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ESG 투자가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성과 검증가능성(Outcome Verifiability)’이 핵심 조건으로 작용한다는 새로운 이론적 틀이 제시됐다.
충남대학교 경영경제연구소 연구교수이자 경상대학 경영학부 강사인 오세구 교수가 다층 공급망에서 지속가능성 성과가 기업가치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성과 검증가능성’이 핵심 조건으로 작용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와일리(Wiley)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비즈니스 스트래티지 앤드 디 엔바이런먼트’에 오세구 교수 단독저자 논문으로 온라인 게재됐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투자가 실제 기업가치로 이어지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오세구 교수는 ‘전환(Conversion)-실행(Implementation)-가치창출(Value Creation)’의 3단계 CIV 아키텍처를 제시했다. 외부의 ESG 압력이 기업 내부의 지속가능성 역량으로 전환되고, 이러한 역량이 1차 협력사를 넘어 2·3차 하위 공급망까지 실제 행동과 성과로 이어진 뒤, 해당 성과가 이해관계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증거로 입증될 때 기업가치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연구에서는 ‘성과 검증가능성’을 단순한 공시나 인증의 양이 아니라, 기업이 주장하는 환경·사회적 성과를 이해관계자가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와 증거를 통해 신뢰성 있게 확인할 수 있는 정도로 정의했다. 다층 공급망에서는 실제 탄소배출이나 노동·인권 문제가 하위 공급업체에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과 자체뿐 아니라 해당 성과를 어느 범위까지 추적하고 입증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성과 검증가능성이 기업가치를 일률적으로 높이는 장치가 아니라 ‘양면적 증폭 장치(valence-amplifying)’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실제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은 검증이 강화될수록 긍정적인 이해관계자 반응과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이 커지는 반면, 성과가 부진하거나 기업의 주장과 실제 성과 사이의 차이가 큰 경우에는 부정적 평가와 기업가치 하락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는 이러한 효과가 환경(E) 성과보다 노동·인권 등 사회(S) 성과에서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도 제시했다. 사회적 성과는 환경 성과에 비해 측정 기준이 덜 표준화돼 있고 성과의 원인과 책임을 특정하기 어려우며, 검증 인프라도 상대적으로 덜 성숙해 신뢰할 수 있는 증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기업이 ESG 성과 부진의 원인이 내부 역량 형성, 다층 공급망 실행, 성과 입증, 가치 전환 가운데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진단할 수 있는 이론적·실무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정책적으로는 단순한 ESG 공시 의무화에 그치지 않고 공급망 추적성, 데이터 품질, 독립적 인증·검증 등 성과를 신뢰성 있게 확인할 수 있는 ‘검증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시했다.
이인회 기자 sindo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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