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후보자 만찬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길 후보, 김민석 대표, 이재명 대통령, 정청래 후보. 사진=청와대 제공
천신만고 끝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제가 출범했다. 이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탄탄대로를 달릴 것인가? 그의 정치는 어떻게 달라질까? 전쟁은 끝났지만 전투는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듯하다. 김민석·정청래·송영길 3인이 사활을 걸고 격돌하면서 만들어낸 ‘당권 삼국지’의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일각에서는 ‘황금분할’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황금처럼 아름다운 분할이 아니라 황금(당권·공천권·대권)을 좇는 아슬아슬한 분할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당권 주자 세 사람을 청와대로 불러 산해진미 만찬을 대접했다. 이들은 ‘화합’과 ‘단결’을 외쳤지만, 갈 길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 대통령과 김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다섯 가지 핵심 포인트를 냉철하게 복기하고 자가 진단해 본다면 새로운 활로와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당 지도부와 ‘수평적 관계’ 더 노력해야
8·17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최고 권력자의 힘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결론부터 말하면 ‘명심’(이 대통령의 마음), ‘명픽’(이 대통령의 선택)이 없었다면 김민석 후보가 무슨 수로 정청래 후보를 이길 수 있었겠는가?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김민석 OK, 정청래 NO’를 외치고, 송영길 후보까지 투입해 2:1로 협공을 펼치지 않았다면, 정청래의 승리로 귀결됐을 가능성이 높다.
집권 초 대통령이 갖고 있는 권력과 대중적 영향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정지지율이 43%까지 떨어졌다고 섣불리 대하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는 ‘집권 초 권력의 법칙’을 민주당 내 친청(친정청래)계나 국민의힘은 깊이 인식해야 한다.
반면 이번 전대에서는 이 대통령의 한계도 드러났다. 사실상 공개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청래 후보가 전당대회 출마를 강행하고 끝까지 완주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대통령 권력의 한계를 말해준다. 어떻게 권력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집권 2년차 초입의 대통령이 강력한 경고장을 날렸는데도 무시할 수 있다는 말인가. 역대 어느 정부도 집권 1년차 대통령에게 집권당 대표가 맞서는 모습을 보여준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최고위원에서 탈락한 것도 이 대통령에게는 뼈아픈 대목이다. 친여 성향 유튜버 김어준 씨도 이 대목을 아프게 짚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앞으로 김 대표와의 관계에 있어서 정청래 대표 때보다 훨씬 더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마음 편한 ‘김민석 체제’가 들어섰으니 ‘명심’을 마음 놓고 관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보다 오히려 더 경청하고 직언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기를 바란다. 김 대표가 당청 관계에 대해 ‘창조적 수평관계’를 강조한 만큼, 중요한 현안에 대해 이 대통령에게 직언과 쓴소리를 가감 없이 전하기를 바란다. 다행히 두 사람은 대통령과 총리로서 호흡을 잘 맞춰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과 여당 대표로서도 편하고 원활한 소통을 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김민석 대표 통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협치해야
김 대표는 이번 전대에서 강한 리더십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김 대표가 비록 이 대통령의 후광효과를 톡톡히 본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전대에서 보여준 그의 정치적 리더십은 돋보였다. 강력한 투사형 리더십의 소유자인 정청래 후보와 맞서 순회연설, TV토론, 언론공방 과정에서 한 치의 흔들림 없는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정청래 후보를 겨냥해 “반명·분열주의·신천지의 3대 비밀 연합을 깨는 것이 이번 전대 본질”이라고 주장하며 ‘친명-반명 구도 전략’을 구사한 것은 이번 전대의 백미(白眉)였다. 덕분에 그는 순회경선에서 6전 5승 1패의 성적을 거뒀고 민주당의 아성인 호남과 광활한 수도권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특히 진보 진영의 본류이자 ‘정치 1번’인 호남에서 무려 25%포인트(P) 격차의 완승을 거둠으로써 그동안 정청래 의원, 유시민 작가, 김어준 씨 등이 주장해 온 ‘적통론’, ‘뿌리론’, ‘적자론’에 쐐기를 박는 쾌거를 이뤘다. 이제 이 대통령은 김 대표가 총리 시절에 맺어온 신뢰와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김민석 체제에서 더 확고한 콤비네이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전대 과정에서 부동산 세제 개편에 대한 보완을 공개 요구하자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여 논의에 들어간 것이 대표적 사례다. 