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해 11월말 전북 정읍 소재 스마트양돈장 ‘피그월드’에서 열린 ‘2025년 스마트축산 청년 서포터즈 성과 보고회’ 장면. 2024년 51명으로 출발한 스마트축산 청년 서포터즈 구성원 수는 올해 277명으로까지 늘어나는 등 ‘스마트축산 솔루션 패키지 지원사업’에 대한 현장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경험에 의존하던 가축 사양 관리가 데이터 분석 중심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ICT(정보통신기술)장비와 이를 통해 생성·축적되는 데이터, 여기에 축적된 정보를 사람이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학습·분석해 내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더해지면서 실제 축산농장의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창간 46주년을 맞아 본지가 연재하고 있는 기획시리즈 ‘축산이 풀어야 할 n가지 과제’ 두 번째 주제로 '생산성=사람 중심의 사양관리를 넘어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정보 기입에서 AI 분석으로
농장 문제 꼼꼼히 분석하고 맞춤형으로 해결책 제시
“아주 예전으로 돌아가 얘기를 하면 사양과 관련된 내용을 노트에 썼었죠. 그 다음엔 데이터를 기입하면 정해진 수식에 따라 자동으로 연산을 해주는 엑셀이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이런 식으로라도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가축을 키우는 경우보다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농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더 많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죠. 데이터를 입력하는 방식도 편리해졌고, 또 분석작업도 사람이 아니라 AI가 하기 때문에 거의 실시간 해결 방안 제공이 가능해졌습니다. 농장의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30년 가까이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돼지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농장주에게 해법을 제시해주는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와이즈레이크 관계자의 말이다.
사람이 입력한 정보에 따라 사료를 공급하거나 환기를 조절하는 등의 방식으로 1990년대 국내에 도입된 농장자동화기술은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한 단계 진화했다. 여기에 AI기술이 상용화되면서 발전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가축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할 수 있게 됐고, AI 기술 발전과 함께 그동안 사람이 처리하기 어려웠던 대량의 정보를 학습·분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나아가 위기 상황에 대한 정보까지 학습된 경우라면 해결책(솔루션)을 곧바로 농장에 피드백 해줄 수 있는 단계까지 기술이 진보했다.
예를 들어 소 위치정보 기반 솔루션을 보유한 한 업체는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소들이 팬스 쪽으로 몰리는 것을 확인한 뒤 농장주에게 경고를 보냈고, 농장주는 머리가 팬스 사이에 낀 소를 발견, 조치해 살릴 수 있었다. 소 개체별 이동정보가 학습돼 있는 상황에서 이상 징후가 발생하자 경고를 보낸 사례다.
정보통신기술 전문가로 아시아개발은행·말레이시아 중앙은행 등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다 양돈농가로 변신한 뒤, 지능형 악취관리 솔루션 업체인 원스프링을 운영하고 있는 이도헌 성우농장 대표는 이에 대해 “이런 작업이 가능하게 된 것이 AI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라며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환경 개선과 생산성 향상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했다.
스마트축산 솔루션 패키지 지원 본격화
부실기업 골라내고 연속성 보장···올 ICT 지원사업 규모도 늘어
실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농장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로서 정보통신기술과 빅 데이터, AI를 통한 학습·분석, 그리고 이를 현장 농가에 솔루션 형태로 제공하는 사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농림축산식품부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2014년부터 농·축산분야 공동사업으로 추진돼 오던 스마트팜지원사업 자금의 일부를 2023년 하반기 들어 전격적으로 ‘스마트축산 솔루션 패키지 지원사업’이라는 명칭의 사업에 투입하기 시작한 것.
이 사업의 특징은 단순히 ICT기술이 접목된 장비 보급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ICT 장비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분석해 다시 농가에 ‘해법’(솔루션)을 되돌려 줄 수 있는 솔루션 기업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는 점이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는 솔루션 패키지 지원사업의 단위 사업당 한도액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사업자를 선정할 때 해당 업체의 기술력뿐만 아니라 기업 신용도 등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 여부도 집중적으로 따졌다.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유호선 축산정책과 주무관은 “이전 사업들을 보면 ICT 장비를 보급해 놓고도 이후 관리서비스(A/S)가 되지 않아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고, 시범사업 초기 단위당 사업액 한도가 20억원에 달했기 때문에 만약 사업을 시행한 업체가 부실로 사라질 경우 농가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고 봤다”면서 “기술력과 기업신용도 평가를 함께 진행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까다로운 선정기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총 25건의 솔루션 중심 스마트축산장비 패키지 보급 모델이 선정됐다. 동시에 사업을 보다 세분화하는 작업도 진행됐다. ‘지역맞춤형 솔루션 및 스마트축산장비 패키지 보급사업’이 추가된 것이다.
