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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취재수첩] 가장 완벽해야 할 하루, 꼬여버린 시작

얼마 전 서울에서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다들 좋은 대학, 진로에 맞는 학과에 진학하는 일이 유일한 목표였다.

[취재수첩] 가장 완벽해야 할 하루, 꼬여버린 시작

얼마 전 서울에서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다들 좋은 대학, 진로에 맞는 학과에 진학하는 일이 유일한 목표였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이제는 대화 주제가 달라졌다. 고등학생 때는 대학 입시, 대학생 때는 취업, 지금은 결혼이 화두다.

20대 중반에 들어서며 이미 결혼했거나 결혼을 준비하는 주변 지인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기 때문이다. 예식 수요가 늘며 지금 당장 준비를 시작해도 12~18개월 뒤에나 결혼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창원에는 새로 문을 열 예정인 예식장만 두 곳이다. 그중 팔룡동에 자리한 신축 예식장은 원래 9월이면 개장해 하객을 맞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사가 갑작스럽게 중단되며 개장이 밀리고 있다.

공사가 멈춘 가장 큰 원인은 돈 문제다. 현재 예식장 건물 소유권은 신탁회사에 있다. 대출금을 일정 수준 이상 상환해야 기존 소유주 측으로 소유권이 이전되지만 자금 융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신탁회사는 승인 없이 공사가 진행되지 않도록 중단 요구에 나섰다.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예식장 계약’이다. 예비부부들은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를 확보하고자 보통 1년 전부터 계약에 나선다. 모든 결혼 관련 계약은 예식 일정에 맞춰 진행될 수밖에 없다.

공사 중단 소식을 접한 계약자들은 ‘다시 결혼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예식이 당장 몇 달 남지 않은 이들은 급하게 다른 예식장을 알아보는 중이다. 하지만 이미 주요 시간대 예약이 끝난 탓에 비선호 시간대를 고르거나 예식 날짜가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해·부산 등 다른 지역 예식장을 다시 알아보는 예비부부도 적지 않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는 계약자들 또한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예식장을 믿고 기다려야 할지, 다른 곳을 찾아 나서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포토 부스, 스냅 촬영, 사회자 섭외 같은 계약도 새로 체결해야 한다. 일정 변경으로 발생하는 취소 위약금은 예비부부가 짊어져야 할 몫이 됐다.

약 2주 전, 계약자들은 예식장이 보낸 단체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업체는 자금 마련을 두고 추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며 확인되는 사실과 진행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날벼락을 맞은 예비부부들에게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하는 소식이었다. 예식장 개장이 자꾸 미뤄지면서 새출발을 앞둔 예비부부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이들이 쏟아부은 시간적·경제적 손실과 마음의 상처는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할까.

/권민주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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