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등 DX 직원들, '협상 중단' 가처분 신청 추진
DX 조합원 수백명 동조 정황..조합비 인상 반발도 확산
내부 가처분 제기 땐 교섭권·쟁의행위 전반 변수 전망
삼성전자 노사가 마라톤협상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21일 예고된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13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모습. 2026.5.13/연합
삼성전자 노사의 교섭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해 온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조합원들이 DS(디바이스솔루션) 인력이 주축인 최대 노조의 교섭 대표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협상을 멈춰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추진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내부 커뮤니티에서는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를 상대로 임금협약 체결과 파업을 막기 위한 가처분 신청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소송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모금에 나섰다.
파업이 6일 남은 만큼, 신속하게 법무법인을 정해 구체적인 신청 취지와 요구 내용을 정리할 방침이다.
DX 소속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수백명이 이 움직임에 동조하면서 소송 비용도 상당 규모로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조합원은 쟁의 기간 초기업노조 조합비가 5만원으로 오른 데 반발해 탈퇴 의사를 밝히고, 그 금액을 소송 비용으로 보태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DS 조합원들이 사내 메신저 프로필에 '파업' 문구를 넣는 데 맞서, DX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DS 파업반대'를 프로필에 표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반발은 초기업노조가 DS 부문의 성과급 문제에만 힘을 싣고, DX 부문의 요구는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는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가처분 신청의 핵심은 초기업노조가 DX까지 포괄하는 대표성을 갖추지 못한 만큼, 전체 조합원의 의사를 대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DX 조합원들의 가처분 신청이 현실화하면 초기업노조는 총파업에 들어가기 전 두건의 법적 부담을 동시에 안게 된다.
이미 삼성전자 사측이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 내부에서도 대표성을 문제 삼는 법적 대응이 추가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반도체 안전 보호시설의 정상 운영, 웨이퍼 변질 방지, 핵심 사업장 시설 점거 차단 등을 이유로 노조를 상대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냈다.
수원지법은 파업 예정일 전날인 20일까지 이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다만 법원이 회사 측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더라도 금지 대상은 위법 소지가 있는 쟁의행위로 제한된다.
이 때문에 파업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노조 입장에서는 법원이 허용하는 쟁의행위의 범위가 좁아질 수 있다.
결정 내용을 어길 경우 손해배상 청구나 업무방해 책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파업 추진 동력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여기에 DX 조합원들이 준비 중인 가처분은 초기업노조의 대표성 자체를 문제 삼는 성격이다.
실제 신청이 제기되고 법원이 이를 심리하게 되면 교섭권은 물론 쟁의행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측 가처분보다 더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초기업노조는 이 같은 내부 반발에도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파업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DX부문에 적용될 전사 공통 성과급 재원 마련은 이번 교섭 의제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당시 최 위원장은 "저희가 과반수 노동조합으로 법적으로 인정받은 만큼 내년에는 이 부분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처분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노조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쟁의행위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파업 참여 규모가 최대 5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최 위원장은 "중앙노동위원회는 중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노위가 제안한 16일 사후조정 회의를 사실상 거절했다.
또 사측에 추가 대화 제안에도 "6월 7일 이후 협의할 의사가 있다"며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잘 이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올해 1분기 5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사 영업이익인 57조2328억원의 94%를 책임졌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S부문장은 총파업을 앞두고 임원들에게 흔들림 없는 경영 활동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부회장은 8일 임원 대상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메모리 호황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현재의 시장 상황을 근본적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수익성과 기술력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올해 1분기 전사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책임질 정도로 실적 회복을 이끌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범용 D램·낸드 판매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전 부회장은 고객 대응 태도와 품질 관리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메모리 공급 협상력이 커진 상황에서도 고객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호황기에 공급자 우위에 기대기보다 장기적 고객 관계와 제품 완성도를 우선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발언은 노조가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생산 차질뿐 아니라 주요 고객사의 공급 안정성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주요 빅테크 고객사들도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차질 가능성과 대응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파업에 따른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감소 가능성을 40조원 이상으로 전망했다.
노조도 생산 차질 피해 규모가 20조~3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전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대로 오는 21일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긴급조정권 발동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14일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하니 안타까움과 걱정을 금할 수 없다"며 "노사 양측이 조속히 대화를 재개하기를 간곡히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김 장관은 "이번 사안의 중대성과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파급효과를 생각할 때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며 "산업부 장관으로서는 만약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 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행사할 경우 노조는 30일 동안 쟁의행위를 할 수 없고 이후 조정과 중재 절차를 거쳐 사실상 파업이 봉쇄된다.
긴급조정권은 쟁의행위가 국민경제에 중대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다.
김 장관은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경제에서 삼성전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삼성전자의 실적과 주가는 460여만 주주를 비롯해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기금을 통해 국민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축이자 전략자산으로 평가했다.
김 장관은 반도체 경쟁에서 밀려날 경우 단순한 순위 하락에 그치지 않고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경쟁력을 상실하는 순간 2등이 아니라 생존이 어렵게 돼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파업이 발생한다면 회복 불가능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퍼 공정에 차질이 발생하면 피해 규모가 최대 100조원에 이를 수 있고, 1700여개 협력업체에도 연쇄 피해가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노사가 조속히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사측은 합당한 보상을 제시하고, 노측은 회사의 미래와 지속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합리적인 배분을 요구해 달라"며 "국가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노사가 국민들과 수많은 국내외 고객, 그리고 투자자들의 간절한 기대에 부응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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