등 기술적 대응 방안 마련에도 노력하고 있다”면서
“
딥페이크 우려는 공감하지만 현재까지 졸업앨범이 합성 범죄에 활용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이 점을 함께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주길 부탁드린다
”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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