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책 예산 4년 새 6조6000억원 늘었지만
자산 격차 커지고 정책 수혜 고소득층에 집중
주택 구입·전세 초기 자본 부담에 취약층 소외
청년 내 자산 불평등
정부가 청년 주거와 자산 형성을 돕겠다며 수십조 원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지원이 필요한 취약층은 소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주거 정책은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이상 현금이 필요해 초기 자본이 부족한 청년에게는 ‘그림의 떡’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청년정책의 계층별 귀착 효과 분석 및 정책 재구성 제언’ 보고서를 보면 청년정책 총예산은 2021년 21조 6000억 원에서 2025년 28조 2000억 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정책 확대에도 청년층 내부 자산 격차는 오히려 커졌다. 빈부격차를 0과 1 사이 숫자로 나타내는 지표인 순자산 지니계수(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는 청년(19~39세)층에서 2017년 0.519에서 2025년 0.561로 8.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청년 상위 20%의 순자산 점유율은 54.6%에서 60%로 높아졌다.
실제 정책 혜택도 고소득층에 집중됐다. 2024년 주거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청년 1인 가구 가운데 주거정책 이용 경험은 15.4%에 그쳤다. 특히 소득별로는 하위 20%(1분위) 청년 1인 가구 주거정책 이용률은 6.2%에 불과했다. 반면 소득이 가장 높은 상위 20%(소득 5분위)는 21.1%에 달해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학력별로도 고졸 이하 청년(8.9%)과 대졸 청년(18.6%) 간 격차가 뚜렷해 정작 지원이 절실한 계층이 정책에서 더 멀어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청년 주거정책에서 ‘자격’과 ‘실제 이용’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공급과 금융지원은 소득·자산 기준을 두고 있지만, 주택가격이 노동소득을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초기 자기자본이나 안정적인 소득 등이 부족하면 실제 주택 취득이나 임차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거정책 이용 경험이 있는 청년 비율. /국회미래연구원
보고서가 지적한 괴리는 경남 지역 주택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자료를 보면 7월 통계를 기준으로 환산한 경남 지역 82㎡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약 3억 9000만 원 선이다. 청년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을 최대한 끌어모아 약 2억 7300만 원을 대출받는다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 내에 들어와 산술적인 주택 구입 자체는 가능하다.
문제는 ‘초기 자본’과 가혹한 ‘주거비 부담’이다. 대출을 한도까지 끌어 쓰더라도 최소 1억 1700만 원 이상 현금을 쥐고 있어야 분양받을 수 있다. 또 30대 노동자 월평균 실수령액이 360만 원 남짓인 상황에서 대출금(금리 연 4%, 30년 만기 기준) 명목으로 매월 130만 원 이상을 은행에 갚아야 한다.
다시 말해 지역 청년들에게도 주택 분양과 대출 지원 정책은 부모 지원 등으로 목돈을 마련할 수 있거나, 상당한 주거비 지출을 각오할 수 있는 일부 상위 계층 청년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눈을 돌려도 목돈 마련이 필요하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4월 기준 경남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당 281만 원이다. 82㎡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억 3000만 원 수준이다.
청년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은 보증금의 80% 이내에서 최대 1억50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다. 2억3000만 원짜리 전셋집을 구할 경우 대출을 최대한 활용해도 8000만 원은 직접 마련해야 한다. 주거 면적을 60㎡ 안팎으로 줄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당 중위가격을 적용하면 보증금은 약 1억 6900만 원으로, 대출 가능액은 약 1억 3500만 원에 그쳐 3400만 원가량을 자기자본으로 마련해야 한다. 정책 대출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수천만 원이 넘는 자기자본이 필요해 사회초년생이나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에게는 여전히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자산형성 정책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역시 취약층이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정책인 청년미래적금과 청년내일저축계좌 등은 일정 기간 꾸준히 돈을 납입해야 정부 기여금 혜택을 받는 구조다. 소득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청년 등은 납입 중단이나 중도해지 가능성이 크다.
실제 청년도약계좌는 2025년 7월 기준 월 납입액 10만 원 미만 가입자의 중도해지율이 39.4%였지만, 최대 한도인 70만 원을 납입한 가입자는 0.9%에 그쳐 납입 여력이 적은 가입자일수록 만기까지 계좌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청년 주거정책을 분양 특별공급과 구입자금 대출 중심에서 공공임대 확대 및 월세 지원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청년정책 패러다임을 ‘얼마나 지원했는가’에서 ‘누구에게 실제 효과가 도달했는가’로 전환해야 한다”며 “정책 필요도를 기준으로 지원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지원이 필요한 계층일수록 더 큰 혜택이 돌아가도록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거 정책은 공공임대와 월세 지원 중심으로 기조를 전환하고, 자산형성 지원도 불안정 노동자와 미취업 청년을 포괄할 수 있도록 제도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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