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미국에도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급 확대와 통상 압력을 함께 고려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지난 15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9회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메모리 가격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공급을 늘려 가격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 기업은 투자를 받아 늘어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지만, PC와 스마트폰 업체는 반도체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이들 제품의 고객은 대부분 개인이기 때문에 가격을 계속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칩 가격 상승이 완제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칩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내년 AI용 반도체 수요가 올해보다 60~100%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용 수요가 전체 반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전체 수요도 최소 50~60% 증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공급 증가량은 거의 없어 내년에는 수급 격차가 올해보다 더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어느 회사도 내년에 늘어나는 공급량이 거의 없는 정도라, 아비규환이라는 이야기까지 써야 되는지 모르겠다”며 “저도 로비와 압력과 모든 데서 요청을 받고 있고, 우리 정부도 다른 정부로부터 이 압력을 받기 시작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호남뿐만 아니라 미국도 반도체 공장을 지어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지어야 된다고 본다”며 “통상의 압력도 있는 거고 여러 가지 문제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짓는 걸 고려해서 지금 장소를 찾고 있다”며 “전 세계에 지금처럼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다 찾아서, 어디가 제일 좋고 어디가 제일 빨리 할 수 있고 어디가 제일 크게 할 수 있는지 우선순위를 가려서 빨리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높은 반도체 가격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오히려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최 회장은 “마진율을 낮추어서라도 공급을 늘리고 시장을 보호하면서 같이 키워야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유지·발전할 수 있다”며 “공장을 짓지 않고 계속 가격만 올리면 시장이 줄고 새로운 참여자가 무조건 뛰어든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등이 반도체 생산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현재의 높은 수익성 때문이라고 짚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견제 가능성도 거론했다. 최 회장은 “지금처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칩플레이션이 나타나면 지정학적으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눈앞에 있는 사과를 전부 먹겠다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시장을 잘 가꿔야 계속 수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은 정부의 반도체·AI데이터센터·피지컬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 인프라 투자에 대해 “전기화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라며 “어마어마한 전기가 필요하지만 현재는 전기가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메모리 반도체 다음에 올 AI 발전의 핵심 병목 요인으로 에너지와 전기 장비, 관련 소재 등을 꼽으며 정부의 발전·송전 인프라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깨면서 자기가 행복해지면 안 된다”며 “지속 가능한 행복을 위해선 그런 문제를 우리가 손대고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 인식이 정말로 그런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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