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투데이] 기존 카메라 렌즈보다 수백 배 얇으면서도 빛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차세대 광학소자 ‘메타렌즈’를 초고속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그동안 고비용·저속 공정의 한계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어온 메타렌즈가 본격적인 산업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성균관대와 포항공대 공동 연구팀이 가시광 영역에서 작동하는 메타렌즈를 초당 300개 이상 생산할 수 있는 ‘롤투롤(Roll-to-Roll) 나노 인쇄’ 공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메타렌즈, 왜 상용화가 어려웠나
메타렌즈는 빛의 위상과 진폭, 편광을 나노미터 수준에서 조절할 수 있는 평면형 렌즈다. 기존 굴절 렌즈와 달리 표면이 평평하고 두께가 매우 얇아 초박형 설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제작에는 복잡한 반도체 공정이 필요해 생산 단가가 높았고, 소량 제작에 머무르는 한계가 있었다.
기존 방식은 딱딱한 니켈 금형을 이용해 렌즈를 하나씩 제작하는 구조였다. 생산 속도가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들어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 등 대중 제품에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컸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연한 고분자 복제 금형을 12인치 면적의 원통형 롤러 형태로 제작했다. 롤러를 회전시키며 기판 위에 나노 구조체를 연속적으로 찍어내는 방식으로, 마치 신문을 인쇄하듯 렌즈를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공정을 구현했다.
특수 표면처리 기술을 도입해 금형의 내구성과 해상도를 높였고, 200미터 길이의 연속 공정에서도 처음 제작된 렌즈와 마지막 렌즈 사이에 성능 차이가 거의 발생하지 않도록 신뢰성을 확보했다.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기존 방식보다 약 100배 빠른 속도로, 초당 300개 이상의 메타렌즈를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인쇄된 나노 구조 위에 원자층 증착 방식으로 고굴절 이산화티타늄(TiO₂)을 코팅해 가시광 영역에서 90% 이상의 광 효율을 달성했다. 실험 결과, 가시광 전 영역에서 회절 한계 수준의 초점을 구현했고, 렌즈 성능을 평가하는 지표인 슈트렐 비율도 0.8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산업 적용이 가능한 고성능 수준으로 평가된다.
‘카툭튀’ 해소부터 AR 글라스까지
이번 성과는 스마트폰 카메라 디자인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한다. 메타렌즈는 기존 렌즈 대비 두께를 수백 배 줄일 수 있어, 스마트폰 후면에서 카메라가 돌출되는 이른바 ‘카툭튀’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가벼운 안경 형태의 증강현실(AR) 기기, 초소형 의료 영상 장비, 우주 광학 시스템 등 다양한 첨단 산업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도 제시된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의 소형·경량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초박형 고성능 렌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광학·디스플레이 산업을 연구하는 국내의 한 전문가는 “메타렌즈의 성능 자체는 이미 학계에서 여러 차례 입증됐지만, 문제는 생산성”이라며 “이번 성과의 핵심은 성능이 아니라 ‘양산 가능한 공정’을 확보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롤투롤 방식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메타렌즈가 스마트폰, AR 기기, 차량용 센서 등으로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차세대 광학 시장 판도 변화 예고
이번 연구는 메타렌즈를 실험실 기술에서 산업 현장 기술로 끌어올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소자 설계부터 대량 고속 제조 공정까지 통합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차세대 광학 산업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디자인 혁신을 넘어, 초소형·초경량 광학 부품이 필요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기술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메타렌즈 대량생산 시대의 개막이 글로벌 광학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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