같은 과 박광덕 사무관은 “해당 사업은 지자체가 주체가 돼 지역 맞춤형으로 솔루션과 이에 필요한 ICT장비를 제안하도록 한 사업으로,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고안됐다”면서 “예를 들어 악취·분뇨관리, 탄소 저감, 또는 가축방역 등의 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인 지자체라고 한다면 이에 필요한 ICT장비와 솔루션을 결합해 사업에 신청하고, 이를 평가·선정해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사무관은 “국가 단위에서 AI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올해 ICT 지원사업 규모도 전년에 비해 늘었다”면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축산 현안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ICT 관련 패키지 지원사업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폐사율·육성률 등 분석, 개선효과 뚜렷
40개 농장에 9개 모델 보급···환경 개선·생산성 향상 성과
관건은 실제 스마트축산 기술의 보급이 현장에서 성과를 나타냈느냐는 것. 이를 평가하기 위해 해당사업 실무를 수행하고 있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지난 2023년 시범사업을 통해 농가에 보급된 총 9개 모델의 ‘스마트축산 솔루션 패키지 지원사업’에 대해 외부평가를 실시했다. 폐사율과 육성률, 산유량·사육기간 등 총 12개 항목을 분석한 결과, 평균 22.9%의 개선효과가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로봇착유기를 기반으로 낙농분야 통합솔루션 기술을 보급한 애그리로보텍의 경우 송아지 증체율 증가·송아지 폐사율 감소·산유량 증가 항목에서 각각 20.0%·80.0%·13.3% 개선효과를 보였고, 목걸이형 위치기반 ICT장비를 기본 장비로 ‘파머즈 핸즈’를 보급한 바딧은 송아지 폐사율 감소·송아지 증체율 증가 부문에서 각각 62.5%·30.0%의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지능형 악취 관리 솔루션을 보급한 원스프링 역시 암모니아 저감·자돈 폐사율 감소·비육돈 폐사율 감소 부문에서 각각 30.0%·50.0%·30.0%의 개선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됐으며, 인공지능(AI) 기반 임신·분만 모돈 정밀관리 솔루션을 보급한 엠트리센의 경우 양돈농장의 생산성 향상과 직결되는 PSY(어미돼지 한 마리당 연간 새끼돼지 생산 마릿수)가 12.5% 개선됐다.
축산물품질평가원 관계자는 “스마트축산 솔루션 패키지 지원사업이 시작되면서 최초로 2023년 당시 현장에 보급된 모델이 총 9개인데, 이들 모델을 적용한 40개 농장을 대상으로 직접 방문과 유선조사를 통해 사업이 실제 시행된 2024년과 2025년도 성적을 외부에 의뢰해 분석했다”면서 “데이터를 활용해 정량평가를 한 결과, 상당히 높은 수준의 생선성 향상 효과가 도출됐다”고 말했다.
인터뷰/이정용 축산물품질평가원 스마트축산본부장
“스마트축산 솔루션 보급·축산 빅데이터 플랫폼 고도화”
지난해 6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축산 분야 ‘스마트농업지원센터’로 지정된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올 초 직제개편을 통해 스마트축산본부를 신설하고, 스마트축산 솔루션 보급과 축산분야 빅 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정용 축산물품질평가원 스마트축산본부장은 이에 대해 “솔루션 중심으로 사업을 개편하면서 데이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됐고, 이를 적절히 분류함으로써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알 수 있게 되면서 생산성 향상 등의 효과도 가시적으로 도출되고 있다”며 해당 사업의 성과를 설명했다.
“이러다보니 현장에서는 솔루션 중심 지원사업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반영해 사업 규모를 좀 더 확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는 그는 현장 인기도 상승에 대해 “2024년 5월 51명으로 출발한 ‘스마트축산 청년 서포터즈’ 규모가 불과 1년 반 만에 209명으로 늘었고, 올해 추가 모집까지 거치면서 277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전에 ‘멘티’로 교육을 받던 청년농들이 올해 ‘멘토’로 활동하게 되는 경우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축평원에서도 지역 지원을 활용해 학습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설치된 ICT장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면서 정확한 데이터를 생성해 내는지 여부”라면서 “사업을 통해 ICT장비를 도입한 농장에 대한 전수실태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현재 스마트축산본부가 자체적으로 체계화하고 있는 데이터 분석 작업이 최종적으로 축평원 전체로 통합돼 등급판정정보, 이력정보, 소비지 정보까지 융합되면 더욱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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