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작가·‘김성환 독서교육’ 대표
2024년 10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독서계는 한동안 축제의 나날을 보냈다. 수면 아래 잠들어 있던 수많은 독서인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었고, 독서와 관련된 단체는 이에 화답하듯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특히 지난해 6월에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은 ‘텍스트 힙’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독서의 열기와 실제 독서 현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간극이 있었다. 지난 6일 발표된 ‘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 종합독서량은 2.4권이었다. 성인 10명 중 4명만이 책을 읽고, 그마저도 1년에 채 3권을 읽지 않는 것이다. 이 수치는 2년 전 조사보다 독서율은 4.5 포인트%, 독서량은 1.5권이 각각 줄었다. 출판과 조금이라도 연을 맺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을 것이다. 인터넷 서점의 판매량 상위권 책은 이전과 대비할 때 판매량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신간이 2쇄만 해도 성공이라는 자조적인 말은 어느새 출판 현실을 대변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번 조사는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라는 점에 꽤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성인이 책 읽기의 유용성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실효성 측면이건, 정서적 측면이건 독서가 개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여긴다. 특히 책 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 적어도 그동안 만난 수많은 학부모에게서 비슷한 투의 말이라도 들어본 경험은 전무하다. 자녀에게 책을 권하지 못해 아쉬울 뿐, 책을 읽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은 아니었다. 자극적 콘텐츠에 한 번 익숙해진 청소년에게 독서는 지루할 수밖에 없다.
독서의 유용성보다 독서를 막는 장애 요인이 더 강력하게 작용하기에 지금의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일과 학업 때문에 책을 읽을 시간이 없으며, 스마트폰 덕분에 책만큼이나 의미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하게 되었다. AI의 발전은 책 이외의 매체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을 대폭 향상시킨다. 이는 독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주요 요인이 된다. 다만 시간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한 권의 책을 읽는 2시간의 여유는 없지만 잠자는 시간을 줄여 가며 쇼츠를 보는 2시간은 만들 수 있는 게 명백한 현실이다.
한편으론 독서의 유용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독서 목적 1위가 이전까지는 자기 계발이나 정서적 안정이었다면, 이번 조사에서는 ‘책 읽기의 재미’가 차지했다. 이는 책을 읽는 인구가 줄어들지만, 책을 매개로 한 문화적 경험을 중시하는 이른바 독서의 역설이 심화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지식을 얻는 수단으로서 책 읽기의 필요성은 점점 옅어진다. 책이 더는 지식을 전달하는 데 중점적인 콘텐츠가 아닐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현상을 독서 방식의 전환이라는 큰 틀 안에서 본다면 변화의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독서의 첫 번째 가치인 ‘읽기’라는 측면과 멀어진다는 점에서 한계 또한 분명하다. 조사 결과에서 ‘읽기 관련 경험 활동’ 1위가 ‘핸드폰 문자/메시지 읽기’라는 부분이 이를 방증한다. 우리는 핸드폰 속 메시지를 ‘읽는다’고 여기지만, 실제 메시지에는 문법이 안 맞는 것을 차치하고라도 단어나 문장조차 제대로 쓰이지 않아서 올바른 읽기가 이뤄진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긴 글을 올바르게 읽고 이해하는 역량을 이야기하는 문해력과 직결된다. 읽기의 재료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여간 어렵다. 시중에선 아이들의 문해력에 왈가왈부하지만, 진정으로 살펴야 하는 것은 오히려 성인의 문해력에 있다. 물론 책 한 권을 읽는다고 해서 성인의 문해력이 눈에 띄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독서는 개인의 문해력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성인이 책을 읽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긴 글을 천천히 읽어야만 길러지는 문해력의 가치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다행히도 해결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1년에 단 3권의 책만 읽으면 된다. 일주일에 쇼츠 보는 시간을 10분만 줄여 문해력을 비롯한 독서의 유용성을 챙길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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