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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철새는 국경이 없다…북한까지 잇는 황해 갯벌 보전 논의 가능할까

“황해 갯벌은 한국과 중국에서 등재와 확대 등재가 네 차례 성공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황해에는 북한도 있습니다. 북한 역시 국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보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통해 북한의 갯벌도 세계유산 등재로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존 매키넌 유네스코 전문가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에 맞춰 열린 세미나에서 ‘국경을 넘어선 철새의 여정: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내 초국경적 협력을 통한 황해 갯벌 보전’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배문규 기자

“황해 갯벌은 한국과 중국에서 등재와 확대 등재가 네 차례 성공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황해에는 북한도 있습니다. 북한 역시 국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보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통해 북한의 갯벌도 세계유산 등재로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존 매키넌 유네스코 독립 전문가는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가 확정된 직후 열린 부대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국경을 넘어선 철새의 여정: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내 초국경적 협력을 통한 황해 갯벌 보전’을 주제로 유네스코와 한국의갯벌세계유산등재추진단, 중국 세계연안포럼과 옌청습지센터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한국·중국과 국제기구 전문가들이 황해 갯벌의 초국경적 보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세계유산 논의에서 황해 갯벌은 한 국가의 경계 안에 머무르지 않는 자연유산으로 다뤄져 왔다. 한국과 북한, 중국의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갯벌과 연안 습지는 서로 연결된 하나의 생태계다. 특히 철새가 쉬면서 먹이를 보충하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의 핵심 중간 기착지다.

중국의 ‘황해-보하이만 연안 철새 보호구역’은 2019년 1단계로 세계유산에 등재됐고, 2024년 2단계 확대 등재가 이뤄졌다. 한국의 갯벌도 2021년 처음 등재된 데 이어 이날 2단계 확대 등재가 확정됐다.

여기에 북한 갯벌도 세계유산 등재 절차에 첫발을 내디뎠다. 북한은 지난 2월 문덕철새보호구가 있는 평안남도 청천강 하구와 신도철새보호구가 있는 평안북도 압록강 하구를 묶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서해안 연안습지’를 정식 등재 신청의 예비 단계인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렸다. 북한이 유네스코에 제출한 자료는 두 하구가 여러 멸종위기 철새의 생존에 필수적인 곳이라고 설명한다.

매키넌은 북한이 보전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환경보호와 자연보호구, 하천과 해양오염 방지 등에 관한 법률을 마련해 습지를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문덕철새보호구와 라선철새보호구는 2018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됐으며, 북한은 같은 해 람사르협약과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에 가입했다. 2019년에는 문덕에서 ‘세계 철새의 날’ 행사도 열렸다.

존 매키넌 유네스코 전문가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에 맞춰 열린 세미나에서 ‘국경을 넘어선 철새의 여정: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내 초국경적 협력을 통한 황해 갯벌 보전’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배문규 기자

유네스코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EAAFP, 독일 한스자이델재단 등 국제기구와 민간단체도 북한의 습지 조사와 보전 활동에 참여해왔다. 다만 매키넌은 북한 서해안 남부와 도서 지역에는 아직 제대로 조사되지 않은 갯벌이 많다며, 추가 조사와 관리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해 갯벌과 멸종위기 철새를 보전하려면 북한을 포함한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데 참석자들의 의견이 모였다. 제니퍼 조지 EAAFP 사무국장은 “철새들은 이미 황해를 하나로 연결하고 있으며, 새들에게는 국경이 없다”고 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 북한을 잇는 기존 철새이동경로 협력 틀을 실제 갯벌 보전에 활용하고, 생태계 차원의 태스크포스 등 실질적인 협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갯벌은 한 나라의 해안에 머무는 자연유산이 아니다”라며 “갯벌을 지키는 일은 어느 한 국가만의 과제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협력해야 할 공동의 과제”라고 말했다.

참석 기관들은 이날 ‘황해 갯벌 및 연안 습지 보전을 위한 협력에 관한 부산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황해의 관련 세계유산과 주요 연안 습지의 장기적인 보전과 효과적인 관리를 강화하고, 공동 과학 연구와 모니터링·데이터 공유를 통해 황해 서식지의 생태적 연결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겠다”며 “관리 경험을 공유해 공동의 지역적 보전 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번 행사나 성명 발표에 직접 참여한 것은 아니다. 다만 세계유산과 철새이동경로를 매개로 북한을 포함한 황해권 보전 협력을 논의할 여지를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경을 넘어선 철새의 여정: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내 초국경적 협력을 통한 황해 갯벌 보전’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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