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삼 대구한의대학교 교수
김한민 감독의 영화 <최종병기 활>을 보신 분들은 안다. 영화의 마지막 씬과 명대사를. ‘두려움은 직시하면 그 뿐,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칼날 같은 대지위에 두 사내가 서 있다. 조선 최고의 명궁사 남이와 청나라 최고의 장수 쥬신타. 활과 칼을 들고 있는 사내들. 활은 남이가 들고 칼은 쥬신타가 들고 있다. 하지만 서슬 퍼런 벼린 칼날 뒤에 남이의 여동생 자인이 볼모로 잡혀있다. 남이의 왼쪽 가슴엔 방금 전 쥬신타가 쏜 화살 때문에 연신 붉은 피가 베여 나오고 있다. 죽음이 임박했다. 남이의 손에 떨리는 화살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그렇다. 그 화살은 방금 자신의 가슴에서 뽑은 바로 그 화살이었다.
사내는 안다. 화살을 직사로 쏘면 여동생이 죽는다는 것을. 여동생을 살리고 쥬신타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화살을 곡사로 쏘아야 한다는 것을.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힘. 그것은 절박함과 끝없는 자기단련이었다. 2011년에 나온 영화다. 15년이 지난 영화인데도 아직까지 나의 뇌리에 가장 선명하게 박혀있는 영화 속 명장면이다. 강렬함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감동은 빛으로 공포는 어둠으로 온다.
남이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1946년 1월 낡은 도복 한 장을 입고 기요즈미산으로 입산한 세계최강의 파이터 최배달에게 향했다. 16살 때 밀항으로 현해탄을 건넜다. 지금으로 치면 중학교 3학년. 어린나이다. 전투비행기 조종사가 되겠다는 신념으로 일본 땅을 밟은 23살의 조선 청년이 낡은 도복 한 장만 걸친 채 기요즈미산의 새벽 공기를 가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최고의 전설의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를 알기위해 그의 저서 <오륜서> 한권을 들고 입산했다.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을 완성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극강으로 단련했다.
전설을 닮아가겠다는 상상. 그래서 천일의 훈련과 만일의 수련으로 자신의 몸을 칼처럼 갈고 닦았다.
나는 최배달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지나온 발걸음을 좇다 보면 전사의 심장과 몸을 가진 나를 발견한다. 두려움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상상을 현실로 옮기는 지독한 꾸준함이 상상의 시작과 끝임을 발견한다. 상상이 기적이 되고, 현실도 되고, 신화도 되는 모든 것은 두려움을 견뎌내고 찬물에 몸을 담그는 그 서늘함을 견디는 일이 시작이었다.
가끔, 강의를 하다보면 상상이 무슨 힘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상은 그냥 상상일 뿐 아무런 힘이 없지 않느냐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미국 클리블랜드병원 신경과학자 광 예 박사의 말은 다르다. 상상이 허구가 아니라고 한다. 물론, 과학적 팩트체크를 가지고 말이다. 그는 ‘멘탈 트레이닝’이라는 명칭으로 ‘상상 훈련’을 했다.
각 훈련 시간은 10~15분 정도, 총 50회 정도를 반복하면서 매 10초 정도씩 마음속으로 근육을 강하게 수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4개월간의 훈련으로 젊은이와 노인들 모두 15% 정도의 근육이 강화되었다는 실험이다. 신경계 자극만으로 근육이 증대된 것이다. 전두엽의 상상전달의 메시지가 두정엽의 운동피질 신경계로 가서 내가 직접 움직일 대상의 신체에 전달되면 운동효과가 발생한다는 논리다. 15%의 근육량 증가. 결과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는 생각만으로 에너지를 소비하고 단백질 분해현상이 일어난다. 책상에 앉아서 기획하고 생각만 해도 피곤해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문제는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피로와 행복의 길이 결정된다는 게 놀랍다. 상상의 힘이 그래서 위대하다.
좋은 생각은 베타 엔돌핀이라는 긍정호르몬이 뇌에서 분비되고, 육체의 피곤을 풀어주는 부신피질호르몬이 콩팥 위 작은 깔때기 모양의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도록 한다. 어디 그뿐인가? 이 호르몬의 변화가 우리의 면역세포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 암을 주 타겟으로 잡는 NK(Natural Killer cell)를 복제해낸다. 밥 먹을 시간조차 없이 손님이 미어터지는 주인집 마나님이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행복한 이유가 여기 있다.
상상은 기적을 만드는 첫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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