김 대표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조희대 씨, 당장 나가라”고 사퇴를 촉구한 것은 자신의 타협적 이미지를 탈피함과 동시에 당 내 강성 당원들을 끌어안기 위한 의도도 담겨 있다고 본다. 이제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당은 김민석 대표, 정부는 한성숙 총리, 청와대는 강훈식 비서실장이 배치돼 ‘당정청 3각 트리오’를 갖춘 셈이다. 여기에 송영길 후보가 외교부 장관에 기용된다면, 당정청은 더 확고하게 ‘이재명 체제’가 공고해질 것이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비둘기파’인 김 대표를 통해 ‘매파’인 장동혁 대표와 대화와 협치를 더 적극적으로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청래 파워’ 확인된 8·17 전대…‘친청계’ 포용해야
정청래 후보는 이번 전대를 통해 자신의 세력이 의외로 막강함을 널리 과시했다. 아마 지금도 정 후보의 마음속에는 한없는 아쉬움과 분노가 휘몰아치고 있고, 이 대통령과 김 대표는 간담이 서늘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 ‘정청래 파워’가 만만치 않다는 것은 예상된 일이었지만, 전대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막강한지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0.3%포인트 차이로 끝난 수도권 경선 발표 직후 송영길 후보는 “서울과 경기도 권리당원 투표에서 초박빙이라니 충격적이다. 정 후보가 그동안 큰소리 떵떵 친 이유를 알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정 후보는 국민여론조사에서 1%포인트 간발의 차이였지만 승리했고, 김 대표의 과반수 득표를 저지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는 자신이 “최종 선호투표제가 적용되기 전까지 5%포인트 정도 앞섰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정 후보를 지지한 친청계의 강력한 결속력은 놀라웠다. 이들 열성 당원은 ‘이재명이냐, 정청래냐’라는 양자택일에서 주저 없이 ‘정청래’를 택한 셈이다. 전대가 끝나고 정 후보가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자동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이제부터 할 말은 하겠다!”며 사실상 엄포를 놓은 것이나, 그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집단 탈당하겠다고 울분을 토로한 것은 ‘정청래 세력’이 이재명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나갈 것을 말해준다.
이는 이 대통령과 김 대표가 향후 국정 운영과 당 운영, 나아가 다음 총선과 대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정청래 변수’의 폭발성이 상당할 것임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더구나 “정청래와 끝까지 함께 가겠다”고 공개 선언한 최민희 수석 최고위원을 비롯해 이성윤·한민수 최고위원 등 친청계 강성 3인방이 당 지도부에 포진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 대통령과 김 대표는 이들을 포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당장 검찰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와 부동산 세제 개편에 대한 후속 보완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김 대표가 지난 19일 노무현 묘소 참배와 문재인 사저 방문에 이어 20일 진보 진영의 멘토인 이해찬 전 총리와 김근태 전 장관의 묘역을 잇따라 참배한 것도 전당대회 내내 이해찬 정신을 강조했던 정청래 후보와 열성 지지층을 포용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본다. 이 대통령과 김 대표는 머리를 맞대고 정청래 후보와 3명의 친청계 최고위원, 그리고 열정 지지 당원들을 포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다각적으로 기울여야 한다는 무거운 숙제를 떠안고 있는 것이다. 권력의 속성상 ‘정청래의 야망’이 또다시 치솟을 상황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임시국회 제1차 본회의에서 같은 당 정청래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명·친청’ 양대 진영 하나로 묶어야
반명과 ‘문·조·털·래·유’(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을 합한 용어)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 대통령은 지지하는데 그의 정책과 노선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친명(친이재명), 비명(비이재명), 반명(반이재명) 중 어느 쪽일까. 아마 ‘비명’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이 결정적인 순간에 이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이 아닌 정청래를 선택했다면 비명일까. 반명일까. 사실상 ‘반명’이다. 이번 전대에서 정청래·최민희 등 친청계 인사들은 친명-반명 구도는 ‘나쁜 프레임’이라고 비판했지만, 전대 과정을 지켜본 결과 ‘친명 세력’과 ‘반명 세력’은 분명히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 이 대통령과 김 대표가 반명 성향의 당원들을 포용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지만, 포용의 성패 여부는 이 대통령이나 김 대표보다 오히려 친청계 당원들에게 달려 있다고 본다. 그만큼 그들이 입은 내상과 후유증이 크기 때문이다.
