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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체코 프라하 숲속 묘지(墓地)에서 찾은 ‘지속 가능한 효(孝)’

프라하의 9번 트램이 지나는 베르트람카(Bertramka)역 인근이나 말바진키(Malvazinky) 주택가를 걷다 보면 우거진 고목과 이끼, 오래된 묘비가 어우러진 고즈넉한 묘지를 만난다. 주택가와 맞닿은 이 묘지들은 도시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체코 프라하 숲속 묘지(墓地)에서 찾은 ‘지속 가능한 효(孝)’

​■ 프라하 아침 산책길에서 본 삶과 죽음의 공존

​프라하의 9번 트램이 지나는 베르트람카(Bertramka)역 인근이나 말바진키(Malvazinky) 주택가를 걷다 보면 우거진 고목과 이끼, 오래된 묘비가 어우러진 고즈넉한 묘지를 만난다. 주택가와 맞닿은 이 묘지들은 도시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묘지나 봉안시설이 도심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대표적 기피시설로 인식되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한국에서는 장묘시설을 새로 조성하려 할 때마다 집값 하락과 지역 이기주의, 이른바 님비(NIMBY) 현상이 거세게 일어난다. 반면 프라하는 도시를 설계할 때부터 묘지를 시민들의 생활권 안에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자신의 죽음을 늘 기억하라(메멘토 모리, Memento mori)"는 철학에 더해, 지자체가 도로 정비와 수목 관리를 일반 공원 수준으로 항시 철저하게 해내기 때문이다. 죽음의 공간을 집값이 떨어지는 기피 시설이 아닌 친근한 공공 인프라로 가꾸어낸 비결이다.

​■ 도시가 관리하고 '사용'에 집중하는 체코의 장묘 시스템

​프라하 장묘 시스템의 핵심은 공공성이다. 프라하 시가 설립한 공공 출연기관 HPS Praha는 약 300명의 직원이 화장장과 시립 장례식장, 34개 공공 묘지를 직접 관리한다. 녹지와 수목 가꾸기부터 시설 유지보수까지 일상 운영 전반을 맡아, 묘지를 사적 공간이 아닌 시의 핵심 녹색 인프라로 관리한다.

체코 장묘제도는 토지 영구 소유 대신 임대계약을 원칙으로 한다. 죽음의 공간을 영구적인 부동산으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기간 동안 빌려 쓰고 공공이 지속해서 관리하는 방식이다.

​7.5ha(약 2만 3천 평) 규모의 프라하 도심 시영 공공묘지다. 체코의 국민가수 카렐 고트(Karel Gott) 등 거장들이 안치된 대표적 문화 유산 공간이다. 프라하 시가 직접 관리하는 1급 도심 묘지임에도 1.5㎡ 소형 유골함 묘지의 10년 사용료(임대료+관리비)는 약 35만 원(5,271코루나)에 불과하다. 거주지와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공 서비스 공간으로, 소형 유골함 묘지 및 자연장은 대기 없이 계약과 안치가 가능하다.

실제로 현장에서 확인한 말바진키 공공묘지는 전체 1만 3,300여개 묘지 안치 공간 중 약 4분의 1이 이처럼 효율적인 가족 유골함 구역으로 채워져 있었다. 도심 접근성이 뛰어난 최고 등급의 공공묘지임에도 시민들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비결은 명확하다. 특정 개인이 안치 공간을 사적으로 영구 독점하게 두지 않고, 일정 기간 사용 후 순환시키는 공공 주도의 관리 체계가 확고히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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