정청래 후보와 최민희 최고위원 등 친청계 사람들은 ‘문조털래유’라는 멸칭을 아주 싫어했지만, 어느덧 그 멸칭은 보통명사화된 것이 사실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8·17 전대 당일 영상 축사를 통해 “이대로 가면 큰일”이라고 당 내 분열상을 우려했지만, 왜 일찌감치 이런 발언을 내놓지 않았는지 아쉬움이 든다. 유시민 작가가 그 유명한 ‘어물전 썩은 내’라는 저주의 말을 쏟아낸 방송은 공교롭게도 문 전 대통령의 측근인 탁현민 씨의 유튜브였다. 또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과 김어준 씨가 정청래 후보와 긴밀한 동지 관계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이번 전대 과정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친명계 사람들은 그들을 맹렬히 공격했다. 이 대통령은 이 양대 진영을 하나로 묶어야 하는 또 다른 무거운 숙제를 안고 있다.
중도실용주의 확대·민생경제 올인·청와대 역량 강화
이 대통령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이 대통령의 마음가짐과 국정 운영 전략은 8·17 전대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달라져야 한다. 전대 이후 김민석 대표 체제 출범이라는 호조건을 갖게 됐지만, 그 외에는 지지율 하락세, 부동산 민심, 당권 투쟁의 후유증, 국민의힘의 강경 투쟁 등 악조건과 악재뿐이다. 여기에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국민 통합을 위해 민주당을 탈당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금 이 대통령의 발 앞에는 7개의 거대한 장애물이 놓여 있다. 첫째는 조희대 대법원장 진퇴 문제, 둘째는 부동산 세제 개편과 주택 공급 확대 문제, 셋째는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에 대한 후속 대책 마련, 넷째는 신천지 특검 문제, 다섯째는 조국혁신당 등과의 합당 문제, 여섯째는 중임·연임 개헌 문제, 일곱째는 공소 취소 특검 문제다. 하나같이 다루기도 힘들고 해법 찾기도 힘든 난제로, 이러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국정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리고 집권 2년차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특별히 세 가지를 주목해야 한다.
첫째, 기존의 중도실용주의 노선을 굳건히 유지하고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번 전대에서 강성 진보 세력이 힘을 과시하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강성 우파 세력이 거세게 몰아붙인다고 해서 동요할 필요가 없다.
둘째, 정치의 영역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민생 경제의 영역에 올인해야 한다. 더 이상 당권이니 대권이니 개헌이니 하는 민감한 정치 이슈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이제 당정청의 3각 트리오가 구축됐으니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해 역할 분담을 해야 할 것이다. 아마 송영길 후보가 내각에 투입되면 전천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당과 내각에 많은 재량권을 주고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와 3대 메가프로젝트 등 국가적 정책 현안에 전념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부동산의 늪’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부동산 정책에 성공한 대통령은 한 명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청와대 역량 강화’다.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청와대의 정무·정책·홍보 3각 라인에 최고의 전문가들이 포진해 유기적으로 작동되면 최근 하락세인 국정지지율의 상승은 물론, 정책성과 여야 관계 등 모든 것이 수월해진다. 이 대통령이 뭔가 제대로 풀리지 않거나, 새롭게 변화하고 싶다면 대통령 본인의 생각과 행동을 감싸고 있는 참모 조직을 유심히 살펴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40여 년에 걸쳐 여러 명의 미국 대통령에게 자문했던 ‘대통령학’의 권위자인 리처드 뉴스타트 전 하버드대 교수가 ‘사랑받는 대통령의 조건’으로 ‘대통령의 설득력’과 함께 ‘유능한 참모진’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되새겨 봤으면 한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weeklyhk@hankooki.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